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로 데뷔하기까지 1~2년 정도 계속 검토서를 썼다. 비록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보수는 형편없었지만 그래도 검토서 쓰는 일이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 계속 여러 분야 책을 읽으니까 나름 재미도 있었다. 문제는 내가 검토서를 진짜 못 쓴다는 거였다. 검토서를 쓰려면 기본적으로 내용을 잘 요약해야 하는데 나는 요약을 정말 못했다. 요약을 못 한다는 건 내용을 이해 못한다는 건데. 어떻게 하면 요약을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해봤지만 마지막으로 검토서 쓸 때까지도 그다지 나아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시간이 엄청 걸렸다. 검토서 마감일이면 밤을 샐 때도 많았다. 다행히 회사에서 정말 한가할 때가 많아서 그럴 때마다 검토서를 썼다. 검토서 퀄은 엉망이었는데 그래도 꾸준히 들어오기는 했다. 가끔 마감하고 다음 검토서 받기까지가 2~3주로 길어지면 엄청 초조하기도 했다. 데뷔도 못했는데 그거라도 계속 하고 있어야 번역계에 한 발이라도 담그고 있는 것 같아서.
그때는 세 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을 때였는데 하는 일도 없이 돈을 제법 많이 받았다. 일이 많으면 많은대로 싫었겠지만 너무 없어도 자괴감이 들고 힘들었다. 적어도 데뷔할 때까지는 회사에서 버텨야지 했는데 안그래도 매일 퇴사만 꿈꾸는 데다가 이런저런 일이 겹쳐서 좀 빨리 퇴사를 했다.
퇴사부터 데뷔까지는 몇 달이 더 걸렸다. 그동안 계속 검토서쓰고 가끔 샘플도 내면서 지냈다.
당연히 샘플은 계속 떨어졌고 회사도 그만뒀는데 얼른 데뷔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초조했다. 언제 데뷔하나, 데뷔할 수는 있을까, 회사도 그만뒀는데 이대로 계속 데뷔 못하면 뭐하고 먹고 살아야 하지. 회사를 그만두는 순간은 후련했지만 그 후로는 쭉 불안 속에 살았다. 그럴 줄 알고는 있었다. 그래서 더 다닐려고 했던 건데 그런데도 퇴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