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라는 디지털 세계의 '자원'을 독점한 기업. 구글의 과거와 미래
구글(Google).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구글링"이라는 단어가 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검색이라는 행위 자체가 고유명사가 된 유일한 기업.
2022년 말 ChatGPT가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구글 끝났다"는 기사가 쏟아졌고, 급하게 내놓은 AI 바드(Bard)는 시연 중 오답을 내뱉으며 구글의 주가를 1,000억 달러나 증발시킨다.
이게 얼마나 흑역사냐면, 지금 구글에서 "Bard"를 검색하면 제미나이 페이지만 뜨고 바드의 흔적은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구글처럼 거대한 기업에서 출시한 제품에 대한 검색 결과가 이렇게 적다니 놀라울 정도. 정보 조작?!
그랬던 2025년, 분위기가 다시 역전.
제미나이가 본격 가동되면서 AI 경쟁의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고, 이제는 "구글이 대세"라는 소리가 또 나온다.
자,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구글이 광고로 막대한 돈을 번다는 건 누구나 안다. 도대체 왜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네이버, 바이두... 수많은 기업이 20년 넘게 구글을 뛰어넘지 못했을까? 돈이 없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빙(Bing)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기술이 없어서?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그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뭐가 다른 건지, 이 회사는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쩌다 이런 독점적인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 한번 알아보자.
1996년, 스탠퍼드 대학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라는 두 박사과정 학생이 하나의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많이 인용되는 논문이 좋은 논문이듯, 많이 링크되는 웹페이지가 좋은 웹페이지다."
당시 검색엔진들이 키워드 빈도수로 결과를 정렬하던 시절, 구글은 웹 전체의 링크 구조를 분석해 신뢰할 수 있는 페이지를 위로 올렸다. 검색 품질이 압도적이었고, 입소문은 순식간에 퍼졌다.
1998년 스탠퍼드 논문인데, 우리에겐 어떤 길고 어려운 문서도 요약해 주는 AI가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한번 읽어보시길.
http://infolab.stanford.edu/~backrub/google.html
다만 이 시절 구글의 모습은 지금과 차원이 달랐다.
래리와 세르게이는 4GB 하드디스크 10개를 레고 블록으로 만든 케이스에 쑤셔 넣어 첫 서버를 만들었고, 이 레고 서버는 지금도 스탠퍼드 젠슨 황 공학센터에 전시되어 있다.
구글의 서버가 엔디비아 젠슨 황의 이름이 붙은 건물에 전시되는 아이러니
1998년, 수잔 보이치키의 차고를 월 1,700달러에 빌려 창업. 참고로 수잔은 나중에 유튜브 CEO가 된다.
스타트 업 회사에 월세를 주는 건물주 분들은 이 사례를 꼭 마음에 새기도록 하자.
그리고, 구글의 53번째 직원으로 고용된 요리사 찰리 에이어스가 만든 무료 식사 문화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친 엔지니어들의 대화에서 혁신이 탄생한다"는 래리 페이지의 철학을 실현한 것이었다.
지금은 판교의 한국 IT기업들의 식당 문화도 구글 못지않다곤 하지만, 스톡옵션으로 2,600만 달러를 번 구내식당 요리사는 다시 나올 것 같지 않다.
구글 홈페이지의 두 번째 버튼, 'I'm Feeling Lucky'.
검색 결과를 건너뛰고 첫 번째 결과로 바로 이동하는 기능이다. "가장 정확한 검색 결과를 가장 위에 표시한다"는 자신감의 표현.
이 버튼 때문에 연간 수억 달러의 광고 수익을 잃는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사용자 경험이 최우선"이라는 철학을 래리 페이지는 끝까지 지켰다.
배너 광고 대신 검색어에 맞는 텍스트 광고만 보여주는 애드워즈도 마찬가지.
검색의 질로 사용자를 모으고, 사용자의 의도에 맞는 광고로 돈을 버는 완벽한 선순환 모델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구글 매출의 핵심이다.
그리고 어쩌면, 검색조차 AI에게 맡기는 지금의 흐름도 같은 뿌리일지도 모른다.
사용자가 10개의 링크를 훑는 대신 하나의 답을 바로 받는 것.
"I'm Feeling Lucky"로 시작했던 도전이, AI라는 형태로 완성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너무 크게 성공한 회사에는 특유의 위험이 따른다. 한때 구글의 사훈이었던 "Don't Be Evil"은 2018년 행동강령에서 조용히 빠졌고, 그 자리를 채운 건 애플에 연간 수백억 달러를 지불하며 기본 검색엔진 자리를 지키는 거래였다. 사용자를 위해 존재하던 회사가, 어느 순간 시장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회사가 되고 말았다.
2024년 8월, 미국 법원은 "구글은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위법하게 행동했다."라고 판결했고, 2025년 최종 판결에서 크롬 매각 같은 강경 조치는 기각됐지만, 향후 5년간 검색 데이터를 경쟁사와 공유하고, 기본 검색엔진 계약을 맺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데이터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져만가는 AI 시대에서 구글의 독점은 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구글의 웹 크롤러(웹페이지를 자동으로 수집하는 프로그램)는 검색 인덱싱과 AI 학습 데이터 수집을 동시에 수행하는데, 그 크롤링 규모는 경쟁사의 최대 1,800배에 달한다.
