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정리하며

행복하길 바란다.

by hako

잠들지 못한 시간들 사이로
나와 너와 그들이 춤을 춘다.


새벽은 늘 그런 얼굴이었다.
하루의 끝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정리되지 않은 말들이었고,

하루의 시작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꺼내기 어려운 침묵이었다.

나는 그 애매함 속에 오래 머물렀다.
몸은 누워 있는데 마음은 서 있었고,
눈은 감겨 있는데 생각은 환했다.
깨어 있지도, 잠들지도 못한 시간.


그 시간에는 이상하게도 사람이 많았다.

나, 너, 그리고 그들.
한 명씩 오지 않았다.

겹쳐서 나타나고, 겹쳐서 사라졌다.
대화가 아니라 잔상처럼.
확신이 아니라 가능성처럼.
내가 놓친 장면들이, 내가 붙잡은 말들이,
끝나지 않은 해석들이 한꺼번에 춤을 췄다.


삶이 줄타기 같았다.
똑바로 걷는 척하지만, 사실은 매 순간 흔들렸다.
나는 그 줄 위에서 글을 썼다. 물타기 하듯.
남아 있는 감정을 조금 희석하면
떨어지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글을 쓰면서, 흘러가게 할 수 있었다.
나와 너와 그들이 한 곳에 엉기지 않도록.

마음이 한 점으로 굳어버리기 전에
문장이라는 물을 부어
다시 흐르는 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었다.


새벽은 내 글의 시간이 됐다.
잠이 오지 않는 게 문제가 아니라,
끝나지 않은 해석이 문제였으니까.

글을 쓰는 동안, 생각들이 자리를 바꿨다.
가슴 안쪽에서 부딪치던 것들이
조금은 흩어졌다. 정확히는 정리였다.
지우는 게 아니라,

감당 가능한 범위로 접어두는 일.


이제 새벽을 마무리한다.
깨어 있지도 잠들지도 못했던 시간들을.
그 시간에 머무르며 살던 방식을.


하지만 새벽은 여전히 올 것이다.
다만 나는, 그 새벽을 예전처럼 붙잡지 않으려 한다.
춤추는 것들을 억지로 세우지 않고,
흘러가는 것들을 흘러가게 두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내 하루로 돌아간다.


마지막 문장은 길지 않아도 좋다.
내가 버틴 시간은 충분히 길었으니까.


오늘은 이쯤에서,
새벽을 덮는다.



이제 그만 봄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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