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손잡고 함께 가세

경건생활 기능을 넣으면서 가장 조심했던 것

by 응씨

경건생활 기능을 만들었다.
QT, 말씀 읽기, 새벽기도, 필사.
각각을 체크할 수 있는, 아주 단순한 형태의 기록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기능은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기능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예 기본값으로 켜 두지도 않았다.
설정에서 그룹장이 직접 켜고 끌 수 있게 만들었다.

있으면 좋은 그룹이 있고,
없어야 편한 그룹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기능을 만들면서 제일 많이 했던 고민은 이거였다.
이게 숙제처럼 느껴지면 어떡하지?

QT를 했는지, 말씀을 읽었는지, 새벽기도를 했는지.
이걸 체크하는 순간,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신앙은 원래 각자의 속도가 있는데,
체크박스 하나로 그걸 재단해버리는 건 아닐지 걱정됐다.


그래서 방향을 분명히 정했다.

이 기능의 목적은
관리도 아니고, 비교도 아니고, 평가도 아니다.


손잡고 함께 가기다.(손잡고 함께 가세~♪)

누군가는 오늘 QT를 했고,
누군가는 못 했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새벽기도를 지켰고,
누군가는 그냥 하루를 버텼을 수도 있다.


그걸 누가 잘했고 못했고로 나누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아, 오늘 우리는 이 정도의 하루를 살았구나”
그 정도만 서로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입력 방식도 최대한 가볍게 만들었다.
체크만 해도 되고,
원하면 간단한 기록을 남길 수도 있다.
꼭 다 채우지 않아도 되고,
아무것도 안 남겨도 괜찮다.


그룹원들의 경건생활을 한눈에 볼 수는 있지만,
누군가를 재촉하는 알림도 없고,
안 했다고 표시가 크게 드러나지도 않는다.


그냥 조용히, 서로의 하루를 스쳐 지나가듯 볼 수 있는 정도다.

이 기능을 쓰면서 내가 바랐던 장면은 이거였다.
“오늘은 좀 힘들었구나.”
“어제는 그래도 QT를 했네.”
그런 말 한마디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공동체.


신앙생활을 체크리스트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완전히 혼자만의 싸움으로 두고 싶지도 않았다.
그 사이 어딘가에, 이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기능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된다.
켜도 되고, 꺼도 된다.


다만 켜기로 했다면, 그건 잘하고 못하고를 보려는 게 아니라
같이 가고 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였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앞세우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뒤처진 사람 곁에 조금 더 가까이 서기 위한 장치로
남아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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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함께성경(togetherbib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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