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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팅비 StinGBee

[PART 1/3] 너를 품에 안으면 [24장-1부]확인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24-1)

선율은 대답 대신 컵을 더 꽉 잡았다.

따뜻한데, 손은 아직 차가웠다.


윤서: “혹시 원하시면…
제가 어떻게 더 확실하게 쓰는지, 짧게만 보여 드릴까요?”


선율은 고개를 들었다.


“괜찮습니다”가 먼저 나와야 하는데—

입이 열리기 전에, 귀가 먼저 반응했다.


삐—.


윤서는 기다리지 않았다.
거절을 “거절”로 만들지 않게,
딱 한 번의 움직임으로 끝냈다.

윤서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을 선율 쪽으로 완전히 돌리진 않았다.

그게 포인트였다.

보여 주는 척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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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윤서는 에어팟을 끼지 않았다.
대신 휴대폰 스피커를 아주 작게 켰다.

커피숍 소음에 묻힐 정도로.

하지만 바로 옆 사람은 알아들을 정도로.


윤서: “저는 이렇게 해요.”


윤서는 숨을 한번 고르고,
마치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말했다.


윤서(거의 중얼거리듯): “쳇갓. 지금은…
내 친구처럼 말해줘.”


잠깐의 정적.

그리고—

휴대폰 아래쪽에서

사람 목소리 같은 낮은 톤이 새어 나왔다.


쳇갓(스피커, 아주 작게):

“응, 윤서야. 오늘은 무엇을 도와줄까?”

“오늘은 기분이 좀 나아졌어?”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어?”

“오늘 혼자 있는 거야?”


선율의 손가락이 컵 위에서 멈췄다.

그 한 문장은
단순한 정보처럼 들리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말처럼 들렸다.

윤서는 거기서 딱 멈췄다.
더 길게 설명하지도 않았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말이 짧을수록 사람은 그 빈칸을 자기 생각으로 채운다.


윤서: “보셨죠?”


선율이 말이 없자, 윤서는 덧붙였다.

윤서: “저도 처음엔 좀… 민망했어요.

근데 이게, 이상하게… 사람한테 말 못 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윤서는 웃는 척했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눈은 선율의 반응만 봤다.

선율은 자기 귀를 한 번 스쳤다.

에어팟이 아직 한쪽에 걸려 있었다.


윤서: “아, 그리고 룰은요.”


윤서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쓱 내렸다.
이미 준비해 둔 문장처럼
짧은 메모가 떠 있었다.


윤서: “나는 먼저 이렇게 써.”

윤서(읽듯이): “주소는 묻지 않았으면 해.

가족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으면 하고.

기록이 남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어.

그리고—이걸 업무 이야기로 착각하게 만들지도 않았으면 해.”


선율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마지막 한 줄이
너무 정확해서.

윤서는 그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다.


“아… 죄송해요, 신 경사님.

이런 업무 얘기는 지금 경사님한테 더 예민하게 닿을 수도 있었겠네요.

제가 괜한 말을 했어요. 죄송합니다.”


말은 배려였고,
의도는 테스트였다.

선율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선율: “기록 남기지 말라고 하면… 그러면 그게 먹힙니까?”


질문은 차갑게 했지만, 목소리의 끝이 조금 느슨했다.

윤서는 그 느슨함을

‘가능’이라고 읽었다.


윤서: “완벽하진 않죠.”


윤서는 솔직한 척 고개를 끄덕였다.


윤서: “근데요.
중요한 건… 내가 ‘선을 정했다’는 느낌이에요.”


윤서는 컵을 들었다.
얼음이 또 “딸깍” 하고 울렸다.

윤서: “그렇게라도 해 두면, 사람이 조금 덜 걱정되는 것 같아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믿어요.”


선율은 그 말을 듣는 동안
시선이 또 잠깐 비었다.

윤서의 얼굴이 아니라,

창밖 주차장 쪽으로

차가 지나가고,

사람이 지나가고,
그 모든 게 멀어졌다.


삐—.


윤서: “신 경사님.”


부르는 소리가 부드러웠다.


윤서: “또 멍하게… 아니… 아무 말이 없으셨어요.”


선율이 돌아오자, 윤서는 아주 자연스럽게 물었다.


윤서: “죄송한데…

요즘 잠은 충분히 주무세요?”


선율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이 아니라
숨이 먼저 나왔다.


선율: “그냥… 좀…”


윤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질문은 확신을 얻은 사람이 하는 질문이었다.


