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배운 장사의 기본

9화

by 이로티

누군가는 “군대에서 꿀 보직 잡았다”고 말했지만,
그때의 나는 그 말을 듣고 웃기만 했다.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니까


사실 PX병의 하루는 꽤 단순하다.
아침 점호를 마치고 PX로 이동해 물건을 정리하고,
점심시간이 되면 병사들을 맞이해 물건을 판매한다.
장사가 끝나면 다시 정리하고, 재고를 채우고,
저녁 장사를 준비한다.
그리고 하루의 마지막은
오늘 무엇이 얼마나 팔렸는지 기록하는 일로 끝난다.


처음에는 단순한 반복 노동처럼 느껴졌다.
과자 상표를 칼같이 맞추고,
음료수는 색깔별로 정렬하고,
먼지를 닦아내는 일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아주 이상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왜 어떤 물건은 유독 빨리 없어질까?”
“왜 이 시간대에는 특정 제품만 나갈까?”
“왜 어떤 날은 똑같은 물건이 전혀 팔리지 않을까?”


나는 무의식적으로 관찰을 하고 있었다.
PX병에게 가장 중요한 날은 사실 평일이 아니었다.
설과 추석 같은 명절이었다.
군대에서도 부모님께 선물을 보내는 문화가 있었고,
PX는 그 시기에 작은 시장이 된다.
나는 명절이 다가오기 한 달 전부터
유심히 병사들의 대화를 들었다.


“이번에 집에 뭐 보내야 되지?”
“맨날 똑같은 거 보내기도 좀 그렇고…”


그때 문득,
어머니가 직접 만드시는
오디 먹은 곶감과 견과류 바가 떠올랐다.
첫 휴가를 나갔다가 복귀하면서
나는 나만의 작은 팜플렛을 만들어왔다.
PX에서 제공하는 공식 홍보물처럼
조잡하지만 정성 들인 종이 한 장이었다.


“이거, 저희 어머니가 직접 만드신 겁니다.”
“명절 선물로 보내기 좋아요.”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선임들이
하나둘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사람들은 전역을 한 뒤에도
계속해서 주문을 해왔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관계를 파는 일이라는 걸.
PX에서의 경험은 내게 많은 걸 가르쳐줬다.
재고를 정리하고 관리하는 법,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물품을 들여와야 하는지, 새로운 물품의 시도와 그것이 실패했을 때 폐기되면서의 리스크 등.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은 필요할 때보다
‘마음이 열렸을 때’ 지갑을 연다는 사실을.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그건 군대니까 가능했던 거 아니냐”라고.
맞다.
내 돈이 들어가지 않았고,
내가 망해도 책임질 일은 없었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경험은 더 값졌다.


완전히 독립된 공간에서,
혼자 가게를 운영하듯
시작부터 끝까지 경험해 볼 수 있었으니까.
군대에서 나는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돈이 움직이는 구조를 처음으로 보았다.
그리고 그 구조를 들고
나는 다시 사회로 나올 준비를 하게 된다.
전역이 다가오면서
한 가지 현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학금을 놓쳐버린 학기,
그리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등록금과 기숙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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