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팔던 회사가 인터넷 세상의 건물주가 되기까지의 과정
인터넷 쇼핑을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OTT를 안 보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우리가 쇼핑몰에서 '결제하기' 버튼을 누를 때, OTT에서 좋아하는 드라마를 재생할 때, 그 수많은 데이터는 대체 어디에 저장되어 있는 걸까?
넷플릭스, 에어비앤비,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이 서비스들의 공통점은 모두 아마존의 서버 위에서 돌아간다는 것이다.
쿠팡조차 AWS를 쓴다. 그리고, AWS를 만들고 싶어 한다.
고객의 모든 정보를 자유롭게 공개하는 신개념 클라우드 서버!!!
책을 팔던 회사가 인터넷 세상의 건물주가 되기까지.
오늘은 아마존(Amazon)과 AWS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2000년대 초반, 시애틀. 아마존은 성장의 무게에 짓눌리고 있었다.
1994년,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사이트가 CD, DVD, 가전으로 확장되면서 거대한 종합 쇼핑몰이 되었는데, 정작 뒤에선 대혼란의 연속.
"우린 물건을 파는 회사인데, 왜 맨날 서버랑 씨름하고 있지?"
제프 베조스의 짜증은 당연했다.
서버 설치, 냉각, 전원 확보, 회선 관리... 차별화나 직접적인 매출에는 도움이 안 되지만, 소홀히 하면 서비스가 죽어버리는 고된 일. 아마존은 이걸 "차별화되지 않는 중노동"이라 불렀다.
개발자들의 야근을 학술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결국 베조스는 이 고통을 시스템으로 해결하려고 마음먹는다.
외모부터 상당히 깐깐하게 생긴 베조스는 2002년에 회사 전체에 엄명을 내린다.
일명 'API 칙령(API Mandate)'.
모든 팀은 데이터와 기능을 API를 통해 공개할 것
팀 간에 직접적인 데이터베이스 연결 금지
모든 인터페이스는 외부 공개가 가능하도록 설계할 것
지키지 않는 자는 해고!
마지막 한 줄에 광기와 진심이 공존하고 있다.
API란, 서로 다른 앱이나 서비스가 정보를 주고받기 위한 창구 역할을 하는 인터페이스다.
쉽게 말해 레스토랑의 주문 전표 같은 것. 홀 직원(외부 서비스)이 직접 주방(내부 시스템)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정해진 양식으로 요청하면 결과물이 나오는 구조.
대단히 엄격한 규칙이었지만, 덕분에 많은 부분을 효율화함과 동시에, 아마존 내부 시스템이 고스란히 외부에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되었다. 귀찮은 인프라 작업을 추상화하고, 정리하고, API로 다듬어 놓은 것이다.
게다가 아마존 자신이 최대의 고객이었다.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시즌의 지옥 같은 트래픽에도 버티는 인프라라면, 다른 회사가 써도 끄떡없다.
그리고 피크 시즌을 위해 설치한 서버는 비수기에 남아돈다.
"이 남는 서버, 팔 수 없을까?"
이 발상이야말로 AWS의 진짜 핵심이다.
2003년, 아마존의 인프라 담당 크리스 핑컴과 벤저민이 한 장의 제안서를 쓴다.
"아마존의 인프라를 외부 개발자에게 빌려주자."
자사의 서버와 스토리지를 잘게 쪼개서 누구나 쓸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
레스토랑이 쉬는 시간에 주방을 분 단위로 대여하는 것과 같은 기발한 발상이었다.
베조스에게 직접 발표했고, 즉시 승인이 떨어졌다.
2006년 3월, AWS가 조용히 출범한다.
"책 파는 회사가 인프라 사업? ARE YOU JOKING?"
IBM,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거인들은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이미 아마존은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완벽하게 표준화된 내부 구조, 자사 서비스로 검증된 인프라, 비수기에 남는 서버를 재활용한 비용 절감 등, 기존 IT기업들에게는 보이지 않던 장점들.
