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전역을 앞두고 현실이 다시 눈앞으로 다가왔다.
군대에서 얻은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나는 복학을 해야 했고,
그 복학에는 분명한 조건이 붙어 있었다.
등록금과 기숙사비.
내 학과는 기숙사 생활이 필수였다.
공동체 생활이라는 이름의 전공과목이 있었고,
그 말은 곧
어떤 이유로든 기숙사비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전역일은 12월 16일.
늦어도 2월까지는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해결해야 했다.
통장을 열어보았다.
현실적인 숫자 앞에서
머릿속은 빠르게 복잡해졌다.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단기간에,
확실하게,
많이 벌 수 있는 일.
그때부터 나는
‘고수입 알바’라는 단어를 붙잡고
하루 종일 구인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택배 상하차, 공사 현장, 대리운전.
몸을 쓰는 일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몸을 쓰는 일은 별로 안 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알바천국에서 한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LG U+ 판매직.
월급이 눈에 띄게 높았다.
조건은 간단했다.
“판매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솔직히 말하면
그때의 나는 영업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판매’라는 단어가
조금 무섭고, 조금 불안했을 뿐이다.
그래도 지원했다.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면접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됐다.
그리고 설명을 들을수록
마음 한구석에서 이상한 감정이 올라왔다.
기본급은 수습이 끝나면 80만 원.
월급이 아니라,
사실상 생존비 수준이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사기 아니야?”
하지만 설명은 이어졌다.
수습 기간 동안은 150만 원 보장.
거기에 판매를 하면
인센티브가 붙는 구조였다.
2017년.
당시 최저시급은 6천 원대였다.
150만 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나는 계산을 했다.
최소한,
등록금은 해결할 수 있겠다는 계산.
그렇게 나는
불안함을 안고 일을 시작했다.
첫 출근 날,
매장에 들어서자
괜히 몸이 굳었다.
잘 차려입은 사람들,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는 선배들.
나는 그들 사이에서
확실히 어색한 존재였다.
그래도 마음속에는
하나의 목표만 있었다.
“돈을 벌어야 한다.”
첫 판매는 당연하게도 내 핸드폰이었다.
누군가에게 팔기 전에
먼저 나부터 바꿔야 할 것 같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부모님, 가족, 친척, 친구들.
지금까지 알고 지냈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지인 판매.
누군가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가장 위험한 방법이라 말하는 그 방식.
그때의 나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
붙잡을 수 있는 건
전부 붙잡았다.
그리고 한 달이 흘렀다.
월급날,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고
나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400만 원.
태어나 처음으로
한 달에 벌어본 돈이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모든 계산이 사라졌다.
불안도, 두려움도, 경계도
전부 사라졌다.
나는 생각했다.
“아,
나는 되는 쪽이구나.”
그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시작이었는지,
그때는 전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