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지 않기로 한 하루

"백장 선사의 조언에 따른 선을 넘지 않는 삶"

by 장재덕

백장선사, 비교는 자기 몫을 흐린다


그날은 비교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날은 아니었다.

다만 아침부터 괜히 마음이 바빠지는 느낌이 들어
하루를 조금 느리게 시작했다.


문득 주변을 보다가

남의 속도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는 이미 앞서 가 있는 것 같았고,
누군가는 훨씬 여유로워 보였다.

그 순간, 평소 같았으면 내 하루를 그들과

나란히 세워 조용히 저울질했을 것이다.


오늘은 왜 이만큼밖에 못 했는지.
왜 저 사람처럼 되지 않는지.
왜 나는 늘 이 자리인지.

비교는 그렇게 아주 작은 질문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그날은
그 생각을 조금 늦추어 보았다.

비교를 하지 않겠다고

거창하게 다짐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지금 떠오른 이 기준은
내 몫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백장선사는 비교하지 말라고 했다.
그 말은 남을 보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남의 몫까지 내 마음에 들이지 말라는 말에 가깝다.

비교가 시작되는 순간 하루는 금세 무거워진다.

내가 감당하지 않아도 될 속도와 기준이
마음속으로 밀려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날은 해야 할 일만 했다.

남보다 느린지 빠른지는 굳이 확인하지 않았다.

잘하고 있는지도 굳이 점검하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하루가 조용히 흘러갔다.
크게 잘한 일도 없었지만

괜히 지친 순간도 없었다.


비교를 멈추자
하루의 크기가 딱 내 손에 맞게 돌아왔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내 몫의 하루였다.

그날 알게 되었다.
비교하지 않는다는 건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삶의 경계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이라는 것을.


오늘도
남의 하루를 훔쳐보지 않고 내 하루만 살았는지
조용히 돌아본다.

비교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도
그 하루는 충분히 괜찮다.

백장선사의 말과 사상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선을 넘지 않는 삶 1」**에서

따로 정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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