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 미장센 분석

by 고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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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원경 속 아이들의 처량한 뒷모습을 통해, 처연한 내면을 고요하게 남기며 되돌아가는 장면처럼 보인다.

화면 속에서 점점 소멸하듯 멀어지는 움직임은 목적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려는 안타까운 의지를 은연중에 드러낸다. 또한 아이들이 카메라를 인식하지 못하게 조심스레 담아낸 연출은, 뒷모습만으로도 그들의 진솔한 내면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인물들 사이에 텅 빈 공간이 상실과 공허의 감정으로 은유하며 강조된다. 본래 아이들 사이를 메워야 할 존재는 어른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이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며 어른의 부재는 선명하게 강조된다. 따라서 이들이 겪어온 상처는 어른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읽힌다.

한편, 빛을 등지고 어두운 차도로 걸어가는 아이들의 방향성은 앞으로 펼쳐질 암울한 미래를 예감하게 한다. 그럼에도 가려진 아이들의 걸음은 다른 선택지 없이 나아가는 처량한 의지로 드러난다. 이어질 장면을 더욱 비극적으로 표현해 보자면, 아이들이 사라진 길 위로 그늘이 어둠처럼 드리우고 소나기가 빗발치는 순간을 연출해 그들이 견뎌온 시간의 무게를 대신 전달할 것 같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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