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이혼 구경하러 오세요

by 이혼광탈녀


이혼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대


이혼, 이제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됐다.

이혼이라는 소재의 프로그램이 화제의 중심이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이혼은 결혼이라는 아름다운 동화가 깨진 것이다. 아름다운 동화보다 잔인하고 비극적인 이야기에 사람들은 더 쉽게 클릭하는 걸까?


나만 힘든 것이 아니구나.” 현실 확인일까?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하는 미래구상일까?


우리나라가 꽁꽁 감춰두었던 이혼이라는 금기어를 수면 위로 꺼내는 것도 모자라, 풍자의 일종이 되어버렸다.


물론, 남과 여 부부간의 갈등은 아주 흥미로운 서사이다. 그런데 그 갈등이 나와 가족이 겪고 있는 갈등이기 때문에 친숙함이 극대화된다. 감정이입을 통해 누군가가 되고, 누군가를 비난하면서 배심원이 되어 봄으로써 카타르시스가 생긴다.


시청자는 누가 더 잘못했고, 누구는 더 참았어야 했다는 프레임을 씌운다. 그리고 그 판단을 자신에게는 오지 않을 미래인 것처럼 신중하게 내린다.


도덕적인 결함이 아닌 개인의 선택

내가 프로그램을 보고 느낀 것은 우리나라가 이혼을 “도덕적인 문제”로 바라보기 때문에 이혼을 더 열광하는 것 같다.


일부 국가는 이혼이 “도덕적인 문제”가 아닌 “개인의 선택”으로 보기 때문에 이혼이 스토리의 소재가 될 것 같지 않다.


나는 이혼이 성격, 도덕적 결함이 아닌, 같이 살기 싫어서 한 개인의 선택인데 그게 왜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다.


가볍게 생각하면, 개인이 전원주택을 살지, 아파트를 살지 선택하는 문제랑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나라 부부갈등, 이혼 프로그램이 “이혼은 인격적 결함, 사회적 낙인 등”으로 몰고 있는 것은 아닌가에 질문을 던지고 싶다.


두 번의 이혼 나의 선택


이혼을 두 번한 입장에서 나는 더 쪼그라질 수밖에 없다. 인생을 포기한 건 아니지만, 사랑은 포기했다. 믿음 사랑 소망이 가장 중요한데, 그중 하나를 포기한 것은 엄청난 좌절이다.


나는 나와한 때 내 남자였던 그가 성격, 도덕적 결함이 있어서 헤어진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같이 있는 것보다 떨어져 있는 것이 더 서로가 행복한 길임을 알았기 때문에 헤어진 것이다. 그걸 몰랐으면 계속 같이 살았을 것이다. 나는 이혼사유를 누가 물어보면 간결하게 대답한다.

“나도 그도 서로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헤어진 거야.
그리고 앞으로도 사랑할 수 없어."

나의 선택으로 다른 의미는 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부갈등, 이혼 관련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나오고 있는 이 사회가 이혼을 한 입장에서 나는 매우 낯설고 신기하다.


이혼을 한 입장에서 이혼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할 수 있다. 돈이나 가족문제 외에도 부부간의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미묘한 갈등으로 회복의 길로 가기에 너무 늦어버린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서로 대화하지 않는 침묵의 저녁식사, 기대와 바람을 포기하는 습관 등이 있다.


과거 어느 날 식당에 갔는데 옆 테이블에 자녀와 함께 앉은 부부가 있었다. 부부와 자녀 모두 핸드폰을 바라보며 어떠한 말을 하지 않은 채 식사를 하였다. 한 손에는 핸드폰, 나머지 한 손은 식사.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내가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나와 닮아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이미 깨어져버린 관계의 균열에서 냉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일상의 균열은 TV속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폭언, 외도 등 자극적인 부분으로 표현되어 편협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프로그램이 계속 나올수록 이혼에 대한 낙인이 더 심해지고 범죄처럼 보이게 된다. 이혼율이 급증하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혼구경


과거와 달리 이혼은 흠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TV속 부부 갈등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싶은 걸까?

누가 더 큰 도덕적 결함이 있는지 판결하는 즐거움일 수도 있다.


두 번의 이혼을 겪어낸 나에게 이혼은 값싼 동정이나 비난을 받을 일은 아니다. 두 번의 이혼은 나에게 두 번의 실패가 아니라 두 번 관계를 끝내기로 한 나의 선택이다.


나는 이혼이 흥미로운 가십거리가 아닌, 개인의 선택으로 당연하게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이혼이 더 이상 구경거리가 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이혼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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