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업은 글쓰는 전업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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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는 집에서 노는 사람이 아니다>*
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여보가 집에서 놀기만 하는 사람인 줄 아시나 보다.
내가 집안일이나 육아에 하나도 신경 안 쓰고
밖에서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얼마나 바쁘게 생활하는데 그걸 모르시나 보네."
말도 참 예쁘게 하는 내 남편은
진정한 내 편인 듯하다.
아빠는 종종 이렇게 말하곤 한다.
“네가 집에서 놀면서 OO에 대해서 좀 알아봐라."
“집에 있으면서 OO 좀 해봐라.”라는 말들.
엄마도 마찬가지.
“집에 있으면서 힘들게 뭐가 있노?”
“집에서 뭐 대단한 일 한다고?”라고 말한다.
한 번은 내 불안장애를 알게 된 지인이 말했다.
“몸이 너무 편해서 그렇다. 빡세게 움직여라.”
내가 알기로 그 지인은 나보다 더 집안일을
등한시하며 매일 엄마들 모임에 나가는 사람이다.
가족들도, 같은 전업주부조차도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전업주부의 삶이라니.
그럼에도 가장 가까운 내 편이 늘 힘과 응원을
아끼지 않기에 자부심을 느끼며
전업주부로써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쯤에서 엄마가 자주 하는 말을
한 번 더 언급하겠다.
‘집에만 있으면 바보 된다.’라는 말.
즉, 집 밖으로 나가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가사노동만 하면 바보가 된다는 말이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60대 초반밖에
되지 않은 양반이 그런 시대착오적인 발언을
입에 달고 사는지 모르겠다.
컴퓨터, 아니 휴대폰 하나만 있어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시대에 ‘바깥 활동’이라는 말은
정말 맞지 않는 표현이다.
제대로 된 가사노동 및 육아야말로 화폐 가치로
따진다면 웬만한 직업군의 급여에 맞먹지 않을까.
물론, 현재의 사회에서는 가사노동에 대해
급여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 남편의 말처럼
가사노동 및 육아를 담당하는
전업주부(그게 여자든 남자든)가 실질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배우자 또는 동거인의 가사노동 부담을
해결해 줄 정도로 그 역할을 잘 해낸다면 충분히
경제적으로도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닐까.
적성에 맞지 않는 ‘바깥 활동’을 뒤로하고
‘집에만 있는 사람’이 되기로 한 나의 결정을
남편은 존중했고, 평소처럼 가사노동을 성실히 하는
동시에 적성에 맞는 ‘집안 활동’을 찾는 중이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은 독서와 글쓰기.
한 달에 한 번 독서회 모임을 가지며 좋은 사람들을
만나 생각을 주고받고,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글쓰기를 통해 또 세상을 배우며 나를 들여다볼
기회가 자주 생긴다.
이만하면 집에만 있어 바보가 되는 일은 없지 않을까.
더불어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운영도 계획 중이다.
어떤 주제로 운영할지는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이왕이면
돈이 되는 글도 한 번 써보고자 하는 마음.
돈이 될지 안 될지는 해봐야 알겠지만
(안 될 가능성이 더 많을 거다.
그럼에도 꾸준함에는 장사 없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밖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나가기 싫은데
우리 가정 경제에 조금이나마 보탬은 되어야 하겠기에
나름대로 선택한 방안.
다만, 글쓰기에 대한 지금의 순수한 마음이
왜곡된 길로 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른 아침, 남편과 아이를 보내놓고
오전 중으로 집안일을 얼른 해치운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은 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쓸 사진과 영상 작업을 한다.
아이의 하교 시간. 간식을 먹이고,
숙제를 봐준 뒤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모두가 잠든 밤,
개인 공간에서 글쓰기 작업을 한다.
이 별것 없어 보이지만 별것 있는
하루 루틴이 내 꿈이라면 너무 우스울까?
그저 그런 집안일과 글쓰기 작업이어서는 안 된다.
집안일도, 독서와 글쓰기도 지금보다 더 열심히,
그리고 잘해 내는 것이 내 꿈.
더불어 경제적인 이득
(정말 조금이라도 엄청 기쁠 것만 같다)까지
취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도 없다.
그날을 최대한 빨리 맞이할 수 있었으면 한다.
내 꿈은 글 잘 쓰는 전업주부.
말 그대로 ‘글 쓰는 일을 하면서 집안일과 육아를
전문으로 하는 주부’이다. 사업자나 직장인들처럼
급여로써 경제적인 혜택도 누리면서,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다른 직업군처럼
존중받아야 마땅한 하나의 신성한 전문적인 직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