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 야경 명소부터 벚꽃 공원까지 싹 다 소개합니다.
요즘 일본을 안 가본 사람을 주위에서 찾기 힘들다.
작년(2025년)에는 945만 9600명의 한국인이 일본을 방문하여, 개별 국가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20년 전, 캐나다의 한적한 도시에서 신주쿠역에 처음 내렸던 순간의 충격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도쿄 인구밀도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곳에서 살다가, 무작위로 교차하는 인파 속에 던져졌다.
모두 빠른 걸음. 어디서부터 어떻게 걸어야 할지 몰라서 몇 분간 멍하니 서 있었다.
원래도 방향치 기질이 다분했던 나는 그대로 지하에서 길을 잃었고, 출구도 못 찾았고, 유일한 의지였던 구글맵도 지하에선 무용지물이었다. 그 트라우마 때문에, 도쿄에 살면서도 몇 년간은 신주쿠역을 피해 다녔다.
전환점이 온 건 약 10년 전, 불가피하게 사무실을 신주쿠로 이전하면서였다.
사실 도쿄에서도 가장 큰 터미널 역 중 하나이다 보니, 사무실 입지로서는 더할 나위 없다.
다만, 방향치는 여전히 낫지 않아 아직도 나는 가끔 길을 잃는다.
오늘은 많은 사람들이 가봤을 법하지만, 또 은근히 스쳐 지나가게 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역, 신주쿠 역과 그 주변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新宿는 한자의 뜻을 그대로 해석하면 '새로운 숙소'다.
1698년, 에도(지금의 도쿄) 중심부 니혼바시에서 지방으로 가는 고슈 가도(甲州街道)라는 큰 길이 있었는데, 첫 번째 숙소까지가 15km. 당시 기준으로 이건 꽤 고된 거리였다.
"첫 숙소까지 너무 멀어!"라는 여행자들의 불만이 쌓이자, 아사쿠사의 영주 타카마츠 키헤이(高松喜兵衛)가 막부에 청원을 넣어 중간에 새 숙소를 만든 게 시작이다.
숙소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에도 서쪽 관문의 유곽 겸 환락가에 가까웠다.
여행자에게 밥을 날라주는 '메시모리온나(飯盛女)'라는 여성들이 사실상 사창의 역할을 했고, 우키요에 화가 히로시게(歌川広重)는 이 동네를 '요츠야의 말똥 속에 피는 꽃'이라 묘사했을 정도다.
에도의 4대 숙소 거리(宿場) 중 하나로 꽤 번성했지만, 환락가 성격이 너무 강해지자 막부가 한때 영업 정지를 내리기도 했다.
참고로, 일본 친구들도 "신주쿠라는 이름의 유래가 뭐야?"라고 물으면 대부분 모른다.
일본 사람들도 모르는 걸 독자분들은 이제 알게 되었다. 과연 쓸모 있는 지식일까?
신주쿠역은 어떤 TV 프로그램에서 스페인의 유명 건축물, 사그라다 파밀리아보다 건설 기간이 길다고 소개된 적이 있다. 세계 최장(最長) 기간 공사 중인 건설물이라는 거다. 묘하게 납득이 갔다.
출입구만 크고 작은 것 합쳐서 50개 이상.
조금 익숙해졌다 싶으면 어김없이 공사가 시작된다. 어제까지 다니던 통로가 어느 날 갑자기 막혀 있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대규모 재개발 때문에 이제는 월 단위로 동선이 바뀌는 스릴까지 추가됐다.
작년에 거래처 분이 양쪽 다리를 크게 다친 채 미팅에 나타난 적이 있다.
교통사고라도 당한 줄 알았는데, 10년 넘게 통근으로 이용하던 신주쿠 역의 공사로 갑자기 바뀐 길에 우왕좌왕하다 계단에서 발을 헛디뎠단다.
여행자분들, 신주쿠역에서는 스마트폰 보면서 걷지 마시라. 진심이다.
신주쿠역은 길 찾기 외에도 스릴이 존재하는데, 밤이 되면 지하 파출소 앞에서 당당하게 헌팅하는 남자들이 넘치고, 지나가는 행인을 필사적으로 노리는 호객꾼도 많다. 게다가 평소에 온화한 일본인들도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 역에서는 분노 게이지가 상당히 쌓여있는 상태라서 조심해야 한다.
처음 신주쿠를 방문하면 놀라는 점이, 노숙자 분들이 상당히 많이 보인다는 점.
오랜 기간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던 일본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데, 이 배경에는 버블 경제 붕괴 후 갑작스레 쏟아져 나온 파산자들이 넓은 지하 공간과 대형 공원으로 몰려온 역사가 있다.
