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다낭 1차 여행 실패기1(다른 버전)

다낭 공항의 노숙자

by 김정훈

1. 나를 너무 잘 아는(?) 그 사람의 도발

내 친구? 지인? 아니, 관계가 모호하니 그냥 '그 사람'이라 부르자. 그는 본인이 나와 무척 친하다고 믿는다. 세상은 잘난 사람보다 조금 모자란 사람을 좋아한다기에, 말 많은 것 빼곤 나름 인기 있는 내가 타깃이 된 모양이다.

그는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 세계를 주름잡았노라 자부한다. 나만 보면 혀를 찬다. "돈 모아서 뭐 하냐? 인생은 누리고 베풀며 사는 거다." 정작 본인은 내게 밥 한 번 산 적 없으면서 말이다.

어느 날, 그가 환갑 기념 다낭 여행을 제안했다. "다낭은 싸니까 내가 같이 가줄게. 나만 믿고 따라와!"

사실 나는 누구와 함께 가는 게 죽기보다 싫다. 나의 강박과 변비 때문에 타인과 화장실을 공유하는 건 엄청난 형벌이다. 하지만 겉으로 무던해 보이는 탓에, 그는 내가 자기만 믿고 감동한 줄 안다. "인생 뭐 있냐? 죽을 때 싸 짊어지고 갈 거냐? 다낭은 남자들의 천국이다!"라는 도발에 결국 나는 비굴하게 "오케이"를 외치고 말았다.

2. 허공에 뜬 나의 준비!!!

그는 회비 운영법부터 신한카드를 만들어 라운지를 공짜로 즐기는 법, 도시락 와이파이 사용법까지 사뭇 전문가처럼 훈수했다. 나는 충실한 학생처럼 카드 실적을 채우려 거실 가득 썩지 않는 생필품을 사 모았다.

그리고 출발 전날 여행을 준비하면서 나의 강박을 위로할 준비물을 챙겼다.

그런데 출발 당일 공항, 첫 단추부터 어긋났다. 정작 본인은 카드를 안 만들었단다. "라운지 별거 없어. 그냥 밖에서 먹자."

공항 음식은 비싸도 너무 비쌌다. 나는 라운지가 정확히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른 채, 내 회비로 비싼 식사비를 지불했다. 게다가 그는 나를 배려한다며 저가 항공 중간 좌석을 예약했다. "네가 돈 때문에 안 간다고 할까 봐 일부러 싼 거 했어. 내가 환갑 여행인데 좀 희생하지 뭐."

그의 말이 정확히 맞아서 더 기분이 나빴다. 비굴하게 "고맙다"라고 말하는 내 입술이 떨렸다. 내 좌우명은 '비굴하게는 살아도 야비하게는 살지 말자'지만, 이건 비굴해도 너무 비굴했다.


3. 그랩(Grab)이 부른 공포

다낭 공항에 내리자마자 후텁지근한 열기가 엄습했다. 그는 자신만만하게 그랩을 불렀다. 하지만 그랩은 오지 않았다. 온몸은 땀으로 젖어가는데, 세계를 주름잡았다던 친구는 당황하며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렸다. "이상하네, 이런 적이 없었는데..."


불안이 엄습했다. 유튜브에서 봤던 그랩 사기 행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낯선 이국땅, 나보다 아는 게 없는 것 같은 저 녀석만 믿고 온 내가 한심해졌다. 과연 우리는 무사히 숙소에 도착할 수 있을까? 내 장(腸)은 이미 긴장으로 단단히 굳어버린 것 같은데 말이다.


Ps: 이글의 발행을 앞두고 글에서 제가 너무 강박에 시갈리면서 나의 색을 잃었다는 생각에 글을 다시 썻습니다. 며칠을 걸려 쓴 쓴글을 버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더 걸린 이글을 버리는게 너무 안타까와 4화의 다른 버전으로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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