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해외이사의 여정과 실전 꿀팁
해외이사라니.
상상도 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한국 아파트 하나를 가득 채운 짐이 컨테이너에 실려 배를 타고, 지구 반대편 미국의 한 하우스로 들어가는 일.
이 간단해 보이는 한 문장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나는 거의 3개월의 시간을 쏟았다.
해외이사는 업체 선정으로 시작된다. 남편 회사의 경우 선택지가 정해져 있어 둘 중 평이 더 좋은 곳을 골랐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진행한다면 해외이주 카페의 후기를 꼼꼼히 확인하고 여러 업체의 실제 견적을 받아 비교하는 과정이 필수다.
같은 업체더라도 이사팀에 따라서 만족도가 천차만별인 경우가 있어, 특정 팀을 추천받아 미리 일정을 조율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견적을 받은 후에는 이사 비용과 현지에서의 새로 구입 비용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때로는 비용 효율을 고려해 기본 짐만 챙겨 가볍게 출국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고민됐던 건 한국에서 짐을 보내고 미국에서 받기까지의 '공백'이었다.
하루 만에 끝나는 국내 이사와 달리 해외이사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 달 반 이상도 걸린다.
이 짐 없는 시간을 한국에서 보낼지 미국에서 보낼지 선택해야 했다. 나는 도움받을 곳도 많고 익숙한 한국에서 지내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고, 출국 한 달 전에 미리 이삿짐을 보냈다.
해외이사의 첫걸음은 과감하게 비우는 일이었다.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낸 자리에는 앞으로의 미국 생활을 상상하며 고심 끝에 고른 물건들을 채워 넣었다.
해외이사는 보통 CBM(부피 단위)으로 비용이 책정되는데, 1 CBM은 한국 중형 이사박스 6~7개 정도의 양을 말한다.
큰 부피의 가전이나 가구를 포함하느냐에 따라 해외 이사 비용은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2천만 원 가까이 치솟기도 한다. 여기에 통관비용, 목적지와의 거리, 이사 시즌 등의 변수까지 더해지면 최종 비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 된다.
우리의 경우 회사에서 지원되는 이사 짐의 양이 비교적 여유로웠지만, 대형 가전은 대부분 정리하기로 했다.
미국 렌트 하우스는 기본 가전이 갖춰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빌트인 냉장고만으로는 수납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조언을 참고해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는 챙기기로 했다. 모든 가전을 가져가는 가정도 있지만, 변압기(도란스) 소음이나 대기 전력 문제를 고려해 내린 현실적인 결정이었다.
비웠다면 이제 남은 숙제는 ‘현지에서 구하기 어렵거나, 한국 제품이 품질과 가격 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것’을 알차게 실어 보내는 것이었다.
물론 미국에서도 웬만한 한국 제품은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2~3배가량 비싸다. 또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제품들도 있다.
그중 가장 공들인 부분은 단연 한국어 책과 교재였다.
아이들의 모국어가 희미해지지 않도록 책만큼 효과적인 노출 방법은 없다고 판단했다. 4~5년 치의 방대한 도서 목록을 만들어 새 책을 사고, '당근마켓' 키워드 알림을 동원해 중고 전집을 사 모았다.
특히 낱권으로 챙긴 2년 치 학습지는 현지에서 '엄마표 학습' 루틴을 잡는 데 일등 공신이 되었다.
준비할 때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현지 물가를 체감하며 유용하게 쓰이는 물건들을 볼 때면 그때의 집요했던 나 자신을 몇 번이고 칭찬하게 된다.
해외이사는 분명 고된 일이지만,
꼼꼼히 준비한 만큼 현지 적응의 속도를 높여준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다.
해외이사는 덥고 습한 배 안에서 긴 시간을 보내야 하기에 훨씬 까다롭다. 습기에 민감한 짐에는 방습제를 쏟아붓고, 깨지기 쉬운 식기나 소품들은 완충재로 여러 겹 단단히 감쌌다.
이사 업체에서는 미국에 모든 짐이 잘 도착했나를 대조해 볼 수 있도록, 모든 박스에 넘버링을 하고 포장 명세서를 작성해 주었다.
해뜨기 전 시작한 이사는 해가 질 무렵에야 끝났다.
우리의 이삿짐 총 박스 개수 246개. 큰 컨테이너 두 개가 가득 찼다.
마지막 짐이 실리는 순간,
"와, 이제 진짜 가는구나" 하는 실감이 비로소 온몸을 덮쳤다.
짐이 떠나고 텅 빈 집에서의 한 달은 난민 생활을 방불케 했다.
다행히 가전 몇 가지는 남아있었지만 침대도, 식탁도 없었다. 시댁에서 빌려온 주방 도구로 요리를 하고, 캠핑용 아이스박스에 식재료를 보관하며 교자상을 펴서 밥을 먹었다.
침대 없는 방에서 토퍼를 깔고 자던 그 겨울의 한 달. 지금은 모두 추억이 되었지만, 남편 없이 아이들과 함께 보낸 그 시간을 도와준 가족과 이웃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이 든다.
미국에 짐이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총 한 달 반. 두 달 반 이상 걸리는 케이스도 많으니 비교적 일찍 도착한 편이었다.
짐이 잘 도착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진짜 전쟁은 그때부터였다. 미국에서도 포장이사 같은 서비스가 있지만, 우리는 큰 가구와 가전을 제외한 모든 박스를 스스로 열고 정리해야 했다.
매일 조금씩 나누어 총 246개의 박스를 직접 다 여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렸다.
한국이었으면 하루이틀 만에 끝날 일이 '리얼 셀프'로 맡겨진 순간 깨달았다.
아, 이곳은 진정한 셀프의 나라구나!
미국 생활의 진짜 시작이 내 두 눈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1. '1번 박스'를 만들어라.
이사 당일 정신없이 짐을 싸다 보면 정작 도착해서 바로 써야 할 물건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게 된다.
나의 경우 이사 전 업체에 미리 박스 몇 개를 요청해 택배로 받아두었다. 이 박스에 칼·가위(박스 개봉용), 세면도구, 멀티탭, 비상약, 수건 등 정착 첫날 필수품을 직접 따로 포장해 두었다.
그리고 이 박스를 컨테이너의 가장 마지막에 실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야 미국 집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내려 곧장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CBM(부피) 관리의 기술
해외이사는 '무게'가 아닌 '부피' 기준으로 비용이 책정되는 점을 고려해서 짐을 준비하면 좋다.
불필요한 부피가 큰 짐은 줄이고, 이사 시 서랍장이나 수납장 안의 빈 공간을 활용해라.
가벼운 옷가지나 인형, 수건 등을 채워 넣으면 부피를 줄이면서 물건 파손도 막을 수 있다.
3. 보험 가입과 사진 채증은 필수
회사를 통해서 해외이사를 할 경우 보험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해외이사를 진행할 경우에도 보험 가입을 추천한다. 생각보다 해외 이사 과정 중 짐 손상이 있는 경우가 많다.
보통 이사업체에서 보상 기준이 되는 물품 가액을 직접 산정하도록 한다. 물품 가액은 현지 구매가를 고려해 적절히 책정하는 것이 좋다. 이사 전 가전·가구의 상태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겨두면 추후 파손 보상을 받을 때 수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