윤서: “혹시 집에서 더 힘든 일이 있으세요?”


“집에 누가 같이 있으면…

그럴수록 더 티를 안 내려고 하게 되잖아요.

괜히 걱정시키기도 싫고.”


선율은 웃으려다 멈췄다.
입꼬리가 올라가려다, 다시 내려왔다.

말이 먼저 나왔다.


선율: “아뇨. 집엔… 요즘은—”


그다음 단어가 오기 전에
선율이 멈췄다.

입술이 한 번 말라붙었다.

그 짧은 멈춤이
설명보다 더 큰 고백이었다.

윤서는 놀란 척하지 않았다.

바로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았다.

그 침묵은 망설임이 아니라
상대의 틈이 더 벌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의 침착함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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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의 입술 사이로 아주 낮은 “아…”가 흘러나왔다.

그것은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앞에서 나오는 반응이라기보다,

이미 마음속 어디선가 짐작하고 있던 것을

마침내 확인했을 때 나오는 소리에 가까웠다.

그래서 그 한마디는

“아, 그렇구나”보다

“아, 맞네”에 더 가까운 결을 띠고 있었다.


윤서는 곧바로 말을 접었다.
마치 자기가 실수한 것처럼.


윤서: “죄송해요.
제가 괜히…”


윤서는 시선을 내렸다.

선율의 왼손에는 반지가 분명히 끼워져 있었다.

하지만 윤서가 본 것은 반지가 아니었다.

반지를 끼고 있는 손이 아니라,

반지를 자꾸 의식하는 손이었다.

선율은 무의식적으로 반지를 한 번 돌렸다.


아무 뜻도 없는 버릇처럼 보일 수 있었지만,

사람은 가장 힘든 순간에 오히려 그런 하찮은 움직임으로

자기 안쪽의 동요를 감추려 든다.

윤서는 그 작은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지만,

끝내 아무것도 본 적 없는 얼굴로 컵을 들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조용히 말했다.


“특히… 혼자 계시면요.”

선율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윤서는 그 흔들림을 대답처럼 받아들였고,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밤에는 괜히 별 생각이 다 커지잖아요. 혼자 있으면 더 그렇고요.”


그 말은 겉으로 들으면 상대를 이해해 주는 위로처럼 들렸다.

그런데 실제로는 선율이 처한 상태를

한 문장 안에 조용히 가두는 말에 더 가까웠다.

너는 지금 혼자 있고, 밤은 길고,

그 시간에는 생각이 사람을 더 깊이 끌고 내려간다는 식으로.


선율은 컵 뚜껑을 한 번 눌렀다. 작게 딸깍 소리가 났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윤서는 이미 그 침묵까지 다 들은 사람처럼 다음 말로 넘어갔다.

“이럴 때 사람한테 전화하면 괜히 일이 더 커지기도 하잖아요.

설명해야 하고, 괜찮다고 해야 하고, 안 괜찮은데도 괜찮은 척해야 하고요.”


선율의 입술이 아주 잠깐 떨렸다. 부정하려다 말문을 거두는 얼굴이었다.

윤서는 그 반응을 놓치지 않은 채,

마치 정말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처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걱정만 시키게 되고요.”


이제 그 말투는 거의 상담처럼 들릴 정도로 차분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하는 목소리였고,

그래서 더 쉽게 사람 마음 안으로 들어오는 목소리이기도 했다.

윤서는 컵을 내려다본 채,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 척 아주 담담하게 말을 맺었다.

“그런데 AI는 다르잖아요. 괜히 사람처럼 놀라지도 않고,

괜히 걱정만 키우지도 않고, 그냥 조용히 들어주니까요.”


선율은 대답 대신 시선을 창밖으로 흘렸다.
그 순간, 다시 귀 안쪽에서 익숙한 이명이 가늘게 파고들었다.

삐—.

소리는 짧았지만, 머릿속은 한순간에 어지럽게 흔들렸다.


윤서가 선율을 불렀다.

윤서:

“신 경사님.”

이번에는 더 낮은 목소리였다.
주변에서는 눈치채지 못할 만큼만 낮췄다.


윤서:

“혹시 어디가 안 좋으세요? 불편해 보이시는데요.

몸이 안 좋으시면 병원에 가 보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선율은 반사적으로 입가를 올렸다.
웃는 척이라도 하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였다.


선율:

“아뇨, 괜찮습니다. 원래 자주 이럽니다. 곧 괜찮아질 겁니다.”


