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3] 너를 품에 안으면 [21장-1부] — 부메랑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21-1)
선율은 바디캠 파일을 클릭했다.
화면이 켜지자,
현장의 소리가 먼저 튀어나왔다.
순간 기억하고 싶지 않던 그날로 돌아갔다.
그날은 고위험 체포였다.
어린 딸아이가 있었다.
작고, 떨고, 숨을 멈추는 아이.
그 인간쓰레기는
그 아이를 자기 앞에 세웠다.
방패처럼.
현장은 순간 얼어붙었다.
선율의 손바닥에 땀이 찼다.
“아이 목에서 손 떼, 이 개새끼야!”
선율은 소리를 지르면서
그 인간이 자기 어린 딸의 목덜미를 잡고 있던 손을 가격했었다.
“지금 당장 아이 목에서 손 떼지 않으면…
너한테도 애한테도 끝장난다.”
그리고 그다음은
선율이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 됐다.
총이 보였고
테이저가 터졌고
몸이 굳었고
바닥에 쓰러졌는데도
그 새끼는 끝까지, 끝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체포는 끝났지만
지옥은 거기서 시작됐다.
그 인간쓰레기는
수갑을 찬 채로 바닥에 누워
갑자기 playing possum (자막: 천적인 앞에서 죽은 척하는 주머니쥐처럼 버티고 있었다.)
하기 시작했다.
숨을 안 쉬는 것처럼.
눈이 풀린 것처럼.
몸이 축 늘어진 것처럼.
선율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아—, 진짜 이 개씨발새끼… 끝까지 지랄이네…’
그때 FTO 밀러가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참나, 이 새끼… 우리한테 프레임 씌우려고 하네.’
“야.”
FTO 밀러가 그 인간도 아닌 인간의 어깨를 흔들었다.
“들리냐?”
“일어나 봐. 야— 정신 차려.”
대답이 없었다.
FTO 밀러는 놈의 손목 맥박부터 확인했다.
이어서 손을 목동맥으로 옮겨 다시 짚었다.
호흡까지 확인한 뒤, 짧게 내뱉었다.
“이 새끼 맥박 잡혀.”
밀러가 선율을 돌아봤다.
입은 닫혀 있었지만 눈빛은 분명했다.
‘이 새끼, 죽은 척하는 거다.’
바디캠이 돌아가는 순간부터
말 한마디도 함부로 내뱉으면 안 됐다.
감정대로 흘린 한마디.
무심코 튀어나온 한마디.
그 녹화된 말 하나가 나중에는
사람 하나를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분명한 유죄도
무죄처럼 포장되고,
케이스는 허무하게 공중분해된다.
그날은 그냥 한마디였는데,
시간이 지나면 그 한마디는
“의도”가 되고,
“태도”가 되고,
“과잉”이 된다.
보고서보다 먼저
영상이 재생되고,
현장보다 먼저
문장이 재단된다.
그래서 경찰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을 고른다.
욕이 아니어도,
비웃음이 아니어도,
숨소리 하나,
짧은 탄식 하나,
“됐다” 같은 말 하나가
나중에는
자기 자신을 찌르는 칼이 되어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했다.
한순간도 긴장을 놓으면 안 됐다.
선율은 눈을 떼지 못했다.
이런 놈들은 안다.
경찰이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
그때부터 판은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걸.
이런 놈들도 수없이 봐 왔다.
비슷한 사건들, 비슷한 프레임들.
유튜브로 퍼져 돌아다니는 케이스들,
같은 인간쓰레기들끼리 떠들며 공유한 경험들.
그런 말들은 순식간에 안에서 떠돌고,
사람들 입에 붙고,
결국 진실인 것처럼 눌어붙는다.
“과잉진압.”
“의료 방치.”
“경찰 폭력.”
한 번 저 말들이 붙기 시작하면
사실은 늦는다.
설명은 변명으로 들리고,
확인은 은폐로 몰린다.
그 단어들이
현장보다 먼저 사람을 죽인다는 걸
이 둘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FTO 밀러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
“오케이.”
그리고 딱 그 말이 나왔다.
“Sternum Rub."
(자막: 흉골 자극 반응 확인)
FTO 밀러의 엄지 관절이
그 인간의 가슴팍 한가운데를
아주 세게, 깊게 문질렀다.
원형으로.
더 세게.
더 깊게.
그 순간—
그 인간쓰레기의 얼굴이
아주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눈썹이 한 칸 내려가고,
입꼬리가 비틀리고,
고통이 ‘표정’으로 튀어나왔다.
선율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이 개새끼 살아 있네.’
FTO 밀러가 낮게 말했다.
