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터도 안 알려주는 '미국 집 고르기'의 디테일
미국에 오기 전 가장 고민되었던 것은 ‘이 넓은 미국 땅 중 어디에 집을 구해야 하는가’였다.
어떤 경우에는 회사가 주거지의 바운더리를 정해주기도하지만, 우리는 마치 미국에 이민 오는 사람처럼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했다.
우리가 지낼 도시의 면적은 서울의 약 1.3배.
이 넓은 땅에서 어디를 선택해야 할지 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막막했다.
한인 카페와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해보았지만, 배경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한국에서 집을 구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요소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에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단연 ‘안전’이었다.
다행히 미국은 정보의 개방성이 좋아 큰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주는 사이트들이 많다.
이때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은 'CrimeGrade.org'이다.
CrimeGrade는 동네별 범죄율을 색상으로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어느 범위 안에서 집을 찾아봐야 할지 큰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Family Watchdog'도 참고할만하다. 특정 주소를 기준으로 주변의 성범죄자 등록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한번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
신기한 점은 미국은 지도상으로는 가까워 보여도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학군과 주거 형태, 거주자 구성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큰 지역으로 묶기보다는 주소나 커뮤니티 단위로 세밀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Niche'는 학군, 범죄율뿐 아니라 자가 거주 비율, 소득 수준, 평균 학력까지 보여주어 동네 전반적인 분위기를 가늠하기에 꽤 유용했다.
안전한 후보지를 추렸다면 다음은 생활 편의성이다.
남편의 출퇴근 거리와 주요 마트 접근성을 따지며 범위를 좁혔다.
단순히 물리적 거리만 볼 것이 아니라, 특정 시간대 트래픽이 심해 반드시 정체 구간을 지나야 하는지까지 고려해야 한다.
특히 한인·아시안 마트는 미국 마트로 대체가 불가능하므로 이들과의 거리도 주거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미국의 단독주택은 개별 집만 보기보다 그 집이 속한 커뮤니티(Community)의 공용 시설을 살펴야 한다. 전용 수영장이나 놀이터, 산책로 유무에 따라 아이들의 일상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미취학 아동의 경우 집 주변의 데이케어와 프리스쿨, 놀이터 정보와 부모 리뷰를 확인할 수 있는 'Winnie'가 도움이 된다.
‘Google Maps'나 'Yelp'를 통해 해당 기관의 평점과 실제 학부모들의 리뷰를 함께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초등학교 이상의 학군을 살펴볼 때는 'GreatSchools' 확인이 필수다.
공립·사립학교의 종합 등급과 시험 점수는 물론, 학부모 리뷰, 인종 구성, 교사 근속 연수, 과목별 성취도 등 학교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평가 기준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GreatSchools 점수 7점 이상을 좋은 학교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같은 공립학교 중에서도 학교 점수에 따라 교육 환경이나 학교 생활에 대한 만족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
이렇게 동네가 어느 정도 정해졌다면, 미국판 ‘직방’이라 불리는 'Zillow'를 통해 본인 예산에 맞는 매물을 찾아볼 수 있다.
이후 집주인과 직접 연락해 투어를 잡거나, 리얼터를 통해 집을 둘러보게 된다.
이때 집의 겉모습보다 실질적인 관리 상태를 집요하게 따져봐야 한다.
오래된 집일수록 샷시나 방충망이 노후되어 단열과 방충에 문제가 없는지, 에어컨과 히터를 포함해 빌트인 된 가전들이 제 기능을 하는지 꼼꼼히 살피는 것이 필수다.
외부에서는 앞뒷마당 나무의 개수와 크기를 확인해야 한다. 큰 나무는 여름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장점이 있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쏟아지는 낙엽과 꽃가루로 인해 관리의 수고가 상상 이상으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사 시 가장 분쟁이 많은 잔디 관리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현재 잔디 상태가 어떤지 점검함은 물론, 유지 관리의 책임 소관이 집주인과 세입자 중 어디에 있는지 계약서상에 명확히 구체화해 두어야 혹시 모를 분쟁을 피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소한 수리라도 반드시 집주인에게 먼저 확인을 구한 뒤 진행하고, 전후 사진을 꼼꼼하게 촬영해두어야 한다.
모든 대화는 문자나 메일처럼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주고받는 것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공립학교 신학기 시작 전인 늦봄에서 여름 사이가 이사 성수기로, 이 시기에 매물이 가장 많이 나오지만 인기 있는 집의 경쟁도 치열한 편이다.
돌이켜보면 미국에서 집을 고르는 일은 단순히 '어디에 살지'를 정하는 일이 아니었다.
어떤 리듬으로, 어떤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게 될지를 선택하는 과정이었다.
어쩌면 한국에서만 살던 사람이 처음부터 완벽한 집을 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지 모른다.
하지만 나만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현실적인 선택을 차근차근해 나간다면, 미국 생활의 첫 출발점인 ‘집’을 조금 더 만족스럽게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CrimeGrade (https://www.crimegrade.org)
지역별 범죄율을 색상으로 표시해 안전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Family Watchdog (https://www.familywatchdog.us)
주소 기준 주변 성범죄자 등록 정보를 지도에서 확인 가능하다.
Niche (https://www.niche.com)
기본은 학군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사이트이지만, 지역 별 안전, 집값, 자가 비율, 소득·학력 수준까지 종합적으로 볼 수 있다.
Winnie (https://www.winnie.com)
데이케어, 프리스쿨, 놀이터 정보와 부모 리뷰 확인에 유용하다.
GreatSchools (https://www.greatschools.org)
공립·사립학교 평가, 시험 점수, 부모 리뷰 등 학군 정보 필수 사이트.
Zillow (https://www.zillow.com)
매물 검색, 가격 추이 확인, 집주인·리얼터 컨택에 사용되는 미국 집 구하기 대표 플랫폼.
Redfin (https://www.redfin.com), Realtor.com (https://www.realtor.com)
Zillow와 함께 교차 확인용으로 많이 활용된다.
Google Maps(https://maps.google.com), Yelp (https://www.yelp.com)
동네 분위기, 주변 마트·공원·학교에 대한 실제 거주자들의 리뷰를 확인할 때 의외로 큰 도움이 된다.
그동안 발행했던 글들을 한데 모아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엄마로>를 엮게 되었습니다.
책의 구성을 위해 일부 글을 재발행하게 된 점 양해 부탁드리며, 다시 읽어도 가치 있는 기록이 되도록 정돈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