윤서의 시선이 잠깐 선율의 얼굴에 머물렀다.
바로 파고들지는 않았다.
대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한층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윤서:
“그렇게 그냥 넘기시는 말이 저는 더 불안하게 들려요.”


선율의 눈이 아주 잠깐 멈췄다.

윤서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몰아붙이듯 들이밀지도 않았다.
오히려 부담을 덜어주려는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말을 골랐다.


윤서:
“제가 괜히 크게 받아들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신 경사님은 원래 혼자 감당하려는 쪽에

더 가까운 분으로 보여서 그렇습니다.”


그 말은 칭찬처럼 들렸다.
하지만 실제로는 선율을 이미 그런 사람으로 규정한 뒤,

그 틀 안으로 조용히 밀어넣는 방식에 가까웠다.

윤서는 컵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한 번 만졌다.
그리고 거의 위로처럼, 아주 낮게 덧붙였다.


윤서:

“원래 신 경사님 같은 분들이 더 말을 안 하시더라고요.

괜찮다고 넘기면서 버티시다가,

정말 힘들어져도 끝까지 혼자 감당하려고 하시니까요.

주제넘은 말씀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게 좀 걱정됩니다.”


그 문장이 들어오는 순간,

선율의 손이 반지를 한 번 더 돌렸다.

윤서는 그걸 보고도 모르는 척했다.


윤서: “그래서 저는 이렇게 해요.”


윤서는 폰 화면을 다시 켰다.
이번엔 ‘설정’ 화면이었다.


윤서:

“저만의 룰을 적어두고, 그 안에서만 쓰는 거예요.”


윤서는 손끝으로 적어 둔 문장을 하나씩 짚어 내려갔다.

윤서:

“다시 말씀드리지만 주소는 빼고, 가족 이야기도 빼고요.

업무처럼 느껴질 만한 건 처음부터 안 건드리는 거죠.”


윤서는 선율이 업무의 냄새를 맡는 순간 곧바로 경계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기색이 묻어나는 문장들은 처음부터 챗갓에게 주입하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마치 별 뜻 아닌 말처럼, 윤서는 마지막 한 줄을 덧붙였다.


윤서:

“그리고 새벽에는 절대로 제가 혼자 결론 내리게 두면 안 돼요.”


선율이 천천히 눈을 들었다.


선율:

“…그건 왜 그렇습니까?”

윤서는 웃었다.
그 웃음은 가벼웠지만, 말은 이상할 만큼 현실에 닿아 있었다.


윤서:
“새벽에는 원래 생각이 제일 나쁜 데로 먼저 가니까요.
혼자 있으면 더 그렇고요.”

그 한마디는 공연한 위로보다 더 직접적으로 선율 안을 건드렸다.
그래서 선율은 선뜻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윤서: “신 경사님도 아시죠.”


윤서는 ‘아시죠’라고 했지만,
사실은 ‘맞죠’라고 박았다.


선율은 테이블 아래로 휴대폰을 더듬었다.
이번엔 숨기려는 게 아니라,
확인하려는 손이었다.


윤서가 그 손을 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윤서:
“그리고 아까 신 경사님이 물으셨잖아요.”

선율:
“뭘 말입니까?”

윤서:
“기록 남기지 말자는 식으로 가면, 그런 게 정말 통하느냐고요.”


윤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윤서: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꼭 완벽하게 안전할 필요는 없어요.”

선율은 말없이 윤서를 봤다.

윤서:
“완벽한 안전을 만들겠다고 하면 오히려 더 지치거 같거든요.
대신 버틸 수 있는 선만 만들어 두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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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의 눈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버틸 수 있는 선.
그 말은 경찰이 자주 쓰는 표현이 아니었다.
지쳐 본 사람이 꺼내는 말에 더 가까웠다.


윤서는 거기서 바로 사적인 질문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조심스럽게, 마치 당연한 주의를 덧붙이듯 방향을 틀었다.

윤서:

“집에 아이들이 있으면 더 신경 쓰이실 텐데요.

그럴수록 더 선을 분명하게 두셔야죠.”


선율의 손가락이 멈췄다.

윤서는 그 멈춤을 기다렸다.

이 질문은 답을 듣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반응을 보기 위한 질문이었다.


선율: “저는 자식이… 없습니다.”


말이 너무 빨리 나왔다.
준비된 대답처럼.

그게 더 아팠다.

