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울음이 목에서 멈출 때

삼켜진 눈물들의 거처

by 그대로 박희룡

나의 울음은 언제나 목구멍을 넘지 못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마음이 가라앉는 것까지는 괜찮았다. 가슴이 텅 빈 듯 허전해지고 심장이 내려앉는 통증을 느낄 때, 감정이 비명이 되어 터져 나오려 하면 본능적으로 숨을 참았다. 마치 누군가 내 목을 단단히 누르는 듯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울음이 터지는 순간 내가 완전히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나를 가로막고 있었다. 나는 무너지는 것이 두려워 내 안의 슬픔을 밖으로 내보내지 못한 채 꾹꾹 눌러 담기만 했다.


오랫동안 나는 그런 순간들을 반복하며 살아왔다. 울어야 할 이유는 많았지만 몸은 늘 굳어버리곤 했다. 감정은 분명 발끝에서 턱밑까지 차오르고 있는데, 목구멍은 마치 꽉 닫힌 병뚜껑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럴 때면 나는 늘 습관처럼 스스로를 다독이며 설득했다. “여기서 울면 상황만 복잡해져. 어서 정신 차려.” “지금은 참아야 해. 네가 주저앉으면 뒷감당은 누가 하겠어.” 이 목소리는 나를 달래는 위로라기보다는 더 이상 무너지지 않으려고 문 뒤를 온몸으로 막아선 채 버티는 절박한 외침에 가까웠다. 나는 그렇게 나 자신을 몰아세우며 겨우 버티고 있었다.


나의 참을성은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시작되었다. 부모님의 갈등이 일상이었던 거실에서 나는 ‘울음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먼저 배웠다. 문 너머로 고함과 물건 깨지는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나는 침대 구석에서 숨을 죽였다. 내가 울면 위태로운 집의 평화가 단숨에 무너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린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려움을 속으로 삼키는 것이었다.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가구처럼, 나는 그렇게 멈춰 서서 버티는 법을 배웠다.


싸움이 끝난 뒤의 정적은 소음보다 더 무거웠다. 서로를 향한 차가운 시선과 침묵 속에서 나는 부모님의 눈치를 살피며 작은 떨림까지 읽어내야 했다. 그때의 나에게 슬픔은 사치였고 두려움은 숨겨야 할 약점이었다. 나라도 밝게 웃어야 이 무거운 분위기가 가벼워질 것 같았다. ‘나의 울음은 분위기를 망치는 소음일 뿐이다.’라는 그 어린 날의 생각은 내 목구멍에 단단한 차 자물쇠를 채웠다. 슬픔을 꺼내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질 것만 같았기에, 나는 슬픔을 느끼는 대신 상황을 살피고 수습하는 아이가 되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내 안의 감정을 닫아버렸다.


어느 오후, 병원 진료실에서 혼자 감당하기 힘든 결과를 들었을 때, 의사는 내게 “참 혼자 힘드시겠어요”라며 위로를 건넸다. 그 한마디에 울음이 울컥 치밀었지만 나는 무너질까 두려워 본능적으로 숨을 참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병원을 나섰지만, 집에 돌아와 정적이 가득한 거실에 앉았을 때조차 울음은 터지지 않았다. 천장에 허망한 한숨만 흩어질 뿐, 가슴에 고인 슬픔은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몸 안에서 딱딱하게 굳어갔다. 슬픔을 느끼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 나를 보며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졌다. 나는 언제부터 이토록 가혹하게 내 감정의 목소리를 막아버린 사람이 되었을까.


내게 울음은 곧 무너짐의 신호였다. 눈물을 흘리는 순간 공들여 쌓아 온 모습이 망가질 것 같았고, 슬픔에 빠져 다시는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 무서웠다. 하지만 밖으로 나오지 못한 감정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음속에 갇힌 채 떠돌다 결국 몸의 통증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유 없이 어깨가 바위처럼 딱딱하게 굳었고, 아무리 잠을 자도 피로가 가시지 않았다. 내 몸은 밖으로 나오지 못한 눈물을 대신해 끙끙 앓고 있었다. 마음이 참아낸 눈물이 몸의 아픔이 되어 내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상담실의 부드러운 조명 아래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상담사는 나를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따뜻한 목소리로 “여기서는 마음 놓고 울어도 괜찮아요. 아무도 당신을 탓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 말은 태어나 처음으로 들어본 허락 같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울음은 다시 목구멍 근처에서 꽉 막혀 멈췄다. 분명 죽고 싶을 만큼 슬픈데, 목에서는 거친 소리만 날 뿐 울음이 밖으로 터져 나오지 않았다. 너무 오랫동안 참는 법만 익혀온 탓에, 나는 어떻게 울어야 하는지 그 방법조차 잊어버린 것 같았다.


