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전단지 4,000장을 돌리던 신입사원의 깨달음
20년 전, 갓 입사한 신입사원 시절의 나는 뜨거웠다.
'자동차 최고의 영업왕이 되겠다.'
그 패기 하나로 하루를 48시간처럼 썼다.
그때 나는 하루에 전단지를 4,000장씩 돌렸다.
퇴근 후 집에 가서 저녁만 후다닥 먹고 다시 거리로 나갔다.
남들이 쉬는 밤 11시까지 아파트 단지와 상가를 돌며 명함을 꽂고 전단지를 붙였다.
구두 밑창이 닳고 셔츠가 땀에 절어도 힘들지 않았다.
그렇게 열정을 거리에서, 아파트 계단에서 불태운 덕분인지 신입사원치고는 꽤 괜찮은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나는 만족하지 못했다.
아무리 달려도 내가 꿈꾸는 세상(성공)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기분이었다.
꿈을 크게 가져야 근처라도 갈 수 있다는 생각에 거창한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현실과 꿈의 괴리감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지난 18년 동안 나는 '결핍'과 '간절함'을 연료로 썼다.
'더 빨리 가야 해, 더 높이 올라가야 해.'
나를 채찍질하며 엔진을 고회전(High RPM)으로 돌렸다.
하지만 결과는 자주 참담했다.
무리하게 달리다 엔진이 퍼져버려, 며칠을 앓아눕거나 슬럼프에 빠져 아예 달리지 못한 날도 많았다.
남들은 스포츠카처럼 쌩쌩 달려 나가며 쉽게 성공하는 것 같았다.
나만 제자리에 멈춰 서 있는 것 같아 답답하고 비참했다.
입사 18년 차가 되어서야 나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는 애초에 폭발적인 속도를 내는 '스포츠카'가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스포츠카가 아니라, 은은하고 부드럽게 오래 달리는 '중형 패밀리 세단'이었다.
스포츠카처럼 목표를 향해 미친 속도로 달리려 했으니,
세단 엔진에 무리가 가고 탈이 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패밀리 세단에게는 그에 맞는 속도가 필요하다.
화려하진 않지만, 편안하고 묵묵하게 목적지까지 가는 힘.
이제는 결핍과 간절함으로 나를 채찍질하며 속도를 내지 않을 것이다.
대신 감사'라는 연료를 가득 채워,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나의 길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해방의 문장-
나는 빠르지 않지만, 멈추지 않는다.
나는 스포츠카가 아니다.
나는 튼튼하고 안락한 패밀리 세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