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키토리 / 스시 / 이자카야 / 생선구이 / 우동 / 라멘 / 이탈리안
도쿄에서 15년 넘게 살다 보면, 관광객들은 잘 모르는 가게들이 하나둘 쌓인다.
어느 나라든, 관광객이 몰리는 가게는 원래 맛집이었어도 퀄리티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구글맵 평점만 보고 갔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부지기수고, 가게 앞에 긴 줄을 견디고 겨우 들어갔는데, 고개를 갸우뚱할 때도 있다.
어디를 가도 평균 이상의 맛을 보장하는 음식점 격전지 도쿄.
그중에서도 신주쿠의 직장인들이 유독 사랑하는 맛집 7곳을, 오늘은 진짜 절친한테만 몰래 카톡으로 보내주던 리스트 속에서 골라 공개한다.
여기 소개하는 곳들은 전부 내가 직접 여러 번 가본 곳들이다.
물론 취향은 주관적이니 책임은 못지지만, 적어도 나와 신주쿠 회사원들의 입맛에는 딱!
사실 일본에 계속 살았으면 이 글은 절대 안 썼다.
원래도 인기인 가게들인데, 혹시나 손님이 더 늘면 손해니까...
그런데 최근에 15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제 내가 줄 서서 기다릴 일은 당분간 없으니, 큰맘 먹고 하나씩 방출해보려고 한다.
신주쿠는 동서남북으로 성격이 완전히 다른 동네인데, 오늘은 니시신주쿠(서쪽 신주쿠)를 중심으로 7군데를 엄선! 관광객들이 몰리는 동쪽 가부키초나 남쪽의 쇼핑거리와는 달리, 고층 빌딩 숲 사이사이에 직장인들만 아는 가게들이 숨어있는 곳이다.
신주쿠 서쪽출구에서 도보 2분 | 저녁 ¥4,000~6,000
구글맵: https://maps.app.goo.gl/xcJjrqQdejNzLFxB7
"신주쿠역 지하에 이런 데가 있었어?" — 처음 간 사람들의 공통 반응이다.
신주쿠 역 서쪽 출구 바로 옆에 위치한 파레트 빌딩 지하 2층이라는, 일부러 찾지 않으면 절대 모를 위치에 숨어있다. 유니클로가 입점한 건물이니, 유니클로를 찾아가면 쉽다.
2003년부터 20년 넘게 영업 중인 이 집의 무기는 비장탄(備長炭) 숯불에 구운 본격 야키토리.
군계일학이라 할 수 있는 샤모(軍鶏, 투계 품종의 닭)를 사용하는데, 일반 닭과는 식감이 완전히 다르다.
살짝 쫄깃하면서도 육즙이 살아있는 그 느낌.
가게 이름인 "こけこっこ"는 닭의 울음소리. 즉, "꼬끼~오!"라는 뜻이다.
카운터 16석, 개인실 8석밖에 없어서 분위기가 아늑하다.
가족 여행보다는, 연인이나 두세 명이서 방문하기 좋은 장소이고, 감히 단언하건대 도쿄의 고급 야키토리 가게 중에서는 최고의 가성비와 맛을 자랑한다.
소믈리에가 상주하고 있어서 와인 페어링도 가능한데, 야키토리에 와인이라니 — 의외로 이게 진짜 잘 어울린다. 그리고 절대 놓치면 안 되는 게 시메(〆, 마무리)의 오야코동(親子丼). 야키토리 집의 오야코동은 재료의 질이 다르니까, 배가 불러도 이것만은 꼭 먹어보길. 닭고기 라멘도 유즈 향이 살아있어서 깔끔하다.
신주쿠 서쪽출구에서 도보 7분 | 저녁 ¥3,000~5,000 / 점심 ¥2,000~3,000
구글맵: https://maps.app.goo.gl/VNdYMfbSv4Fprxa68
카운터에서 장인이 직접 쥐어주는 스시를 이 가격에? 신주쿠에서? 진짜?