특히 서쪽 신주쿠 지하통로 앞에서는 잡지를 판매하는 분이나, 도청 앞에서 늘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젊은 노숙자 분은 동네에서는 상당히 유명하다. (잡지는 BIGISSUE라는 노숙자 지원사업 회사의 출판물)
신주쿠의 독특한 점은 방향에 따라 완전히 다른 도시가 펼쳐진다는 것.
'신주쿠'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기엔 성격이 너무 다른 네 개의 구역이 강제로 합쳐진 곳이다.
일단, 관광객들에게 가장 친숙한 남쪽은 나리타·하네다 공항 리무진 버스가 도착하는 곳이라, 사실상 많은 여행자가 도쿄에서 처음 발을 딛는 관문이다. 주변에는 타카시마야 타임스퀘어, 루미네, 마루이, 이세탄 등 백화점과 쇼핑 시설이 밀집해 있어, 도착하자마자 돈을 쓰게 되는 위험한(?) 구역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의 백화점들 관계자들이 수도 없이 방문하며 벤치마킹한 이세탄 백화점의 지하 식품 매장은 꼭 한 번 들러볼 만하다. (저녁시간대에는 세일 등으로 지나치게 사람이 많으니 주의)
동쪽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일본 최대의 유흥가 '가부키초'의 네온, 골든가이의 좁은 골목, 밤이 되면 오히려 살아나는 거리. 지명은 가부키초(歌舞伎町)인데, 정작 가부키 극장은 없다.
원래 이 일대는 움푹 파인 습지대였고, 에도 시대에는 한적한 저택지.
1945년 도쿄 대공습으로 완전히 소실된 뒤, 정부에서 이 폐허에 가부키 극장을 유치해 '문화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꿈을 세우며 '가부키초'라는 이름까지 붙였지만, 극장은 자금 문제로 들어서지 못했다. 이름만 남고 현실은 동양 최대의 환락가가 된 것이다.
딱히 위험한 장소는 아니지만, 한국 뉴스에도 종종 보도가 되었던 청소년들의 길거리 매춘 등, 일본 사회의 가장 어두운 면을 볼 수 있는 장소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골든가이(가이=거리)는 원래 전후 암시장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200개 남짓한 초소형 바가 빼곡하게 들어찬 레트로 골목인데, 한 가게에 의자가 4~6개뿐이라 가게 주인과 옆 사람이 자연스럽게 대화하게 되는 구조다. 일본어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안다면 여기서의 밤은 가부키초 네온보다 훨씬 깊고, 특유의 감성이 있다.
서쪽은 고층 빌딩이 많은 도쿄에서도 손꼽힐 만한 마천루의 성지다.
1965년까지 이 자리는 도쿄돔 7개 크기의 거대한 요도바시 정수장(淀橋浄水場)이었는데, 한국에서도 유명한 가전제품점 '요도바시 카메라'의 이름은 이 지명에서 따온 것이다.
1898년부터 도쿄 시민의 식수를 책임지던 정수장이 폐쇄되자 그 터에 1971년 일본 최초의 초고층 호텔(게이오 플라자, 47층)이 세워졌고, 1991년 완공된 호화스러운 도쿄 도청사를 비롯해, 고층 빌딩과 호텔이 즐비한 도쿄의 '비즈니스 룩' 같은 구역이 되었다.
평일 낮에는 정장 입은 샐러리맨들이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고, 주말에는 텅 빈다. 이 온도 차이가 꽤 묘하다. 도쿄에서 낮과 밤의 인구 차이가 가장 극명한 지역 중 하나.
단, 이곳의 고층빌딩들은 건축된 지 벌써 50년이 다돼 가기 때문에 최근 재건축 러시로 호화 찬란한 빌딩들이 늘어선 시부야나 도쿄역에 비하면 어딘가 조금 투박한 느낌이 들고, 화려했던 호텔들이 지금은 대부분 많이 낡았기 때문에 가성비는 처참하다.
그리고 북쪽, 오쿠보 방면은 한국인들에게는 '코리아타운'으로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동남아시아, 네팔, 미얀마 등 다국적 커뮤니티가 공존하는 도쿄에서 가장 다문화적인 지역이다.
이자카야 대신 할랄 식당이 늘어선 풍경은, 같은 신주쿠인데도 전혀 다른 나라에 온 느낌을 준다.
엄청난 K-컬처 붐으로 인해, 도쿄로 수학여행을 오는 지방 학생들이 자율시간에는 반드시 방문하는 장소가 되었다. 신오쿠보에 있는 코리안 타운은, 언뜻 명동인가 싶을 정도로 한국의 유명 프랜차이즈가 많이 들어서있지만, 관광객들이라면 오히려 잘 가지 않게 되는 장소일 것 같다.
