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예지몽을 꾼다

by 이백구십일

나는 가끔 예지몽을 꾼다. 원래 꿈을 잘 꾸는 편은 아닌데, 어쩌다 한 번씩 뭔 이런 꿈을 꿨지? 이게 대체 뭔 꿈이야? 싶어서 헛웃음이 나오는 꿈을 꾸곤 한다. 너무 황당하고 대체 왜 이런 꿈을 꿨나 싶은 기분과 생각이 들어서 꿈인데도 잘 잊히지 않고 남는데. 그런 게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보면 그대로 현실에서 일어난다.


전에 재미 삼아 다른 분한테 내가 예지몽을 꾼 적이 있고. 그게 그대로 벌어져서 신기했다.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분은 그냥 내가 착각한 거 아니냐고 했다.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 그게 똑같이 일어나서 꿈속에서 본 걸로 착각한 거 아니냐고. 당시에는 그런가 싶어서 그냥 웃어넘기고 말았고. 그 후에도 꿈에서 겪었던 상황을 현실에서 또 겪어도 그냥 데자뷔겠거니 하고 넘겼다.


하지만 최근에 겪은 일은 데자뷔로 넘길 수 있는 일은 아니어서 이게 예지몽이 맞나 보다 싶어졌고. 요즘 뭐든 에세이로 쓸만한 거라면 그냥 앞뒤 생각하지 않고 적자고 마음먹은 참이라, 이번 글의 소재가 됐다. 아마 이걸 읽는 분 중에도 예지몽 같은 게 어디 있냐고 하실 분이 있을 거다. 믿거나 말거나니까 설득할 생각은 없다. 근데 좀 억울한 게 있다.


보통 예지몽 하면 뭔가 중요한 일을 꿈으로 꾸고. 무의식이 꿈을 통해 경고해 준다거나. 혹은 조상님이 로또 번호를 불러준다거나. 상한가 칠 종목을 알려주거나 내가 가진 것 중 하한가를 치거나 재앙을 부를 걸 알려주는 걸 생각할 텐데. 내가 꾸는 예지몽은 아주 하찮고 아주 황당하고 아주 무의미하다.


최근에 꾼 예지몽 얘기를 해보자면, 내가 어떤 유튜버의 영상을 보면서 답답해하고 혼자 막 비난하는 꿈을 꿨다. 그 꿈에서 봤던 영상의 화면도 일부 기억이 났다. 물론 최근까지는 잊고 있었는데, 최근에 그 유튜버 영상을 보고 똑같이 혼자 막 답답해서 비난하다가 어라, 이거 꿈에서 본 건데. 그러면서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니, 뭔, 미친, 이딴 걸 꿈으로 꾸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 좀 미리 알려면 쓸모라도 있는 거든가. 이게 대체 뭔 쓸모가 있냐고! 그 밖에도 내가 꿨던 예지몽은 회사 다닐 때 회사 동료와 대화를 나눴던 꿈. 내가 좋아하지 않던 특정 음식을 좋다고 시켜 먹는 꿈. 냉장고에 낯선 식재료를 채워 넣는 꿈 등이 있다. 다 너무 하찮고 쓸데없고 대체 왜 이런 걸 꿈으로 꿨는지 이해도 안 되고, 꿈을 꾼 당시는 뭔 이런 개꿈이 있어? 하게 되는 꿈이다.


한때는 꿈이 현실이 되는 게 뭔가의 계시다. 이러면서 로또를 사거나 그때 당시에 뭔가 고민하고 있지만 못하고 있던 걸 해버린다거나. 하려고 마음먹었지만 아직 실행에 옮기지 않은 걸 하지 않는 등. 뭔가 효과를 기대했지만, 개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대체 난 왜 이런 꿈을 꾸는 걸까?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 전에 꾼 꿈이 현실이 된 걸 보고 있으면 신기한데. 기분이 이상해진다. 이런 걸 꿈으로 알게 할 거면 좀 뭔가 메시지라든가, 의미라든가 그런 게 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차라리 아예 이런 일이 없으면 이런 억울함이라도 없었을 텐데.


내 인생은 아무래도 뭐가 되다 말다, 애매하게 어중간한 그런 게 모토인가 보다. 누가 신이랑 면담 좀 잡아줬으면. 항의라도 해야 좀 덜 억울할 것 같아.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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