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트로 마스카니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어릴 적 살던 집은 시골에 있던 4칸 기와집이었다.
슬레이트 지붕 한 채도 있었지만 주로 아버지가 기거하니 자주 가지 않았다.
나와 언니는 주로 기와집에 머물렀다.
나무 마루, 마당이 있고 마당을 지나면 화단이 있고 그 너머에 남새밭-채소밭-이 있었다.
밭 끝에 있는 물이 흐르는 아주 작은 도랑을 넘으면 약간 기울어진 둑이 있었다.
그 위에 아카시아가 섞인 나무 울타리가 있었다. 그 뒤에는 여름에만 물이 흐르는 농수용 수로가 있었다.
정확한 년도, 날짜, 요일은 기억나지 않고 초등학교 3~4학년쯤이라고 기억한다. 드문 일인데 식구는 모두 어디 갔는지 혼자 집을 보고 있었다.
한낮에 햇볕은 따갑고 흙 마당에서는 열기가 올라왔지만, 처마 밑 그늘진 마루는 시원했다.
서늘한 느낌이 나는 마루에 누워 있으려니 바람결에 코끝을 간질이는 향이 있었다.
어디서 나는 냄새지? 무슨 향인지?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고 찾았다.
‘앗, 아카시아구나!’
멀찍이 혼자 유난히 멀대같이 서 있던, 꽃이 뭉텅뭉텅 하얗게 핀 아카시아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이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을 아까시나무였는데,
동네에 지천으로 있던 아카시아꽃을 따서 먹기도 하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잎 떼어내기 놀이도 했었는데….
그 순간 처음으로 아카시아꽃 향이 내 안에 들어와 새겨졌다. 그날 이후로 아카시아는 너무나도 특별한 나무, 꽃, 향이 되어버렸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아카시아꽃이 피는 5월이 되면 그때 등으로 느꼈던 나무 마루의 서늘함, 눈부시고 따갑던 햇볕, 은은하게 흐르던 아카시아꽃 향이 생생하다.
-피에트로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