사실 요즘은 '숨은 명소'라는 게 존재하지는 않는다. SNS가 발달된 세상에서, 정보는 순식간에 공유되니까.
그래도 이왕 글을 쓴 김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비교적 덜 알려진 장소들을 소개해본다.
서쪽 출구로 나와 도청 방면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도쿄 도청 전망대가 나오는데, 무료다.
202m 높이에서 도쿄 전역과 날씨 좋은 날엔 후지산까지 보이는데, 롯폰기 힐즈나 도쿄 스카이트리 전망대가 2,000〜3,000엔인 걸 생각하면 상당한 이득이다.
단, 최근에는 입소문으로 관광객들로 꽤 붐비는 시기가 있으니, 여유를 가지고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도청 전망대보다 훨씬 덜 알려진 무료 전망대도 있다.
신주쿠 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노무라 빌딩 50층(스카이 레스토랑).
점심 세트의 가성비가 훌륭하고, 맑은 날 창가석에서의 전망은 도청 전망대 못지않다.
레스토랑을 이용하지 않아도 50층까지 올라갈 수 있으니, 그냥 전망만 보고 와도 된다.
개인적으로는 신주쿠 노무라 빌딩 관련 프로젝트를 오래 담당했기 때문에 특히 애착이 간다.
선전 아님
봄의 벚꽃이나 가을의 단풍 시즌에 신주쿠를 방문한다면, 신주쿠 중앙공원의 스타벅스를 꼭 기억해 두시라.
참고로, 신주쿠 중앙공원의 영어 명칭은 "신주쿠 센트럴 파크". 2021년의 도쿄 올림픽 전후로 대대적으로 리뉴얼된 후, 센트럴 파크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말 아름다운 공원으로 변모했다.
도쿄에 수많은 카페들이 있지만, 단연 신주쿠 중앙공원의 스타벅스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최고다.
공원 안에 자리 잡은 이 매장은 창 너머로 벚꽃이 가득 들어오는데, 관광객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조용히 꽃구경을 즐기고 싶을 때 최고의 도피처다. (주말이나 점심시간에는 주민들과 주변 회사원들로 붐빈다.)
신주쿠 역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떨어져 있지만, 도청 바로 근처이기 때문에 도청 전망대가 너무 붐빌 경우에 공원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
시간대에 따라서는 앉을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이 많은데, 날씨가 좋으면 테이크 아웃을 해서 공원 벤치에 앉거나, 돗자리를 준비해서 잔디밭에 앉는 것도 추천. 그리고, 스타벅스 건물을 자세히 보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데, 공용 스페이스라서 커피를 사지 않아도 이용이 가능하다.
신주쿠 중앙공원 외곽에 위치한 쿠마노 신사(十二社熊野神社)는 실로 6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고층 빌딩이 즐비한 서쪽 신주쿠에서는 상당히 이질적인 건물인데, 1394〜1428년 무로마치 시대에 '나카노 초자(中野長者)'라 불리던 기슈 출신 상인 스즈키 쿠로(鈴木九郎)가 고향의 쿠마노 산잔(熊野三山)을 권청해 세운 것이 시작이라고 한다.
가부키초에서 유명한 '하나조노 신사'가 동쪽의 수호신이라면, 쿠마노 신사는 서쪽의 수호신인 셈.
매년 9월 셋째 주 토·일요일에 예대제가 열리는데, 비즈니스 빌딩 숲 한가운데를 거대한 '미코시'가 지나가는 광경은 꽤 초현실적이다.
미코시는 드라마나 애니에서 자주 보는 커다란 '가마'같은 건데, 무거운 것은 무게가 1톤이 넘는다. 40〜50명이 나눠서 들어도 10분을 채 못 버티고 교체해야 하는 중노동이다.
원래는 여자는 참가 못하는 등 많은 제약이 있었지만, 도쿄도 젊은 인구의 감소로 인해, 미코시를 들 남자들이 부족해지자, 최근 오랜 전통이 많이 바뀌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가부키초 바로 옆, 골목 하나만 꺾으면 나타나는 300년 된 신사.
에도 시대에 영주 저택 부지로 편입되며 강제 이전당했는데, 옮겨간 자리가 오와리 번 저택의 꽃밭이었기에 하나조노(花園)='화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연말 토리노이치(酉の市) 축제 때는 거대한 쿠마데(장식 갈퀴)를 사려는 인파로 미어터진다.
일본에는 워낙 신사와 절이 많아서 규모나 화려함 면에서는 평범한 축이지만, 신주쿠에 들른다면 한 번쯤 가봐도 좋을 만한 곳이다.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신사(神社)와 절(寺/お寺)이 끊임없이 등장하는데, 솔직히 뭐가 뭔지 헷갈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사실 일본 사람도 대부분 헷갈려한다.