'쓰모토식 궁극의 피뽑기(津本式究極の血抜き)' 공인점이라는, 뭔가 무시무시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데, 쉽게 말하면 생선의 피를 완벽하게 제거한 뒤 저온 숙성시켜서 감칠맛을 극대화하는 기법이다. 이 기술 하나로 일반 스시집과 차원이 다른 맛을 낸다.
1인분에 30만 원이 훌쩍 넘는 스시집도 여러 군데 가봤지만,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여기가 더 맛있는 것 같기도 하다.
15석짜리 작은 카운터에 앉으면, 사장님이 영어로도 척척 대응하면서 즐겁게 쥐어준다.
이상하게 일본말로 하면 오히려 불친절함
벽에는 손님들과 찍은 즉석사진이 빼곡한데, '월요일부터 밤까지 놀기(月曜から夜ふかし)'라는 인기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적이 있는 가게다. 나도 10년쯤 전에 방송국 PD 분에게 소개를 받아서 처음 가게 되었다.
숙성 생선 스시가 이 집의 진수. 일본에서도 정말 드문 방식이니, 스시를 좋아한다면 꼭 들러보시길!
2피스씩 나오는데, 한 관은 소금, 한 관은 간장 등으로 맛을 달리해서 내주는 센스가 있다.
맛 대비 가격이 정말 착해서, 맘 편히 "이것도 주세요, 저것도 주세요" 할 수 있는 분위기.
다만, 최근 몇 년 사이에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서 예약 없이 방문이 힘들 수 있고, 일요일은 쉬기 때문에 주의할 것.
신주쿠역 서쪽출구에서 도보 5분 | 저녁 ¥1,000~2,000 / 점심 ~¥1000
구글맵: https://maps.app.goo.gl/QvzMZcPvLGhQrp867
1969년 개업. 반세기가 넘었다.
신주쿠 우체국 바로 옆에 있는 이 집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정직한 우동집이다.
(신주쿠 요도바시 카메라 본점 바로 근처)
이 집이 대단한 이유가 하나 있는데, '사라다우동(サラダうどん)'의 발상지라는 것이다.
도쿄에 사는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마니아 층이 두텁다. 차가운 우동에 각종 야채와 샤브샤브된 돼지고기 등의 고명을 올려, 마요네즈 베이스의 소스에 비벼 먹는 요리인데, 여름에 먹으면 감탄하며 매번 찾게 된다는 그 맛!
지금은 편의점에서도 팔고 일반 가정에서도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절대로 원조의 맛을 흉내 낼 수는 없다.
물론 사라다우동만 유명한 건 아니고, 미소니코미 우동(味噌煮込みうどん)도 킬러 메뉴다.
진한 미소 국물에 쫄깃한 우동이 들어가는데, 추운 겨울날 이거 한 그릇이면 두 시간은 따뜻해진다.
여름엔 '사라다우동', 겨울엔 '미소니코미 우동'. 기억해 두자.
오늘 소개하는 가게 중에서 가장 넓은 편(135석)이라, 웬만하면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고, 가격도 착해서 부담이 없다. 니시신주쿠 비즈니스 빌딩 숲에서 일하는 아저씨들의 숨은 안식처 같은 곳.
나는 탄수화물을 먹었지만, 샐러드가 들어간 우동을 먹었으니 다이어트한 거다.
신주쿠역 서쪽출구에서 도보 10분 | 저녁 ¥3,000~4,000 / 점심 ~¥1000
구글맵: https://maps.app.goo.gl/Z5VBBWo1eNbWmMjx9 (본점)
구글맵: https://maps.app.goo.gl/3dASAMQS4dMAJLqH9 (분점)
이 집의 정체는 츠키지(築地)의 도매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숯불구이 전문점이다. 즉, 생선의 질이 근본부터 다르다. 도요스(豊洲) 시장에서 매일 아침 직접 눈으로 보고 골라온 생선을 자사 가공장에서 손수 건어물로 만들고, 그걸 숯불에 구워준다.
명물은 '생선 꼬치구이(魚串焼き)'.