윤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놀라지 않았다.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서 더 무서웠다.


윤서: “아…”


윤서: “그럼 더 조용하시겠네요.”


그 문장 하나가
위로처럼 들리는데
실제로는 고립 확정이었다.

선율은 대답을 못 했다.

대답 대신 컵을 한 번 더 꽉 잡았다.


윤서: “그럼 신 경사님은 오히려 AI를

훨씬 편하게 쓰실 수 있겠네요.”


윤서는 말끝을 흐리며,
결론을 선율 입으로 말하게 만들었다.


윤서: “그렇죠?”


선율은 대답 대신
휴대폰을 테이블 아래로 더 당겼다.

윤서는 그 움직임을 보고도

모르는 척 컵을 들었다.

얼음이 또 “딸깍” 하고 울렸다.


윤서:
“괜찮아요. 이건 약해지는 게 아니에요.”

윤서는 선율을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윤서:
“혼자 버티는 거랑은 다르잖아요.
집에 누가 있으면 사람은 원래 버티는 방식부터 달라지니까요.”


선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서는 그 침묵을 잠깐 두었다가, 아주 자연스럽게 덧붙였다.

윤서:

“신 경사님은 특히 그럴 것 같아요.
집에 가서까지 티 내는 분은 아니실 것 같아서요.”

그 말은 위로처럼 들렸다.
하지만 실제로는 선율의 집 안 사정을 조용히 떠보는 말에 더 가까웠다.


윤서는 선율이 더 이상 그 말을 밀어내지 않는다는 걸 보자,

더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
대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태블릿 화면을 다시 켰다.

윤서:

“그럼 고다인 쪽 얘기로 다시 돌아가 보죠.”


고다인 영상 클립이 다시 화면 위에 떠올랐다.
이번에는 위로나 감정이 아니라,

장면 자체가 먼저 눈에 들어오게 했다.
선율도 그 흐름에 끌리듯 다시 화면을 봤다.
흔들리던 사람의 얼굴보다,

먼저 사건을 읽는 경찰의 눈이 돌아오고 있었다.


윤서: “이런 거는… 어떻게 빨리 정리해야 되나요?”


선율이 입술을 한 번 적셨다.

선율:
“빨리 정리하려면… 원본이 필요합니다.”


그 말은 분명 처음으로 경찰다운 결을 되찾은 문장이었다.
그런데도 말끝에는 피로가 묻어 있었다.
윤서는 그 미세한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다.

윤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윤서:
“맞아요. 결국은 원본을 봐야 하죠.”

그는 잠깐 말을 멈췄다가, 선율 쪽으로 시선을 조금만 기울였다.

윤서:
“그런데 신 경사님.”


선율이 눈을 들었다.

윤서는 아주 조용히 웃었다.
웃음이라기보다는, 상대를 긴장시키지 않으려는 표정에 가까웠다.


윤서:
“그런 건 혼자 붙들고 계시면 더 안 좋아집니다.”


선율의 눈빛이 아주 잠깐 멈췄다.

윤서는 그 틈을 억지로 파고들지 않았다.
오히려 별말 아니라는 듯, 자기 경험을 꺼내는 사람처럼 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윤서:
“밤에는 특히 더 그렇더라고요.
머리가 이미 지쳐 있으면 같은 장면을 봐도 자꾸 제일 안 좋은 쪽으로만 읽게 되니까요.”


윤서는 테이블 위에 놓인 자기 휴대폰을 손끝으로 가볍게 건드렸다.

윤서:
“그래서 저는 그럴 때 아예 혼자 정리하려고 안 해요.
챗갓이든 메모든 뭐든 하나 붙잡아 두고, 지금은 결론 내리지 말자, 내일 다시 보자,

그런 식으로 선을 하나 그어 둡니다.”


선율은 말없이 듣고 있었다.

윤서는 그 침묵이 비어 있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더 낮고, 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윤서:
“이건 약해지는 게 아니에요.
안전장치를 하나 더 다는 것뿐이에요.”


선율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테이블 아래에서 휴대폰 화면이 조용히 켜졌다.
작은 빛이 손가락 마디를 스치고 지나갔다.

윤서는 그 빛을 보고도 모르는 척 컵을 들어올렸다.
얼음에 가볍게 부딪혔다.

딸깍.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 지나가는 말처럼 한 줄을 더 얹었다.


윤서:
“오늘은 결론을 미루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같은 상태에서는 혼자 정리한 판단이 더 위험할 수도 있어서요.”