당시 기업이 웹 서비스를 하나 시작하려면 서버 구매, 회선 계약, 관리 인력까지 수천만 원이 필요했다.
AWS는? 몇 달러면 시작 가능했고, 사용을 중지하는 즉시 과금이 멈춘다.
즉, 운용 비용은 상당하지만 초기 비용이 0원에 가깝다는 뜻.
가난하지만 돈 벌 계획은 원대한 실리콘밸리의 차고에서 젊은 창업자들의 눈이 번쩍 떠졌다.
에어비앤비, 넷플릭스, 우버...
세상을 바꾼 기업들이 AWS 위에서 시행착오를 시작했다.
특히 매력적인 점은 아마존도 스스로 하고 싶지 않았던 서버 관리, 보안 패치, 스케일링, 백업... 이 '차별화되지 않는 중노동'을 AWS가 떠안으면서, 전 세계의 개발자와 스타트업은 비로소 진짜 자기가 잘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IT 업계가 클라우드 서버 시장의 가능성을 눈치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아마존은 인터넷 세상의 '건물주'가 되어 있었다.
(2026년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많이 쫓아온 상황이지만 여전히 AWS와의 격차는 꽤 크다.)
필자는 이 시기 즈음에 일본의 모 IT대기업에서 신입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있었는데, 그 당시 클라우드 서버 사업의 미래에 관해서 자신감에 넘치는 강연을 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지금은… 이 회사는 여전히 일본 최고의 기업이지만, 클라우드 서버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일본 국내에서조차 AWS와는 비교가 안 된다.
2025년 Q4 기준, AWS는 아마존 전체 매출의 약 17%를 차지하지만,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직전 분기 기준 연간 매출 환산액은 1,420억 달러(약 200조 원).
아마존은 명실공히 IT 회사로 탈바꿈했다. 그것도 세계 최대의.
그리고 지금 아마존이 노리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모두가 구애하는 ‘AI’ 시장.
2025년 AWS re:Invent 발표에서 가장 많이 들린 단어는 서버 가격이나 성능이 아닌, 생성 AI(Generative AI)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아마존이 AI 모델 자체를 잘 만드는 회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ChatGPT를 만든 OpenAI, Claude를 만든 Anthropic, 오픈소스 진영의 Meta... AI 모델 개발 경쟁에서 아마존의 자체 모델 'Amazon Titan'이 화제의 중심은 아니다. 하지만 AWS의 'Amazon Bedrock'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Claude, Llama, Amazon Titan 등 다양한 AI 모델을 골라서 호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마치 푸드코트에서 원하는 음식을 골라 먹는 것처럼, 개발자가 용도에 맞는 AI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게다가 모두 잘 알다시피 AI를 돌리려면 엄청난 연산 자원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GPU가 부족하다는 뉴스가 연일 나올 정도인데, 아마존은 자체 개발한 AI 칩 'Trainium'과 'Inferentia'를 데이터센터에 대량 투입하며 남의 공급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칩 전략을 밀고 있다. 결국 AI 시대에도 '건물'이 필요하고, 그 건물을 가장 많이 가진 곳이 AWS다.
(아마존은 2026년 설비투자를 $2,000억(약 280조 원)으로 발표했고, 월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거대한 규모에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는 현상을 보이는 중.)
1848년 캠리포니아 골드러시. 금을 캐러 몰려든 사람들 중 정작 부자가 된 것은 극소수였다.
진짜 돈을 번 것은 곡괭이와 청바지를 판 상인들이었다는 건 유명한 일화.
결국 AWS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누구나 해야 하지만,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대신해 주는 것.
서버 관리, 보안 패치, 스케일링, 백업... 그리고 이제는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연산 자원과, AI를 서비스에 접목시키는 플랫폼까지.
이 '차별화되지 않는 중노동'의 범위는 계속 넓어지고 있고, AWS는 그걸 고스란히 떠안으며, 인터넷 세상의 '건물'에서 AI 시대의 '마을'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