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잘 안다

Chapter 1. 나는 내가 잘 안다는 착각

by 사심가득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가 남긴 이 말은 2500년이 지난 지금도 자주 인용된다. 철학 수업에서, 자기계발서에서, 또는 누군가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서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속으로 하는 생각이 있다.


'오, 나는 이미 나를 잘 알고 있는데?'


일기를 쓰는 사람, 스스로와 자주 대화하는 사람, 성찰의 시간을 습관처럼 갖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수십 년을 자기 자신과 함께 살아온 사람이 바로 나다. 내 취향을 알고, 내 성격을 알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낱낱이 안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예민해지는지, 어떤 말에 힘이 나는지, 어떤 환경에서 잘 집중하는지도 안다.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만약 그게 착각이라면 어떨까?




인간은 모두 심리학자다

내가 나를 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확신이, 사실은 나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가림막으로 작용한다.


심리학에는 '민간 심리학(folk psychology)'이라는 개념이 있다. 심리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과 타인의 마음에 대한 나름의 이론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수만 시간을 자기 자신과 함께 보냈다. 그 시간 동안 스스로를 관찰하고, 반응을 기억하고, 패턴을 익혀왔다. 그러니 내 마음 정도는 내가 제일 잘 안다고 느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문제는 우리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때, 꽤 정확하게 보고 있다고 '느낀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느낌 자체가 착각일 수 있다. 자신을 오래 알아왔다는 것이 자신을 잘 안다는 것을 보장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자신감 넘치는 확신이 나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선언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해묵은 착각일 수도 있다.




80%는 나를 잘 안다는 착각 속에 산다

조직심리학자 타샤 유리크(Tasha Eurich)는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흥미로운 결과를 발견했다.


95%의 사람들이 자신을 자기인식이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로 자기인식이 높다는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은 단 10~15%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나머지 80% 이상은 자신을 잘 안다는 착각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자기성찰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자기인식이 반드시 높지는 않았다.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을 반복적으로 되새기는 방식의 성찰은 자기인식을 오히려 낮추기도 했다. 열심히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해서,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 대부분이 그렇다.




실제로 자기 인식이 높은 사람의 삶은


그렇다면 자기인식이 높은 사람은 실제로 무엇이 다를까? 유리크의 연구에 따르면 자신을 잘 아는 사람들은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고, 관계에서 더 적은 갈등을 경험하며,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 높았다.


직장에서는 더 효과적인 리더가 되었고, 팀의 성과도 높았다.


일상에서도 차이가 난다. 자기인식이 높은 사람은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에도 자신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 충동적인 결정을 내리기 전에 잠깐 멈출 수 있고, 반복되는 실수의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을 구분할 수 있어서,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다.


자기인식은 단순한 자기만족의 문제가 아니라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이었다.




나를 잘 안다던 사람들, 세 고객의 사례

코치로 일하면서 80%라는 숫자를 몸으로 느낀 적이 여러 번 있다.


한 고객은 첫 세션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일기도 쓰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도 많아서, 저 자신에 대해서는 꽤 잘 아는 것 같아요." 실제로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10회기를 마친 뒤 그가 남긴 후기는 이랬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새롭게 깨닫는 점이 이렇게 많다는 게 신기했어요." 스스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막상 들여다보면 몰랐던 것들이 있다.


세 가지 사례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는 감정에 관한 이야기다.


"저는 원래 낙관적인 편이에요."


그는 자신을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도 그를 그렇게 봤다.


그런데 코칭을 진행하면서 조금 다른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동료에게 부탁을 거절하거나, 의견이 다를 때 솔직하게 말하는 상황이 올 때마다 그는 유독 말을 아꼈다.


이유를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거절하면 상대가 저를 싫어할 것 같아서요."


낙관적이라고 생각했던 이면에, 사실 거절당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있었다. 그 불안이 관계에서의 많은 선택을 조용히 결정하고 있었지만, 그는 코칭 전까지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두 번째는 생각에 관한 이야기다.


"저는 피드백을 정말 좋아해요.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었다. 피드백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스스로도 그런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팀원들에게 360도 피드백을 받았을 때 반복적으로 등장한 말이 있었다. "피드백을 드리면 방어적으로 반응하시는 것 같아요."


피드백을 환영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반응은 달랐다. 머릿속의 나와 행동하는 나 사이에 간극이 있었고, 그 간극을 그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세 번째는 동기에 관한 이야기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싶어서 왔어요. 운동 습관을 만들고 싶은데 자꾸 실패해요."


그는 운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하고 싶다고도 했다. 헬스장 등록도 했고, 운동복도 샀고, 유튜브 운동 영상도 저장해뒀다. 준비는 충분했다. 그런데 막상 실천이 되지 않았다.


왜 안 되는지 이유를 물으면 "바빠서요", "피곤해서요", "시간이 없어서요"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여러 세션을 거치면서 드러난 것은 조금 달랐다. 운동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지금 당장 시급하다고는 느끼지 않고 있었다. 원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진짜 원하는 것과 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달랐던 것이다. 자신의 동기를 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 동기가 진짜인지 한 번도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




나는 내가 잘 안다는 착각

세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자신을 꽤 잘 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 자신이 몰랐던 자신을 만났다.


이들이 어리석은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스스로를 들여다보지 않아서도 아니다. 단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의심 없이 믿어 왔기 때문이다.


감정을 몰랐고, 생각을 몰랐고, 동기를 몰랐다.


우리가 자신에 대해 모르는 것들은 생각보다 훨씬 넓고 깊다. 내 감정이 어디서 오는지, 내 생각이 실제로 어떤 패턴을 갖고 있는지, 내가 진짜로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내 몸이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 나는 타인을 얼마나 제대로 보고 있는지, 착각하고 있는 영역이 이렇게나 넓다.


이 시리즈는 그 착각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려 한다. 심리학 연구들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그리고 알고 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함께 살펴볼 것이다.


나를 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순간, 비로소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다. 내 감정은 왜 이렇게 기복이 있는 건지, 내 결심은 왜 늘 작심삼일로 끝나는지, 가까운 사람의 말 한마디가 왜 그렇게 마음에 오래 남는지. 읽고 나면 그 이유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참고문헌

Eurich, T. (2017). Insight: The surprising truth about how others see us, how we see ourselves, and why the answers matter more than we think. Crown 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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