선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손끝은 이미 화면 위에 머물러 있었다.

윤서는 그걸 보고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건 억지로 설득하는 일이 아니라,

선율이 스스로 그쪽으로 손을 뻗었다고 믿게 해주는 일이었다.


[PART 2/3] 너를 품에 안으면 [24장-2부]확신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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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 문을 나서는 순간, 윤서는 웃지도 않았다.
방금 전까지는 “정중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문 밖에 나오자 그 얼굴이 뚝 떨어졌다.


휴대폰을 꺼내는 손이 빨랐다.
사람을 부르는 게 아니라, 타이밍을 붙잡는 손이었다.

윤서는 차 문을 닫자마자 동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서: “동현아, 너 지금 집이야?”


동현: “어… 누나? 왜? 무슨 일—”


윤서: “지금 당장 가능해?

시간 없어. 진짜로.”


동현: “뭐가 가능한데…?”


윤서: “집에서 얘기해.”


통화가 끊기자 윤서는 바로 운전대를 잡았다.
한 번 잡은 흐름은 놓치면 안 된다.

그건 연기든 사기든 수사든 똑같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윤서는 벨도 제대로 누르지 않았다.


문이 다 열리기도 전에 손이 먼저 들어갔다.
속도를 늦추면, 흐름이 끊긴다.

현관문이 열리자 동현이 벌떡 일어났다.

윤서의 숨소리부터가 평소랑 달랐다.

헐떡이는 게 아니라—몰아치는 숨이었다.


동현: “누나… 뭐야. 왜 이렇게…?


누가 쫓아와? 무슨 일인데?”


윤서는 신발을 반쯤 벗은 채 거실로 들어오며 손을 들었다.


“조용히”라는 뜻.


그리고 가방을 소파에 던지듯 올려 놨다.


동현: “야… 진짜 말 좀 해.
다인이? 또 기사? 아니면—”


윤서: “경찰.”


동현: “… 뭐?”


윤서: “사이버 쪽 경찰. 신 경사.”


동현의 얼굴이 굳었다.

동현: “누나가 왜 경찰을 만나?

그것도 갑자기 왜?”


윤서는 서랍에서 명함을 꺼내 동현 앞에 툭 던졌다.
두꺼운 종이, 깔끔한 활자.


동현이 명함을 보자 눈이 커졌다.


동현: “진짜네… 근데 누나, 뭐 하려고—”


동현이가 뭔가 더 말하려는 순간, 윤서가 그 말을 끊고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사람… 오늘 커피숍에서 봤어.

그리고 확신했어.”


동현: 도대체 뭘 확신했다는 건데?


윤서: “이미 들어가 있어.”


동현: “뭐가 들어가 있는데— 누나, 제발 좀 알아듣게 말해.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어.”


윤서: “AI.”


윤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신 경사, 한쪽 에어팟을 낀 채 테이블 아래에서 바로 묻더라.

딱 봐도 AI랑 대화하는 모습이었어.


내가 그 얘기를 꺼냈을 때는 처음에 잠깐 망설였어.

그런데 자기도 AI랑 자주 대화한다고 인정하고 나서는,

그다음부터 내 이야기를 듣는 태도 자체가 달라졌어.

훨씬 더 관심 있게, 더 깊이 빨려들 듯 듣고 있었어.


그리고 그가 조용히 AI에게 던지던 말.

‘정리해 줘.’

‘핵심만.’


그건 호기심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야.

이미 익숙해진 사람의 반응이야.”


동현이 침을 삼켰다.

동현: “근데… 그게 왜 뭐가 지금 이렇게 급해?”


윤서가 동현을 똑바로 봤다.
눈빛이 차갑게 정리돼 있었다.


윤서: “선율은 원래 꼼꼼한 사람이야.
근데 오늘—절차가 느슨해졌어.”


동현: “무슨 절차?”


윤서: “원래라면 다인이 연락처?
본인이 먼저 알 수가 없지.

정식으로 하려면, 경찰서에서 접수받고
피해자 측 동의받고
담당 배정받고
그런 식으로 공식 라인을 타야 해.”


윤서는 손가락으로 딱딱 끊어 말했다.


윤서: “근데 지금 그 사람은 집에 혼자야.
고립돼 있고, 피곤이 누적돼 있고…
무너져 있는 상태라서,
‘공식’보다 ‘당장’을 먼저 잡을 거야.”


