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 중인 팀

6명에서 8명이 되려면?

by 보스턴임박사

인수가 일하던 음악다방은 종로에 있었고, 그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장충동에 있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는 단 한 번도 강북을 벗어나 살아본 적이 없었다.

강남이 개발된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려왔지만, 그건 늘 남의 나라 소식 같았다.
종로나 장충동보다 더 나을 리가 있나—그는 그렇게 생각했고, 굳이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정인이가 다니는 압구정 교회를 나가게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성수대교를 건너야 했고, 이동 시간은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시간 따위는 문제가 아니었다.


정인이를 볼 수만 있다면,

부산이든 광주든, 제주든—
아니, 일본이든 미국이든 따라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문제는, 정인이를 실제로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몇 주간 교회를 다니며 인수는 나름대로 관찰을 했다.
결론은 간단했다.

정인이가 교회에 오는 이유는 거의 전부 피아노였다.


어느 날 진영에게 슬쩍 물어본 적이 있었다.


“정인이 말이야.”

“아, 정인이? 피아노 잘 쳐.”


그게 전부였다.

이상했다.
천하제일 미녀가 바로 곁에 있는데도 진영은 아무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인수는 생각했다. 내가 진영이 얼굴이었으면 벌써 대시했다.

정인이와 늘 함께 다니던 그 말괄량이 친구—소은이—역시 고등부에 다니고 있었다.


고등부는 인수에게 천국 같은 곳이었다.

고등학생만 다닐 수 있고, 그 전도사라는 아줌마와 다시 마주칠 일도 없었다.
예배는 짧았고, 그 이후 시간은 비교적 자유로웠다.

연애하기 딱 좋네.
인수는 진지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어쩌면 교회가 애초에 이 구조로 고등부를 만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인수가 다니는 학교에는 합창반이 있었다.
남학교였고, 그 안에 복사중창단이 있었다.

인수는 노래를 좋아했지만, 동아리 활동을 할 여유는 없었다.
밤에는 음악다방에서 일해야 했기 때문이다.

1학년 때 학교 축제에서 처음으로 합창반과 중창단 공연을 봤다.
남자들만으로 이루어진 화음은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웅장했다가, 갑자기 작아졌다.
그 작은 소리가 오히려 더 힘이 있었다.

그리고 인수는 그날 알았다.
여학생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복사중창단이었다.


여덟 명의 남학생이 교복을 입고 활 모양으로 서서 노래를 불렀다.
키도 크고, 체격도 반듯했다.
무대가 높아서인지, 선발 기준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학생들의 반응은 확실했다.

특히 무반주 곡을 부를 때였다.
공연이 끝나자 환호성이 터졌고,
여학생들은 꽃다발을 들고 아이돌을 맞이하듯 무대 앞으로 몰려들었다.

그날 이후, 인수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그림이 생겼다.


중창단.
그리고—
정인이.


고민 끝에 인수는 진영을 설득하기로 했다.
어차피 진영은 자기를 챙겨주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고,
무엇보다—

여자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건 인수에게 확신에 가까웠다.
소은이가 진영을 슬쩍 좋아하는 기색이 있었지만, 진영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래서 인수는 교회에 평소보다 일찍 갔다.
진영도, 정인도 보이지 않았다.

지하 예배실은 괜히 숨이 막히는 느낌이라 피했다.
을씨년스럽고, 조금 무서웠다.

밖으로 나와 버스 정류장 쪽으로 걷고 있는데,
저 멀리서 진영이 땀을 뻘뻘 흘리며 급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때였다.
인수는 거의 뛰어가듯 다가가 말했다.


“나, 중창단 하고 싶어.”


말을 꺼내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진영이 관심을 가져줄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진영은 이미 네 명을 모아둔 상태였다.
어느새 여섯 명.

인수는 속으로 웃었다.
이 정도면 충분한데.


하지만 진영은 고집스러웠다.


“여덟 명이어야 돼.”


피아노 반주자 얘기를 꺼냈더니, 진영은 고개를 저었다.


“없어도 돼. 내가 치면 돼.”


미칠 노릇이었다.

하지만 인수는 참았다.
그래, 먼저 여덟 명 만들자.
그러고 나서 정인이 얘기를 꺼내도 늦지 않아.

지금 모인 여섯 명은 대부분 서로를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도, 노래는 잘 맞았다.


퍼스트 테너에 신기.
세컨드 테너에 정우와 정태.
바리톤은 진영.
베이스는 원석과 인수.


파트가 기가 막히게 나뉘어 있었다.


‘비가 내리네.’


선곡도 좋았다.
이미 몇 주 함께 불렀고, 화음은 빠르게 잡혔다.

인수는 생각했다.

이제 두 명만 더.

그리고 피아노는—정인이다.


그 전제만 지켜진다면,
이 모든 게
자신이 상상하던 그림으로
완성될 터였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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