“자, 반응했지.”
“눈 떠.”
“야, 인마 계속 이럴 거면 네가 더 손해다.”
그 인간은 그제야
숨을 들이마셨다.
마치
“어쩔 수 없이” 눈을 서서히 뜨기 시작했다.
FTO 밀러는 바로 선율에게 구급차를 부르라고 지시했었다.
그리고 선율은 그때
첫 번째로 생각했다.
이 개쓰레기 때문에 아사드는 그날 팔에 총상을 입었다.
절친이자 동료가 피를 흘리는 걸 눈앞에서 보면서도—
선율은 총구를 끝까지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 인간은 자기 딸을 앞에 세웠다.
인간 방패처럼.
테이저를 맞고 쓰러진 뒤엔,
이번엔 또 다른 연기를 시작했다.
숨을 멈춘 것처럼, 심정지가 온 것처럼.
나중에 “경찰 과잉체포” 프레임까지 씌우려고.
선율은 이를 악물었다.
이런 놈을…
병원까지 동행해서
‘안전하게 모셔 가야’ 한다는 게
현실이었다.
이런 인간을 바로 감옥행 대신 먼저
병원 치료까지 받게 해 줘야 된다니
목숨을 걸었던 모든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선율은 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오는 걸 눌렀다.
인권이 중요하다는 건 안다.
억울한 사람이 절차 하나 때문에 인생이 망가지면 안 된다.
무죄인 사람이 시스템에 깔리면—그건 사회가 끝나는 거다.
그런데.
이런 놈까지
같은 무게로 “보호”해야 하는가?
자신의 어린 딸을 인간방패로 쓰려던 놈이,
이제는 ‘의식 없는 척’으로
현장에 있던 경찰들을 괴롭히고
병원으로 “편하게” 실려 가려는 이 순간까지—
법은, 절차는,
끝까지 경찰들을 시험한다.
선율은 알았다.
이 싸움은
체포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리포트가 남고,
바디캠이 남고,
그리고 3년이 흐른 뒤, 지금—
생각하기도 싫은 그 사건이
선율에게 다시 부메랑처럼
날아오고 있었다.
그날 끝내 찾지 못했던 대마초.
그리고 그 사실이 리포트에 어떻게 남았는지에 따라,
그 한 줄이 언젠가 다시 꺼내져
자기 목을 조를 수도 있다는 걸
선율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선율은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대신 알았다.
이제는 기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다시 찾아봐야 한다는 걸.
바디캠을 확인하던 선율은
말없이 다른 장면으로 화면을 돌렸다.
그리고 보면 볼수록,
선율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졌다.
[PART 2/3] 너를 품에 안으면 [21장-2부] — 사라진 증거
(When I Hold You in My Arms)
구급차가 도착하고
병원.
침대에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한쪽 손목이 프레임에 고정된 상태다.
도망칠 수 없다.
무조건 감옥행이다.
그 인간쓰레기는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꼼수를 꺼냈다.
“야… 경찰.”
목소리는 갈라졌는데
눈은 이상하게 또렷했다.
“나… 주머니에 뭐 있어.”
“뭔데.”
그 인간이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이거 뭐야?”
“대마초 뭉치인데?”
선율의 손이 멈췄다.
FTO 밀러가 먼저 반응했다.
“뭐라고?”
“지금 그걸 왜 여기서 말해?”
그 인간은 표정을 바꿨다.
딱 “피해자”의 얼굴.
“그거 내 거 아니야.”
“너네가 넣었잖아.”
선율은 바로 깨달았다.
이 새끼가 노리는 건 두 개였다.
첫째.
“내가 미리 말했다”는 기록.
(감옥 들어가기 전 몸수색에서 발견되면 가중
처벌이 붙으니까, 그걸 피하려는 계산)
둘째.
“경찰이 심었다”는 프레임.
(어차피 못 빠져나가면, 경찰도 같이 끌고 들어가려는 방식)
FTO 밀러가 낮게 말했다.
“헛소리하지 마.”
“바디캠 다 찍혀 있어.”
그 인간은 웃었다.
“바디캠? 너네가 원하는 것만 찍히겠지.”
선율은 속으로 씹어 삼켰다.
‘… 내가 이송 전에 더 확실히 확인했어야 했다.’
현장은 정신없이 바빴다.
아동 분리. 안전 확보. 테이저. 구급대. 교통 통제.
그 와중에
선율은 다 “했다”라고 믿었다.
하지만 법정은
“했다”가 아니라
“어떻게 했는지”를 묻는다.
선율이 말했다.
“지금 발언 기록을 남깁니다.”