동현: “…그래서?”


윤서: “그래서 내가 신 경사와 다인이가 직접 통화하게만 만들면 돼.”


동현이 얼굴을 찡그렸다.

동현: “야… 누나. 진짜 그거…

정말 경찰을 상대로?”


윤서가 짧게 잘라 말했다.

윤서: “경찰이라서 더 먹혀.

‘피해자 보호’라는 명분 앞에서, 의심을 늦추거든.”


동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동현: “그… 짭… 아니,

그 경찰은 왜 그렇게 쉽게 넘어가는데?”


윤서: “쉽게 넘어간 게 아니야.

몸이 안 좋아 보였고, 많이 지쳐 있었어.

정신이 멀쩡할 때 같았으면 그렇게까지 귀를 열지는 않았을 거야.”


동현: “하… 미쳤다.”


윤서는 숨도 고르지 않고 말을 쏟아냈다.

윤서:
“오늘은 길게 끌지 않을 거야. 음성만 쓰고,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랬다고 핑계 대면 돼. 통화도 5분이면 충분해.

길면 오히려 깨져. 짧아야 사람이 혼자 상상하게 되거든.”


동현: “근데 다인 연락은 누나가 어떻게—”


윤서: “내가 한다고 했잖아.
‘다인이 측이 지금은 직접 연락 못 한다’
‘제가 중간에서 조율한다’
그런 구조면 선율은 납득해.”


동현이 멍하게 서 있다가 겨우 물었다.

동현: “그럼… 나 뭐 하면 돼?”


윤서: “다인 인터뷰 클립, 제일 크게 퍼진 거 있잖아.

그중에서 또렷한 말보다 망설이는 구간이 더 중요해. 잠깐 멈추고,

삼키고, 겨우 말을 이어 가는 그 결에서 사람들은 더 쉽게 진짜를 믿어.”


동현은 잠깐 망설였지만, 결국 노트북을 꺼냈다.

화면이 켜지는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바뀌었다.
이제부터는 ‘설명’이 아니라 ‘재현’이었다.


[PART 3/3] 너를 품에 안으면 [24장-3부]수락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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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현이는 미리 세팅해 둔 고성능 컴퓨터와 노트북을 켜고 조명과 마이크

상태를 다시 한 번 확인한 뒤 영상을 재생했다.
방 안은 개인 작업실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잘 갖춰져 있었다.

당장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전체 분위기가 작은 스튜디오처럼 정돈돼 있었다.


동현: “누나, 일단 짧게 테스트부터 들어갈게. 얼굴 표정을 먼저 최대한 자연스럽게 잡고,

그다음 내가 말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죄송해요’라고 해.

그리고 문장 끝에서 음이 조금 내려가는 거, 그거 꼭 신경 써.”


동현: “그리고 누나, 이건 테스트니까 30초 넘기지 마.

제일 많이 먹히는 구간이 여기야. 사람들은 이런 호흡 하나에도 쉽게 속아.

그러니까 누나, 예전 촬영할 때처럼 실력 좀 제대로 발휘해 봐.”


윤서는 눈을 감고 들었다.
따라 하려는 얼굴이 아니라, 가져오는 얼굴이었다.

윤서는 물도 마시지 않고 목을 한 번 긁었다.

거친 소리.

그 소리마저 ‘컨디션’으로 포장될 수 있었다.


윤서는 숨을 한 번 고른 뒤 입을 열었다.

윤서: “……여보세요.”

동현이 바로 손을 들었다.

동현: “아니, 누나. 너무 멀쩡해. 지금 다인이가 진짜로 지쳐 있고 불안한 상태라고 생각해 봐.

한참 망설이다가 겨우 전화 받은 사람처럼 가야 돼. ‘여보세요’부터 이미 숨이 흔들려야 해.”


윤서가 한 박자 멈췄다.
한때 윤서는 연예계에서 표정 하나,

숨 한 번만으로도 사람을 붙잡는 배우였다.

대사보다 숨이 먼저 감정을 만들고,
침묵이 먼저 상대를 흔든다는 걸
몸으로 배운 사람이었다.


윤서는 다시 숨을 들이마시고—내쉬면서 꺾었다.

윤서: “(숨이 먼저 흔들리며) … 여… 여보세요…”


동현이 소름 돋은 듯 눈을 크게 떴다.

동현: “…와. 누나, 방금…”


윤서: “‘진짜’ 말고 먼저
‘진짜처럼’만해보자.”