내 안에서 멈춰버린 울음을 지켜보며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 내 울음을 막고 있는 것은 현재의 내가 아니었다. 아주 오래전, 부모님의 싸움 소리에 숨을 죽이며 ‘내가 울면 안 돼, 집안이 무너질 거야’라고 다짐하던 어린 시절의 나였다. 그 아이는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내 마음 한구석에서 나를 보호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울면 안 돼, 위험해져’라고 끊임없이 속삭이면서 말이다. 그 아이에게 울음은 마음을 달래는 방법이 아니었다. 자신의 세상을 위협하는 무서운 공포 그 자체였다.


나는 이제 억지로 울음을 터뜨리려 나 자신을 다그치지 않기로 했다. 울지 못하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상처 주지도 않을 것이다. 대신 내 목을 꽉 쥐고 놓아주지 않던 내 안의 아이에게 가만히 말을 건네보기로 했다. “그동안 나를 지키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 네가 애써준 덕분에 내가 무너지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이제는 조금 쉬어도 괜찮아.” 이 말을 반복하자, 단단하게 뭉쳐 있던 목과 어깨 근육이 아주 조금은 부드러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지 않아도 괜찮다. 내 목을 짓누르던 팽팽한 긴장이 조금 느슨해졌다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오늘 밤, 비로소 나 자신과 화해하며 깊은 잠에 들 수 있을 것 같다. 울음이 목에서 멈춰도 괜찮다. 그 멈춤조차 나를 지키려던 나의 절실한 사랑이었음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슬픔을 억지로 쏟아내지 않아도,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한 위로가 되었다.


상담실의 부드러운 조명 아래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상담사는 나를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려 주면서 한차의 침묵 끝에 따뜻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여기서는 마음 놓고 울어도 괜찮아요. 아무도 당신을 탓하지 않습니다.” 그 말은 마치 내 생애 처음으로 받아본 ‘울음 허가증’과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울음은 다시 목구멍 근처에서 꽉 막혀 멈춰 섰고, 분명히 마음은 슬픈데, 정말 죽고 싶을 만큼 슬픈데, 목에서는 거친 소리만 날 뿐 울음이 밖으로 터져 나오지 않았다. 너무 오랫동안 참는 법만 익혀온 탓에, 나는 어떻게 울어야 하는지 그 방법조차 잊어버린 것 같았다.


나는 내 안에서 멈춰버린 울음을 지켜보며 문득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 내 울음을 막고 있는 것은 현재의 내가 아니었다. 아주 오래전, 부모님의 싸움 소리에 숨을 죽이며 ‘내가 울면 안 돼, 내가 울면 집안이 무너질 거야’라고 다짐하던 그 작은 아이였다. 그 아이는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내 마음 한구석에 앉아 나를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내 목을 조이고 있었다. ‘울면 안 돼, 울면 위험해져’라고 끊임없이 속삭이면서 말이다. 그 아이에게 울음은 마음의 해소가 아니라 자신의 세상을 위협하는 공포 그 자체였다.


나는 이제 억지로 울음을 터뜨리려 나 자신을 다그치지 않기로 했다. 울지 못하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상처 주지도 않을 것이다. 대신 내 목을 꽉 쥐고 놓아주지 않던 내 안의 아이에게 가만히 말을 건네보기로 했다. “그동안 나를 지키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 네가 애써준 덕분에 내가 무너지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 이제는 조금 쉬어도 괜찮아.” 이 말을 마음속으로 반복하자, 쇠사슬처럼 단단하게 뭉쳐 있던 목과 어깨 근육이 아주 조금은 부드러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렇게 울음이 반드시 눈물이 되어 밖으로 흘러나와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울음은 목구멍에 걸려 있거나 가슴속에 웅크린 채로도 충분히 제 몫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속에 멈춰 선 감정을 억지로 밀어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나를 울지 못하게 막아온 오래된 습관과 그 딱딱한 긴장조차, 결국 나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눈물겨운 보호막이었음을 이제는 이해하기로 했다. 억지로 눈물을 흘리는 것보다, 내 안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보듬어주는 마음이야말로 나에게는 진짜 울음이었다.


이제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지 않아도 괜찮다. 내 목을 조이던 팽팽한 긴장이 조금 느슨해졌다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오늘 밤, 비로소 나 자신과 화해하며 깊은 잠에 들 수 있을 것 같다. 울음이 목에서 멈춰도 괜찮다. 그 멈춤조차 나를 지키려던 나의 절실한 사랑이었음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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