꼬치 하나당 30~40g 크기로, 야키토리 먹듯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데, '오마카세 3종 세트'로 시키면 그날 가장 상태 좋은 생선 3종류를 내준다. 여기에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무로 갈아 만든 무즙(大根おろし)이 무한리필이라는 게 포인트. 이 무즙에 특제 간장을 살짝 뿌려서 생선구이와 함께 먹으면… 진심 말이 필요 없다.
'다이센토리(大山鶏) 스테이크'도 인기가 많은 메뉴인데, 엄선된 브랜드 닭인 '다이센토리'만 써서 거의 레어로 내주는 독특한 스타일이다.
점심에는 1,000엔 안팎의 정식으로 이 퀄리티를 즐길 수 있으니,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이라면 런치 타임을 노리자. 단, 점심은 예약이 안 되니 줄을 길~게 서야 한다.
낮에는 급히 밥 먹는 직장인으로 붐비고, 밤에는 느긋하게 술 마시는 직장인으로 붐비니, 그 사이 시간대를 잘 맞추면 괜찮을 듯하고, 근처에 분점이 하나 더 있지만 이곳도 마찬가지로 상당히 인기가 많다.
일요일·공휴일 휴무이니 미리 체크하시길.
신주쿠역 서쪽출구에서 도보 5분 | ¥1,000~1,500
구글맵: https://maps.app.goo.gl/4eDFBmZE8aoRaQRF6
이 집은 좀 특이하다.
토·일요일 휴무. 라멘집이 주말에 문을 안 연다는 건, 완전히 직장인 전용이라는 뜻이다.
신주쿠 요도바시 카메라 본점 바로 옆의 지하에 있는 이 집은, 평일 점심이면 양복 입은 샐러리맨들이 줄을 서는 풍경이 일상이다. 특히 입구가 너무 작고 간판이 잘 안 보여서, 줄 서는 시간대가 아니면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나도 몇 년 전에 우연히 발견한 맛집인데, 그래서 '숨겨진 맛집'이라는 타이틀에 가장 걸맞은 곳이기도 하다.
일본 라멘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곳인데, 관광객을 가게 안에서 본 적은 잘 없다.
다만, 이곳은 일본 라멘의 '상급자' 들에게만 추천한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라멘이랑은 전혀 다른 스타일이기 때문인데, 소바와 라면 그 사이의 오묘한 밸런스가 절묘하다. 고명은 닭튀김인데, 신기하게 잘 어울리고(일본식 카라아게랑도 조금 다르다), 반찬으로 나오는 갓절임을 곁들여 먹으면, 놀라운 궁합!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을 것 같다.
평일에 신주쿠를 방문하고, 나는 웬만한 일본 라멘은 다 섭렵했다는 분들은 점심시간에 꼭 들러볼 것.
다만 가게 안이 대단히 협소하니,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는 조금 어렵다.
(특히 유모차는 좁은 계단 때문에 힘듦)
신주쿠역 동쪽출구에서 도보 5분 | 저녁 ¥4,000~6,000
구글맵: https://maps.app.goo.gl/PVsVkAze7fA7LdW39
'오레노(俺の)' 시리즈라고 하면, 도쿄에 사는 사람이면 한 번쯤 들어봤을 체인인데, 이 신주쿠 로바타 지점은 좀 특별하다. 들어가는 순간 숯불 타는 냄새가 확 퍼지면서 식욕이 폭발한다.
로바타야키(炉端焼き)라는 건 쉽게 말하면 일본식 숯불구이.
제철 생선이나 야채, 고기를 숯불 위에서 천천히 구워주는 스타일이다.
홀 중앙에 있는 거대한 화로에서 요리사들이 구워주는 라이브감이 핵심인데, 테이블 석에 앉으면 그 광경이 잘 안 보이니 참고할 것.
생선 숯불구이가 유명하지만, 반드시 시켜야 할 것은 '토나베고항(土鍋ご飯)'.
