장편 영화
미스터리/스릴러
감독
나가타 코토
주연
키타무라 타쿠미 아야노 고 하야시 유타
줄거리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 범죄 집단의 말단 조직원이 된 타쿠야(키타무라 타쿠미)와 마모루(하야시 유타)는 SNS에서 의지할 곳 없는 남성들을 속여서 호적을 사고파는 일을 한다. 의형제처럼 서로 의지하고 지내는 두 사람은 누구보다 평범한 청춘이었고, 언제나 함께였다. 타쿠야는 이 세계에 발을 들이게 한 형님 같은 존재 카지타니(아야노 고)의 도움을 받아 마모루와 함께 이 세계에서 벗어나려 하는데…
※ 본 감상평은 작품의 해석을 포함하고 있어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관람 전 독자분들께서는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늘 감사합니다.
영화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초청된 작품이다. 영화는 타쿠야(키타무라 타쿠미)와 마모루(하야시 유타)의 서사를 시작으로 타쿠야와 카지타니(아야노 고)의 서사가 이어진다. 때문에 하나의 사건이 중심이 되어 두 극으로 나뉘는 플롯을 볼 수 있다. 또한 사건의 시간적 순서를 재배치하면서도 각 인물의 시점을 유지해, 인물들의 심리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낸다. 따라서 영화 속 인물 간의 관계가 주된 주제의식을 형성하는 만큼, 인물에 대한 분석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타쿠야
극의 전체를 이끌어가는 타쿠야는 자라 범죄 집단의 말단 조직원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인물이다. 그리고 그의 결단은 세 인물의 관계를 균열시키는 결정적 사건으로 확장된다. 이처럼 그는 사건의 발화점이자 서사를 견인하는 중심축으로 기능한다. 그렇기에 영화는 인물들 가운데서도 타쿠야의 과거를 가장 적나라하게 비춘다. 동생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죄에 발을 들였으나, 끝내 동생의 죽음을 막지 못한 그는 삶의 이유를 상실한 채 살아간다. 그 공백을 비집고 등장하는 인물이 마모루다. 타쿠야는 마모루에게서 잃어버린 동생을 엿본다.
또한 영화는 타쿠야의 내면의 변화를 상세히 다룬다. 상실감은 보호 본능으로 치환되고, 그는 마모루를 친동생처럼 대하며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범죄 집단으로 이끈다. 그리고 다시, 그곳에서 탈출시키려 한다.
결국 타쿠야의 선택은 모두 ‘가족애’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그 가족애는 누군가를 위한 행동이 어리석은 위험에 빠뜨리는 역설을 낳는다. 그는 영화 내내 스스로 어리석었음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어리석음 덕분에 그는 자신의 상실을 잠시나마 메우고, 마모루와 동행할 수 있었다.
마모루
마모루는 이야기 속에서 일관되게 약자의 위치에 놓이며, 보호받는 존재로 남아있다. 홀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서툴렀던 그가 유일하게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사라진 타쿠야의 셔츠였다. 그렇게 처음 그에게 주어진 선택에서 타쿠야와 함께한 추억을 담는 것이다. 셔츠는 단순한 의복이 아니라 타쿠야가 느낀 상실이거나 그리움으로 표현된다.
가족과 형제에게 버림받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한 마모루에게 사회는 지나치게 낯설고 차가운 공간이었다. 옳고 그름을 분별할 기준조차 갖지 못한 그는, 자신을 처음으로 받아준 타쿠야를 맹목적으로 신뢰한다. 그를 통해 비로소 경험하지 못했던 가족애를 체감된 것이다. 그러나 극의 후반, 마모루는 다시 홀로 선다. 쓸쓸한 모습 속에는 이전과 다른 단단함이 자리한다. 타쿠야가 남긴 ‘정’은 상실로 끝나지 않고, 성장의 흔적으로 남는다.
영화가 이 장면을 엔딩에 배치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타쿠야의 선택이지만, 결국 변화한 인물은 마모루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실, 마모루가 영화 속 진정한 주인공이었음을 이야기한다.
카지타니
카지타니는 타쿠야를 범죄 세계로 이끈 인물이다. 누구보다 오랜 시간을 함께했기에, 그는 타쿠야의 심리와 동요를 가장 깊이 이해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영화 속에서 그는 단순한 동료를 넘어, 주인공의 조력자처럼 기능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역시 ‘정’에 휩쓸린다. 냉정한 판단 대신 관계를 택한 순간, 그는 타쿠야를 돕기 위해 움직이고 결국 사건의 소용돌이 속으로 함께 휘말린다. 카지타니가 품은 감정은 맹목적인 헌신이라기보다, 함께 시간을 버텨온 이들 사이에서 형성된 우애이자 동료애에 가깝다. 그렇기에 끝없이 내적인 갈등을 이어간다. 이러한 맥락에서 영화는 카지타니의 서사보다, 내면의 심리가 외부로 표출되는 순간에 더 큰 비중을 둔다. 그는 타쿠야가 마모루를 향한 책임을 짊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어느새 자신 또한 변화의 문턱에 서 있는 인물처럼 보인다. 마치 서사의 중심에 서지 않으면서도, 조용히 성장하는 관찰자처럼.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타쿠야와 마모루, 그리고 카지타니는 저마다 다른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의 빈자리를 메우며 잠시나마 행복을 가질 수 있었다.
영화는 매 순간 그들의 선택이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그 선택을 이끈 마음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 작품이 말하는 것은 판단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결핍 속에서도 서로에게 향했던 진심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묻게 된다. 과연 그들은 정말 어리석은 자들이었는가.
마모루 부디 행복해라. 넌 할 수 있어, 괜찮을 거야
(타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