간단히 말하면, 신사는 신토(神道), 절은 불교. 토리이(⛩️ 빨간 기둥문)가 있으면 신사, 산문(山門)과 불상이 있으면 절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에서는 이 둘이 1,000년 넘게 뒤섞여 왔다는 것.
신사 안에 절이 있고 절 안에 신사가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
메이지 시대(1868년)에 정부가 강제로 분리하긴 했지만, 이미 DNA에 박힌 걸 어떡하나.
지금도 일본인들은 새해엔 신사에 가고(하츠모우데), 장례식은 절에서 치르고, 결혼식은 교회에서 하는 —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종교 믹스 문화를 자연스럽게 살아간다.
종교라는 개념이 희미한 일본인들은, 장례식 때 부랴부랴 가족 대대로 어떤 종교(혹은 종파)의 절차로 장례식을 치렀는지를 알아보고 준비하는 일이 부지기수이다.
그러니까 여행 중에 "여기가 신사야 절이야?" 헷갈려도 전혀 부끄러울 게 없다.
많은 경우, 절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신사고, 신사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절이다.
관광 명소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한 신주쿠 교엔(新宿御苑)은 많은 사람들이 벚꽃 시즌에만 간다.
하지만, 신주쿠 교엔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바로 눈 오는 날.
도쿄를 갔는데 눈이 온다고 하면, 반드시 이곳에 들러야 한다.
'교엔(御苑)'이라는 이름의 '御(교)'는 황실을 뜻하는 경칭, '苑(엔)'은 정원.
즉, 신주쿠 교엔은 신주쿠에 있는 '황실의 정원'이라는 뜻이다.
(일본에는 황실 정원이 여러 곳 존재한다. 일부는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도 있음.)
이 땅의 역사는 159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성에 입성할 때, 가신 나이토 키요나리(内藤清成)에게 하사한 광대한 토지가 바로 이곳이다. 그 후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1906년에 황실 정원 '신주쿠 교엔'으로 정식 개원했다.
신주쿠 교엔의 특징인 세 가지 정원 양식이 공존하는 이유도 이 시기의 설계에 있다.
일본 정원은 전통 양식을 살렸고, 프랑스식 정형 정원과 영국식 풍경 정원은 황실이 서양의 조경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결과다. 전후 공습으로 거의 파괴되었지만 재건되어, 1949년 국민공원으로 일반에 개방되었다고 한다.
입장료가 500엔인데, 도쿄 한복판에서 이 정도 스케일의 정적을 500엔에 살 수 있다는 건 거의 사기에 가깝다. 참고로, '정원'이라는 이름에 속으면 안 된다. 마음먹고 구경하면, 반나절은 걸리는 규모이니까.
신주쿠에 오래 살다 보면 이 동네가 끊임없이 공사 중이라는 걸 체감한다.
지금도 역 주변은 가림막 천지인데, 이게 단순 보수가 아니다.
'신주쿠 그랜드 터미널(新宿グランドターミナル)' — 2040년대 완성을 목표로 하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진행 중. 게이오 전철과 JR 동일본이 주도하며, 사업비만 약 3,000억 엔. 남측에는 지상 37층(약 225m) 초고층 빌딩이 올라간다. 그보다 먼저, 2030년경에는 48층짜리 초고층 역 빌딩이 먼저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핵심은 철도로 동서가 단절된 신주쿠를 하나로 잇는 것이다.
지금 신주쿠 서쪽(고층 빌딩 숲)과 동쪽(가부키초)은 심리적으로 완전히 다른 동네인데, 이걸 연결해서 '환승지'가 아닌 '머물고 싶은 목적지'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1925년에 가설된 낡은 과선교가 지진 때마다 불안 요소로 지목되어 온 걸 생각하면, 단순한 미래 투자가 아니라 현재의 절박함이기도 하다.
단, 신주쿠 역은 여러 개의 철도 회사와 부동산 회사의 소유권이 복잡하게 얽힌 동네라, 이 회사들이 힘을 합쳐 재개발을 한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다. 특히,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공사현장을 컨트롤하며, 350만 명의 승강객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 종일 각 회사의 공사 정보를 취합하여 안내하고, 우회 루트를 고민하는 전용 태스크 포스팀만 5명이 있다는 이야기를 관계자 분께 전해 들었다.
솔직히, 15년 동안 "신주쿠역 서쪽에서 동쪽 가는 게 왜 이렇게 귀찮지?"라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드디어 해결되려나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글이 쓰다 보니 꽤 길어졌는데, 도쿄에 가서 신주쿠에 머물거나 환승을 하시게 되는 분들은 꼭 한 번쯤 추천한 장소들을 검색해 보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