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마지막 카드-희토류를 둘러싼 기술 패권 전쟁]

시장을 이해하려는 기록 11

by 트레이더 Jay

반도체 전쟁의 시작 - 실리콘 실드와 Chip NATO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Limited), 이 회사는 세계 5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의 약 90%를 담당합니다. 스마트폰, AI 서버, 전투기 항법 시스템, 자율주행차의 두뇌. 현대 문명의 핵심 연산 능력이 이 회사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공장 대부분이 중국에서 약 180km 떨어진 섬 위에 있습니다.

대만은 이 구조를 전략으로 바꾸었습니다. '실리콘 실드(Silicon Shield)'. TSMC가 대만에 있는 한, 미국은 대만을 반드시 지킬 수밖에 없다는 전략적 확신입니다. TSMC가 무너지면 미국의 AI·군사·우주 산업 전체가 멈추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반도체 공급망을 중국 손이 닿지 못하는 구조로 재편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첨단 장비(EUV)는 네덜란드, 소재는 일본, 설계는 미국, 생산은 한국과 대만. 이 구조를 이렇게 부릅니다.


칩 나토(Chip NATO),

반도체판 나토입니다.


목적은 단순합니다. 중국을 첨단 반도체 생태계에서 구조적으로 배제하는 것. 중국이 아무리 자립을 시도해도 EUV 장비 없이는 첨단 반도체 대량 양산이 불가능합니다. 미국은 이 격차가 영원히 벌어지길 원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납니다. 아무리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해도, 그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소재가 여전히 중국 손에 있다면 Chip NATO는 모래 위에 지은 성입니다.


그 소재가 바로 희토류(rare earth elements)입니다.


중국이 쥐고 있는 전략 자원 희토류

희토류는 사실 이름과 달리 그렇게 희귀한 금속은 아닙니다. 문제는 채굴이 아니라 정제와 가공입니다. 희토류는 정제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생산을 꺼려왔습니다. 그리고 그 틈을 중국이 파고들었습니다. 현재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은 사실상 중국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70%, 정제 및 가공 능력의 약 90%, 희토류 자석 생산의 90% 이상이 중국 손에 있습니다.

특히 네오디뮴 자석은 전기차 모터, 풍력 터빈, 미사일, 드론, 전투기 등 첨단 산업의 핵심 부품입니다. 이 때문에 희토류는 종종 '21세기의 석유'라고 불립니다.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은 이미 1992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 말이 지금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지정학적 무기로 희토류를 활용한 중국

희토류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지정학적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한 번 증명된 바 있습니다. 지난 2010년, 중국은 일본과의 외교 갈등 속에서 희토류 수출을 사실상 중단했습니다. 센카쿠 열도 분쟁이 발단이었습니다. 그 결과 글로벌 희토류 가격은 폭등했고, 일본의 첨단 산업은 즉각적인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은 서방 국가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희토류 공급망은 언제든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는 그 경고를 흘려들었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중국 의존도는 여전히 높습니다.


반도체 기술 패권 전쟁에 치명적 약점을 지닌 미국

2010년의 경고가 예고편이었다면, 지금은 본편이 시작됐습니다. 중국은 2023년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했습니다. 두 소재 모두 반도체와 첨단 군사 장비에 필수적인 소재입니다. 2024년에는 일부 희토류 관련 추가 규제도 뒤따랐습니다. 중국은 더 이상 희토류를 협상 카드로만 쥐고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꺼내 들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이 느끼는 전략적 취약점은 여기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미국이 사용하는 희토류의 상당량은 수입에 의존하며 그중 대부분이 중국에서 들어옵니다. 더 큰 문제는 정제 능력입니다. 한때 미국에서 채굴된 희토류조차도 상당량이 중국으로 보내져 가공되는 구조였습니다. 즉, 광산이 미국에 있어도 가공은 중국에서 이루어지는 구조였습니다. 이 구조는 기술 패권 경쟁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됩니다.


미국의 기술 패권 전쟁 전략: 시작된 탈중국 공급망

그래서 미국은 이제 희토류에서도 반도체와 같은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핵심 전략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미국 내 생산 확대. 캘리포니아의 Mountain Pass 광산을 운영하는 MP Materials(티커: MP)를 중심으로 채굴부터 정제, 자석 생산까지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채굴 기업이 아니라 공급망 전체를 미국 안에서 완결하려는 시도입니다.

둘째, 동맹국과의 공급망 구축. 호주, 캐나다, 일본 등과 협력해 채굴과 정제 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USA Rare Earth(티커: USAR) 역시 오클라호마에 분리·정제 시설을 구축하며 이 흐름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셋째, 광산에서 자석까지 이어지는 전체 공급망 구축. 단순히 광산만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광산 → 정제 → 합금 → 자석 → 첨단 산업으로 이어지는 전체 체인을 중국 밖에서 구축하려는 전략입니다.


반도체에서 희토류로, 그리고 그 너머로

반도체에서 시작된 공급망 재편은 이제 희토류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닙니다. 기술 패권을 둘러싼 구조적인 경쟁입니다. 반도체, 희토류, 배터리, 인공지능. 이 모든 경쟁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미래 기술 공급망을 누가 통제할 것인가.'


미국은 이미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핵심 기술 공급망에서 중국을 구조적으로 분리하려는 전략은 이미 실행 중입니다. 그리고 그 전선은 지금 이 순간에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시작이었습니다.

희토류는 그다음 전장입니다.

그리고 그 전쟁은 이미 시작 됐습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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