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이제는 괜찮아져야지

by 스팅비 StinG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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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은 늘 조용한 얼굴로 온다.

우리는 자꾸 그것을 놓친다.
괜찮아졌다는 확신이 들 만큼 분명한 변화만 회복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어제와 오늘이 눈에 띄게 달라져야 하고,
아프지 않아야 하고,
무너지기 전의 나로 돌아가야만 비로소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연은 한 번도 그렇게 회복하지 않는다.

비를 오래 맞은 흙은
하루아침에 보송해지지 않고, 마르지 않는다.
상처 입은 나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매끈한 껍질을 되찾지 않는다.
대신 젖은 채로 마르는 시간을 견디고,
아문 자리에 결을 남긴 채
다시 계절을 건넌다.


자연은 늘 그대로 돌아가는 대신,
견딘 흔적을 품은 채
다시 살아간다.

사람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마음이 오래 젖어 있던 날들,
겨우 버티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다 지나가 버리던 시간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사실은 안쪽부터 조금씩 무너지고 있던 순간들.


우리는 그런 시간을 지나오면서도
자꾸 스스로를 다그친다.

이제는 괜찮아져야지.
이제는 잊어야지.
이제는 예전처럼 살아야지.

그런데 회복은
예전으로 돌아가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픈 시간을 없던 일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상처를 깨끗이 지워내는 일도 아니다.


그 시간을 통과한 내가
조금 달라진 숨으로,
조금 달라진 마음으로,
다시 오늘을 살아내는 것.
어쩌면 회복은 바로 그런 모습에 더 가깝다.

봄의 가지 끝에서 돋아나는 연한 잎도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이던 겨울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이미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 마음도 그렇다.

아직 웃는 일이 어색하고,
사소한 말에도 쉽게 흔들리고,
괜찮아졌다고 말하기엔 여전히 조심스러운 날들이 있다.
그래도 보이지 않는 안쪽에서는
조용한 회복이 분명 자라고 있다.


그러니 오늘의 네가
생각보다 느리다고 해서
너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들보다 오래 걸리는 것 같아도 괜찮고,
아직 아픈 자리가 남아 있어도 괜찮다.


자연은 단 한 번도
자기 속도를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

해가 지면 어두워지고,
비가 오면 젖고,
추운 계절이 오면 잎을 떨군다.
그건 약해서가 아니라
다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방식이다.


우리도 그렇다.

잠시 멈추는 날이 있는 것,
말없이 견디는 시간이 필요한 것,
조금 늦게 피어나는 것.
그 모든 것은 무너짐이 아니라
어쩌면 회복이 지나가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오늘 자연이 내게 가만히 알려주는 것은 이것이다.
회복은 소리 내어 오지 않는다고.
눈에 띄지 않아도 시작되고 있고,
더디게 보여도 분명히 오고 있다고.


감기와 초기 흡인성 폐렴으로부터 회복하는 동안,

지금도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오르는 순간에 있다.

그럴수록 나는

더 빨리 괜찮아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나를 재촉하게 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회복은 다그친다고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그래서 오늘은,

나를 조금 덜 몰아세우기로 한다.


아직 피지 않았다고 끝난 것이 아니고,
잠잠하다고 멈춘 것이 아니며,
늦었다고 틀린 것이 아니라는 걸
자연은 매일 말없이 증명해 주고 있었다.

회복은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번쩍 일으켜 세우는 기적이 아니라,
무너진 자리에서도 다시 숨 쉬게 만드는
아주 조용하고도 단단한 힘이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완전히 괜찮아진 뒤에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아직 아픈 채로도 다시 살아가면서
조금씩 회복되어 가는 존재인지 모른다.

그러니 오늘 네가 겨우 버티고 있다면,

그건 무너지고 있는 게 아니라—

다시 살아나는 중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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