웹사이트 입장에서는 검색 순위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구글의 접근을 허용할 수밖에 없고, 그 순간 콘텐츠는 AI 학습 데이터로도 함께 빨려 들어간다. 검색 독점이 곧 AI 데이터 독점으로 이어지는 구조.
구글은 AI 모델(Gemini), 클라우드(GCP), 반도체(TPU)를 모두 자체 보유한 유일한 수직 통합형 빅테크다.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 서버를, 앤트로픽은 AWS와 GCP에 의존하는 반면, 구글은 자기 칩으로, 자기 서버에서, 자기 모델을 돌린다.
2025년 연간 매출 4,030억 달러. Q4 순이익 345억 달러.
구글 클라우드 전년 대비 48% 성장. 2026년 AI 설비 투자에 1,750억~1,850억 달러를 쏟아붓겠다고 발표했다. 2025년 한 해 알파벳 주가는 약 70% 상승. 2009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률이다.
버핏이 사는 주식은 다 이유가 있다더니.
경쟁사를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는데, 오픈AI는 2025년 연환산 매출(ARR) 200억 달러를 달성했지만, 실제 연간 매출은 120~130억 달러 수준이고 현금 소진이 85억 달러에 달한다.
앤트로픽은 ARR 90억 달러에 현금 소진 52억 달러, 게다가 구글과 아마존 서버 추론 비용이 예상보다 23% 높게 나왔다. 둘 다 투자자들의 돈을 태우며 달리고 있다.
구글은 다르다. 남의 돈이 아니라 자기 돈으로 싸운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이 투자금을 태우며 생존을 건 도박을 하는 동안, 구글은 자체 매출로 미래를 사고 있다.
구글의 유명한 20% 룰. 직원들이 근무 시간의 20%를 자유 프로젝트에 쓸 수 있었던 문화다.
공식 정책은 점차 흐려졌지만, 이 문화가 남긴 유산은 강력하다.
Gmail, 구글 뉴스, 애드센스뿐 아니라 수많은 미래의 가치가 여기서 태어났다.
웨이모 — 자율주행. 미국 주요 도시에서 상업 운행 중.
윌로우 — 양자컴퓨터 칩. 슈퍼컴퓨터로 10²⁵년 걸리는 계산을 5분 만에 해결.
딥마인드 — 알파고, 알파폴드. 단백질 구조 예측으로 과학의 판도를 바꿨다.
Verily, Calico — 생명과학과 장수 연구.
각 나라의 프론티어 AI 기업인 프랑스 미스트랄, 일본 사카나 AI, 캐나다 코히어도 모두 구글 출신이 세운 회사. 이미 구글은 검색 회사가 아니라 기술 생태계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글 검색엔진에 붙어있는 "I'm Feeling Lucky"라는 작은 버튼은 단순한 기능이 아니다.
"사용자를 가장 빠르게 원하는 답으로 데려다주겠다"는, 구글이라는 회사의 본질적인 약속이다.
검색창이든 AI 어시스턴트든, 형태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건 언제나 똑같지 않을까.
질문에 대한 가장 정확한 답. 그리고 그 답을 가장 빠르게 잘 찾아주는 일을 사반세기 넘게 해 온 회사가 구글이다.
물론 도전은 존재한다.
반독점 판결, AI 경쟁 격화, 천문학적 투자 부담까지.
다만 역사를 돌아보면, 구글은 늘 "이번엔 진짜 위기"라는 말을 들어왔고, 그때마다 결국 살아남았다.
구글이 AI 시대에도 여전히 "I'm Feeling Lucky"를 외칠 수 있을지.
나는 '그렇다'에 한 표를 던진다.
독자들의 재미를 위해 ChatGPT, 클로드(Claude), 제미나이(Gemini), 그록(Grok)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봤다.
가장 넓은 생태계와 막강한 배포·통합 능력을 갖추고 있어 AI 모델 시장에서 성장세가 강하고 점유율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
오픈AI·앤트로픽도 강력하지만, 구글은 클라우드 + 검색 + 디바이스까지 AI를 깊게 연결하는 인프라 우위가 큰 경쟁력임
데이터 + 인프라 + 유통망의 삼위일체: Gmail/YouTube/Android/Chrome을 통한 실사용 데이터 독점, TPU 자체 제작으로 비용 우위, 그리고 10억+ 사용자 기반에 AI를 즉시 배포 가능한 유통망을 동시에 보유한 유일한 기업
경쟁사들의 구조적 한계: OpenAI/Anthropic은 MS/AWS 인프라에 종속되어 마진 압박, xAI는 출발이 너무 늦음 (Grok은 아직 GPT-4급 미달)
2026년의 AI 전쟁은 '채팅 성능'이 아니라 '실생활 수행 능력(Agent)'이 결정하는데, 전 세계 OS(안드로이드)와 데이터(유튜브/검색)라는 압도적인 인프라를 쥔 구글이 결국 모든 접점을 장악할 것이기 때문.
구글은 재정 안정과 분포 우위로 장기적으로 앞서며, 오픈AI와 앤트로픽은 경쟁 심화로 재정 압박, xAI는 인재 유출과 내부 불안정으로 약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