토나베(뚝배기)에 밥을 지어서 나오는데, 바닥에 살짝 눌어붙은 누룽지가 예술이다.
코스 마지막에 나오는데, 이걸 안 먹으면 온 의미가 없다.
참고로, 금·토요일은 예약이 금방 차니까 미리미리 잡아야 한다.
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일본술 5종 비교해서 마시기(飲み比べ) 세트도 꼭 시켜보시길.
기억에 의존해서 고르다 보니, 이 가게만 신주쿠 역 "서쪽"이 아닌, "동쪽"에 있는데, 양해 부탁드립니다.
신주쿠역 서쪽출구에서 도보 15분 | 저녁 ¥4,000~6,000 / 점심 ~¥1200
구글맵: https://maps.app.goo.gl/AuVGWMQjBym5ETZL6
마지막은 좀 의외의 선택일 수도 있다. 신주쿠 맛집 리스트에 이탈리안이라니.
하지만 이게 바로 현지인 추천 리스트의 매력이다. 관광객이라면 "일본까지 와서 왜 이탈리안을?" 하겠지만, 도쿄에 사는 사람은 안다. 일본의 이탈리안은 본고장 이탈리아 못지않게, 어쩌면 그 이상으로 수준이 높다는 것을.
특히 이 가게는 신주쿠에 오피스가 있을 때, 거의 매일 가던 나의 최애 맛집이다.
도쿄 도청과 신주쿠 중앙 공원 바로 옆에 있어서, 아시아 관광객은 거의 없다.
저녁 시간대는 특이하게 서양인 관광객들이 꽤 방문하는데, 아마 어디선가 입소문이 난 것 같다.
동네 단골들만 아는 조용한 공간에서 제대로 된 이탈리안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신주쿠의 화려한 네온과 인파에 지쳤을 때, 살짝 벗어나서 와인 한 잔과 함께 여유로운 저녁을 보내고 싶다면 여기를 강력 추천한다.
이 가게에는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는데, 바로 점심에만 판매하는 뷔페 메뉴.
1,000엔(요즘 급격히 물가가 올라서 100엔 정도 더 비쌀 수도 있음)이라는 가격에, 매일 달라지는 신선한 야채들과 이탈리안 반찬들, 그리고 맛있는 파스타를 먹을 수 있다.
장담하는데, 오늘따라 일본음식이 안 당기고, 야채가 먹고 싶다? 무조건 여기를 가야 한다.
나는 베지테리안이다? 두말없이 여기에 오면 된다.
창 밖으로 보이는 신주쿠 중앙 공원의 경치는 덤인데, 신주쿠 중앙 공원 근처에는 다른 맛집들도 많으니 다음 기회에 또 소개하도록 하겠다.
이상, 내가 자주 가던 신주쿠 맛집 7선이다.
이 글을 작성하면서 처음으로 이 가게들을 구글맵에 검색해 봤는데, 이미 꽤 리뷰는 많은 탓에 어쩌면 "숨겨진" 맛집은 아닐지 모른다.
오늘 소개한 곳들은 대부분 니시신주쿠(서쪽 신주쿠) 일대에 몰려있다.
맛집만으로는 아쉬우니, 신주쿠라는 동네 자체가 궁금하다면 전에 쓴 글도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도쿄 도청 무료 전망대, 벚꽃이 아름다운 신주쿠 중앙공원, 600년 된 쿠마노 신사까지 — 관광 가이드북에는 잘 안 나오는 신주쿠의 숨은 명소들을 싹 다 정리해 뒀다.
도쿄 15년차의 신주쿠 탐방기 — 신주쿠 야경 명소부터 벚꽃 공원까지 싹 다 소개합니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가게들은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선정하였음을 알려드리며, 최대한 정확하게 서술하려고 노력하였으나, 기억력에 의존해서 작성한 탓에 방문 시점의 정보와는 다소 다를 수 있다는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혹시 더 자세한 정보 등이 궁금하신 분이나, 도쿄 여행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은 언제든지 댓글로 질문해 주시면 빠르게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