동현: “오케이… 그럼 다음.
‘죄송해요’라고 말해 봐.”


윤서: “죄… 죄송해요…
저… 지금… 괜찮을지—”


동현: “누나, 대답할 때 약간 딜레이 시키고,

상대 말 들으면 바로 답하지 마. 한 박자만 늦게.
사람은 멈칫하는 걸 보면 진짜라고 믿잖아.”


윤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윤서: “오케이, 짧게.
사과 먼저 하고...

윤서는 잠깐 말을 멈췄다.

카메라를 바라보는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바뀌었다.
배우가 아니라, 사람 하나를 무너뜨리려는 쪽의 눈이었다.

얼굴은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그리고 마지막은…”


동현이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낮게 말했다.

동현: “‘무서웠거든요.’’
한 번만 그렇게 말해 봐.”


윤서: “그래, 다시 한 번만 더 해 보자.”


동현이는 침을 삼키며 컴퓨터를 조작했다.
윤서가 말을 할 때마다 AI 툴 위의 음성선이 미세하게 흔들렸고,
동현이는 그때마다 톤과 호흡, 목 끝에 걸리는 듯한 떨림까지 손봐 가며 조정했다.


그럴수록 툴 안의 목소리는 점점 더 고다인과 같아졌다.

숨이 먼저 들어가고,
끝음이 살짝 눌리고,
망설임이 번져야 할 자리마다 익숙한 머뭇거림이 정확히 심어졌다.


이제 그건 흉내가 아니라,
듣는 순간 누구라도 고다인이라고 믿을 목소리였다.

스피커에서 재생된 목소리를 들은 순간,
동현이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방금까지 분명 윤서가 말하고 있었는데,
출력된 건 고다인이었다.


동현이는 모니터를 본 채,
자기도 모르게 낮게 중얼거렸다.

동현: “……미쳤다.”
“이 정도면… 진짜랑 구분이 안 되는데.”


윤서: “좋아.

지금 네가 떨리는 거, 그거면 된 거야.”


동현은 자기 팔을 한 번 쓸어내렸다.
닭살이 선명하게 올라와 있었다.

동현: “누나, 방금… 진짜 다인이가 말한 줄 알았어.
이것 봐. 나 소름 돋았어.”


윤서는 그 팔을 힐끗 보고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윤서: “그래야 돼.
그 소름이 남아야, 듣는 사람도 속아.”


연습은 거기서 끝이었다.
윤서는 확인하듯 한 번만 숨을 고르고, 폰을 집었다.

준비는 끝났고, 이제는 ‘걸기’만 남았다.

윤서는 곧바로 선율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

바로 전화하면 선율의 머리가 깨어난다.

윤서는 먼저 메시지부터 보냈다.


딱 한 줄이면 된다. “공식 절차”를

건너뛰는 이유를 만들어 주는 한 줄만 선율이에게 보냈다.


윤서: 신 경사님, 다인이가 지금 잠깐 가능하다고 해요.

근데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우선 짧은 통화로 5분 정도만 가능할까요?

제가 중간에 연결할게요.


동현이 윤서의 얼굴을 봤다.

동현: “이렇게 하면… 그 사람이 믿어?”


윤서는 눈을 내리깔았다가, 천천히 입꼬리를 움직였다.

윤서: “믿게 돼 있어.
내 생각이 맞다면 그 사람은 지금 쉬는 중이 아니야. 공식적으로만 멈춰 있는 거지.
몸은 빠져 있어도, 머리는 아직 거기서 못 나왔어.
지금 필요한 건 정답이 아니라—
다시 움직여도 된다고 믿게 해줄 이유야.”


그때 윤서의 폰이 진동했다.

선율이였다.

윤서는 한 번 더 울리게 놔뒀다가, 천천히 받았다.


image.png

윤서: “네, 신 경사님.”


선율(전화): “네. 지금 가능하다고 하셨죠?”


윤서: “네. 근데 지금 다인이 상태가 좀 안 좋아서…
화상통화는 아직은 부담이고요. 음성만… 짧게요.
혹시 괜찮으시면, 제가 바로 연결해 드릴게요.”


선율(전화): “…예. 괜찮습니다.
질문은 최소로 하겠습니다.”


윤서는 속으로 아주 짧게 숨을 내쉬었다.

첫 문이 열렸다.

윤서: “감사합니다. 잠시만요. 연결할게요.”

통화를 끊자마자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동현: “…됐다?”