“입회자를 세우고 절차대로 확인을 요청합니다.”
그 인간은 침대 위에서 쉼 없이 악을 썼다.
“봐라! 지금도 조작하려는 거잖아!”
“너네가 과잉진압했잖아!”
“증거 일부러 나한테 심는 거 다 안다고!”
“전기총 쐈잖아, 이 새끼들아!”
“그것 때문에 나 심장 멎을 뻔했잖아!”
“아예 날 죽이려던 거였잖아!”
선율은 듣지 않았다.
듣는 순간 감정이 리포트를 망치고,
리포트가 망가지는 순간
그날의 진실은 사실이 아니라
서로 다른 주장 중 하나로 추락해 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며칠 뒤.
증거보관실에서
연락이 왔다.
“그때 병원에서 발견된 대마초… 증거로 안 올라갔습니다.”
“증거물 누락으로 보고 들어갔어요.”
“그리고 인수인계 기록에 공백이 있어요.”
공백.
그 단어가
선율의 목을 조였다.
현장?
구급차?
병원?
보안?
증거 봉투?
증거실?
어느 구간이든
한 칸이라도 비면
경찰은 피고가 된다.
선율은 그날 처음으로
‘99.99’라는 숫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느꼈다.
100이 아닌 99.99는
“거의 맞음”이 아니라
“0.01의 틈이 존재함”이라는 자백이었다.
[PART 3/3] 너를 품에 안으면 [21장-3부] — 소환장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21-3)
병원에서 나온 후 선율이는 그 인간을 직접 수감 절차에 넘겨야 했다.
지문 채취,
사진 촬영,
기록 확인.
끝까지 자기 손으로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생각에
선율의 얼굴은 돌처럼 굳어졌다.
그 인간 몸에 손도 대기 싫었지만
절차상 피곤이 몰려와도 끝까지
수감 절차를 마쳐야 했다.
보통 수감 절차는 빨라야 2~3시간 정도 걸린다.
그 후 시간이 흐른 지금 3년 전보다
선율은 더 바빠졌고 더 많은 사건을 처리했고
더 많은 리포트를 썼다.
그리고 현재 형사과 브리핑룸.
벽에 뜬 제목이 바뀌었다.
[OPERATION]
(자막: 작전 브리핑)
아동 성매매
마약 유통
무장 강도
팀장이 말했다.
“야, 로버트.
난 네가 나와 줄 거란 거 믿었다.”
“힘든 거 알겠는데 이것만 끝내고 바로 쉬어.
자 그럼 간단하게 브리핑 들어간다.”
“이번에도 이 자식 또 나왔어.”
“마약이 발견되자마자—”
“‘내 거 아니다.’”
“‘또 경찰이 넣었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선율의 머릿속에서
하얀 병실 커튼이 다시 내려왔다.
침대.
수갑.
그리고 그 말.
“너네가 넣었잖아.”
팀장이 선율을 똑바로 봤다.
“로버트.”
“너 3년 전 그 사건을 담당했었지?”
선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팀장이 말을 짧게 자르듯 말했다.
“법원에서 다시 부른다.”
“변호인이 그 사건을 전력으로 가져가는 것 같다.”
“‘3년 전에도 경찰이 증거를 심었다고 주장했었지’—”
“이번 사건도 그 프레임으로 흔들려고 하고 있어.”
선율은 숨을 삼켰다.
이건 대마초 때문이 아니다.
이건
기록 때문이고
신뢰 때문이고
그 0.01%의 틈 때문이었다.
그때 문이 열렸다.
행정 직원이 종이 한 장을 들고 들어왔다.
SUBPOENA
(자막: 법원 소환장)
선율은 종이를 받는 순간
손끝이 차갑게 굳었다.
종이 한 장이
3년을 한 번에 되돌렸다.
팀장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네가 무죄여도,”
“기록이 흔들리면 끝이야.”
선율은 종이를 접지 않았다.
접는 순간
이게 ‘과거’가 되는 것 같아서.
그리고 생각했다.
인권은 중요하다.
무고한 사람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아동을 팔고
마약을 굴리고
총을 들고
경찰을 프레임으로 끌고 들어가는 놈들까지
법이 끝까지
같은 무게로 보호해야 한다면—
그 보호는
대체 누구를 위한 건가?
선율은 고개를 들었다.
이제 싸움은
현장이 아니라
문장이다.
리포트한 줄.
바디캠 한 프레임.
그리고—
인수인계 공백 한 칸.
그 한 칸의 빈틈을
저 인간쓰레기가
칼처럼 쥐고 파고드는 게 느껴졌다.
—다음: 22장-1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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