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인터넷에서는 누군가에 대한 불평불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친구의 이런 점이 짜증 난다. 룸메가 이래서 너무 스트레스받는다. 강아지 같은 상사만 잘려도 회사 다니기 너무 편하겠다. 보통은 이 정도 선에서 자기 감정을 배설하고 화풀이하고 끝나지만, 가끔은 내가 너무 참았다며 복수를 하겠다. 지적하고 욕하고 뭐라 하지 않으면 돌아버릴 것 같다. 그런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을 보면 내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그래, 참 열 받고 짜증 나고 복수하고 싶겠구나. 근데 네가 여태 얻어맞았다고 반격하면 그 사람은 맞고 가만히 있을까? 네 반격이 정당방위고 여태 맞다 반격한 거고 그런 건 별로 안 중요하고. 때리기만 하다 얻어맞은 그 사람은 잠깐 얼지언정 반격하려 하지 않을까?
뭔가에 스트레스받고 하나에 꽂힌 사람은 시야가 좁아지기 마련이다. 누군가에게 부당한 대우를 막 받다 보면 어떻게든 복수하고 싶고, 내 복수는 정당하고, 모두가 내 편일 것 같고, 저지르면 속 시원할 것 같다. 하지만 정작 뭔가를 휘두르고 나면 가만히 맞아주고만 있는 사람은 드물다.
특히 나를 괴롭히던 사람이라면 더 그렇다. 상대는 내 반격에 즉각 맞설 거고,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던 상황들은 더 몸집을 불려 나를 잡아먹게 된다. 늘 나를 기분 나쁘게 하던 친구의 잘못을 지적하면, 기분이 나빠진 그 친구도 내 잘못을 입에 담기 마련이고. 그렇게 개싸움이 되면 더 끔찍해진 기분만 남는다.
가끔 보면 사람들은 내가 공격하면 반격당한다는 생각을 못 하는 것 같다. 기분 나쁜 말을 들었는데, 아 그렇구나. 내가 잘못했네. 미안하다. 사과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심지어 그렇게 사과하더라도 근데 너도 이랬잖아. 이런 레퍼토리로 이어지는 게 흔하다.
결국 복수하고 화풀이해서 내 감정을 해소하려고 한 행동은 또 다른 불쾌함을 부르고 어쩔 땐 더 큰 화를 부르기도 한다. 이래서 어른들이 웬만하면 좋게 좋게 넘어가자고 하고.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살아야 한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뭐든 씹고 뜯고 주장하는 게 좀 더 대세 같긴 하지만.
근데 웃긴 건, 남들이 저렇게 화풀이한다고 복수한다고 하는 글에 그래봤자 네 기분만 더 나빠질 거다. 네가 행동하면 상대도 가만있지 않고 네 기분을 나쁘게 하기 위한 액션을 할 테니까. 하고 말리지만, 친구가 헛소리하면 못 참고 뭐라고 하는 게 거의 숨 쉬는 것처럼 된다. 그럼 또 친구는 자기가 맞다고 우기기 시작하고, 나는 그게 뭔 헛소리냐고 답답해지기 시작하고. 별것도 아닌 거로 말싸움이 시작돼서 서로 감정싸움이 되고. 남한테는 그러지 말라고 하는 걸 나는 그러지 않는 게 참 어렵다.
그래도 조금 나아진 점이 있다면 전보다는 덜 폭발한 시점에 드리프트를 한다는 점이다. 별것도 아닌 거로 그만 싸우자고 휴전 제안을 한다던가. 모르는 척 쌩뚱맞은 주제로 확 틀어버린다든가. 가끔 어휴, 말해봐야 또 지가 맞다고 우기고 내 기분만 나빠지겠지? 그런 생각에 말을 삼키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쟤랑 나는 다른 사람이고. 온갖 곳에서 나와 부딪치고 아, 좀……. 이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모든 사람이 나와 다른 사람인데. 우린 왜 이렇게 저 사람과 내 생각이 다르고, 각자의 판단이 엇갈렸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나빠지고 상대를 나와 같이 만들지 못해 안달하는 걸까?
별로 나랑 큰 상관도 없는 일인데, 가끔 언쟁이 붙어 내가 틀리지 않음을 인정받으려고 하고. 상대가 틀렸음을 인정하게 만들려고 애를 쓸 때. 그러다 한 걸음 떨어지게 됐을 때 대체 내가 왜 이러나 그런 생각을 할 때가 많다. 그냥 저 사람은 저렇게 살다 죽고, 나는 이렇게 살다 죽으면 될 일인데. 말한다고 응, 그럴게. 그런 자아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선택적 쌈닭이 되는지 모르겠다.
부디 앞으로는 남에게만 뭐라 하지 말고, 나도 누군가에게 한 소리 하고 싶을 때. 네가 틀렸고 내가 옳다고 우기고 싶을 때. 나와 그는 다른 사람이고. 내가 말한다고 한 번에 웃으며 OK 할 일은 없다는 걸 되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헛소리 좀 한다고 시비 걸지 말고. 그렇게 생각하나 보다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길. 그럼 내가 좀 더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덜 수 있을 것 같다.
짧게 생각하며 지나친 적도 몇 번 있었는데, 이렇게 문장으로 남기니 좀 더 정리되고 마음에 남는 것 같다. 과연 얼마나 효용이 있을지 지켜봐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