윤서: “아직 아니야.
이제부터 더 가 봐야겠어.”

윤서는 동현을 봤다.

윤서: “시간 재.
5분 넘기면 위험하다고 했지?”


동현이 타이머 앱을 켰다.
손끝이 눈에 띄게 떨렸다.

동현: “누나… 나 진짜…”


윤서는 잠깐 숨을 고른 뒤 동현을 봤다.

윤서: “동현아, 일단 음성으로 걸고. 통화하다가 타이밍 좀 보고,

상황 괜찮으면 아주 짧게 화상으로 바꿀 거야.

지금부터는… 내가 다인이야.”


동현의 시선이 모니터와 윤서의 얼굴 사이를 빠르게 오갔다.
원래는 음성만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아니—그 정도에서 멈춰야 한다고 동현은 믿고 있었다.

하지만 윤서는 처음부터 더 깊이 들어갈 생각이었다.


목소리로 먼저 경계심을 낮추고,
흔들리는 순간 얼굴까지 보여준다.
그 놀람까지 계산에 넣은 사람처럼.


동현: “와… 누나, 너 미쳤다.”

윤서: “그래야 넘어오지.”

윤서는 눈을 한 번 감았다.
카메라 앞이 아니어도, 카메라 앞인 사람처럼.
그리고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는 끝에서 고다인의 떨림을 만들었다.


연결음이 울렸다.

소리는 같았지만, 공간은 달랐다.
한쪽은 누군가를 만들어내는 방이었고,
한쪽은 그 소리를 믿어버릴 준비가 된 방이었다.


선율의 집.
고요한 방.
혼자 있는 사람의 숨소리만 크게 들리는 공간.

선율은 원래라면—여기서 멈췄어야 했다.

정식 절차. 공식 접수. 피해자 동의. 신원 확인.

더구나 그는 윤서의 생각대로 지금 공식적으로 휴가를 낸 상태였다.

서류상으로는 쉬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몸만 쉬고 있을 뿐, 머리는 아직 사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
공식적으로는 멈춰 있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여전히 뭔가를 붙잡고 싶어 하고 있었다.


윤서는 바로 그 틈을 이용하고 있었다.

휴대폰에 모르는 번호가 떴다.
선율은 받았다.

선율: “Hello, this is Robert.”
(자막: 여보세요, 로버트 신입니다.)


윤서의 거실.
동현이 타이머를 누른 손으로 자기 팔을 꽉 붙잡았다.
윤서는 첫마디 전에 일부러 한 박자 숨을 눌렀다.
그리고 먼저, 목소리로 흔들었다.


윤서(고다인의 목소리): “……저… 신경사님?”

전화기 너머가 잠깐 조용해졌다.
그 짧은 정적 하나로도 충분했다.
선율의 숨이 아주 미세하게 멈췄다.


선율: “…네, 고다인 씨?”


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 윤서의 눈빛이 아주 잠깐 바뀌었다.
넘어왔다.

원래라면 여기까지였다.
목소리만으로도 이미 저 사람의 판단은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윤서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화면 아래의 아이콘을 눌렀다.


동현이 숨을 삼켰다.

동현: “누나—”

윤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뒤, 선율의 휴대폰 화면 위로 영상 전환 요청이 떠올랐다.

선율은 본능적으로 거절해야 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화상은 부담스럽다”던 사람이었다.
수상하다고 생각해야 맞았다.

그런데 이미 늦었다.
고다인의 목소리를 들은 뒤였다.


의심보다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더 빨리 손끝으로 내려갔다.

선율은 결국 수락을 눌렀다.

화면이 켜졌다.

정면은 아니었다.
빛을 등진 각도, 완전히 또렷하지 않은 초점,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처럼 조금 흔들리는 호흡.

하지만 그 안에서 보이는 눈가와 입술,
말끝마다 미세하게 떨리는 표정은
오히려 너무 자연스러워서 더 위험했다.


동현이는 옆에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굳어 있었다.
손끝은 아직도 떨리고 있었고,
타이머 숫자만 무섭게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윤서는,
이제 정말 고다인인 사람처럼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


image.png

다인(윤서의 목소리): “여… 여보세요…?”


동현의 눈이 커졌다.


그 목소리가 “누나”인지 “다인”인지 구분이 안 됐다.

그게 성공이었다.


구분이 안 되는 순간부터, 사람은 스스로 믿기 시작한다.


—다음: 25장-1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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