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연휴가 끝난다.
5월 5일부터 시작된 고작 3일짜리 짧은 연휴가
내게는 3년과도 같았다.
지난 이야기에 적어둔 엄마의 병상첨병 에피는 시즌을 마치지도 못한 채 새로운 이야기를 추가하고 만다. 진행 중인 귀먹먹함의 실마리는커녕 이번에는 그녀의 장이 고장이 나버렸기에. 엿 같았던 뻐킹 어버이날을 기록하며.
5월 5일
이사준비를 위해
아침부터 공인중개사 두 분과 다섯 개의 집을 보고
어린이날 및 어버이날을 맞아
시어머니와 아가씨네 부부와 만남.
저녁을 다 먹고 아가씨네 집에서 받은 엄마의 전화.
빨간날 문 연 약국을 찾아 겨우 약 삼.
오랜만에 뵌 어머님께도 죄송하고
마음이 너무 불편했음.
남양주에서 부랴부랴 엄마집에 도착해보니 밤 9시 40분.
엄마 컨디션 돌봐주고 집에 오니 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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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
새벽 6시경 남편에게 전화가 옴
나한테도 했는데 기절한 내가 아예 못 들었음.
엄마가 새벽 내내 한 숨도 못 자고
화장실 스무 번도 넘게 다녔다는 소식에 응급실 행.
놀랜 우리 부부는
양치만 겨우 하고 나가려고 거울을 보는데
양쪽 코에서 피가 주르륵.
임산부에게 벅찼던 어제의 일정.
쌍코피까지 터질줄이야.
하지만 오늘의 일정은 이제 시작인 걸. 마음을 다잡고 남편과 집을 나섬.
여보 우리 잘할 수 있어.
응급실 혈관 찾기 개노답코스를 또 겪음
엄마의 양손과 팔은 또다시 멍 투성.
피검사 엑스레이 소변검사 다 정상
응급실에서는 장염이라 진단을 하고 3일치 약 처방해 줌.
아무것도 못 먹은 엄마에게 혈관으로라도
영양을 공급하는 게 맞다고 판단.
부랴부랴 토요일 영양제 놔주는 내과 찾아 삼만리.
그나마 오늘 토요일인 것에 감사.
토요일은 오전에 병원이 문을 연다.
응급실 수납하면서 남편에게
다음에 갈 병원 주소 쏘고
주차장에서 몇 시간이고 기다린 남편이
네비에 이동할 병원을 미리 찍어두고 바로 출발.
영양제 맞는 시간 때문에 시간이 아슬해서 정말 초조했다.
정말로 순간순간 꿈인가 싶게 괴로웠다.
이날은 장대비까지 와서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순간이 없었거든.
괴롭고 또 괴로웠다.
종종 눈을 감았다 뜨면 꿈이기를 바랐다.
가방에 달아둔 임산부 뱃지를 달랑거리며 뛰어다녔다.
뛰지 말라고 했는데. 미안해 아가.
엄마도 엄마 때문에 너무 힘드네.
겨우 찾은 병원에서 또 혈관 찾느라 여러 번 찔러 댐.
엄마의 혈관은 이제 정말로 보이지 않는다.
영양제 맞는 동안
잠깐 짬을 내서 남편과 순대국을 먹으러 가서는
뇌가 실성했는지 자꾸만 웃음이 나옴.
여보 나 왜 계속 웃음이 나지 너무힘든뎈ㅋㅋㅋㅋ
남편은 나보고 일류라고 했다.
그래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다.
남편과 웃으며
그래도 곁에 이런 동반자가 있어 다행이라고
그 순간에 힘을 쥐어 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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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7일
어제 자정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엄마와 통화를 했다.
응급실 약이 효과가 있었을까?
자정까지 엄마 컨디션이 좋았다.
10만원짜리 영양제 빨일까?
자정 무렵 그래도 잠깐은 웃었다.
근데 나도 자야 하는데
마음이 불안해 잠이 오지 않음
엄마의 아픈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고
전화벨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쉬고 있어도 결코 쉬는 게 아니었다.
뱃속 아기 때문에라도 자야 하는데.
자야 하는데.
그래 난 못 자도 엄마는 잤으면.
새벽 4시가 넘어서야 겨우 눈을 붙였다.
그리고 아침 10시
엄마에게 카톡이 10개가 와있다.
새벽 5시 5시반 7시 9시 10시
악몽은 끝난 게 아니었다.
꿈에서 깨고 싶어.
엄마와 통화를 하고
침대에서 악을 쓰며 울었다.
나 진짜 너무 힘들다고
정말 그만하고 싶다고
엄마가 아프면
힘든 것 중 하나는
엄마에게 힘들다는 소리를
할 수 없다는 거다.
물론 남편에게 해도 되지만
이상하게 엄마에게 힘들다고 말하고 싶어지는
나는 엄마의 자식이니까.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에 온몸이 부서질 듯 피곤했고
입덧 때문에 속도 울렁거리고
우는 순간에도 이 스트레스와 감정이 아가에게
전달될까 눈치를 보며 감정을 대충 덮었다.
아니 뭐 어쩌겠어.
나한테 선택권이라는 게 있나?
신이 정말 견딜 수 있는 고통만 주는 게 맞나?
엥???? 진짜 이거 뭐 오류 아니고?
아니 진짜로 이거 꿈 아니고??
이 당시에 옷을 입으며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어쩌긴 어째
응급실 또 가야지.
미친 연휴
미친 빨간 날
뻐킹 어버이날.
어버이날은 무슨.
그래도 어제 갔던 곳이라
쓰러지기 직전의 엄마를 입원이라도
시켜달라고 말해야겠다고 다짐을 하며 갔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접수 못한 사람이 내 앞에 30명
어이가 없어서 줄 선 사람들을 보고 있는데
의사가 나와 말한다.
응급실 침대가 꽉 찼단다.
지금부터 대기시간 3-4시간 이상이란다.
이 동네 사람들 오늘 다 아프다고?
내가 엄마 때문에 응급실을 몇 군데를 다녀봤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진짜로.
진짜 이거 지독한 악몽 아니야?
쓰면서도 어이가 없다.
드라마라고 해도 주작이라고 할 삼류 시나리오다.
어제 병원에서 검사했던 내역이라도 주세요.
그래야 다른 병원을 가지요.
근데 그것도 선생님을 만나야 준대.
그리고 다른 병원 가도 기본검사는 다 해야 된대.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이 나를 가지고 장난치는 기분이었다.
엄마를 다시 태워서는 다른 응급실로 간다.
거기서도 또 혈관 찾기를 하고
힘겹게 피를 뽑고 찍어봐야 소용없는 엑스레이를 찍겠지
응급실에서 해줄 수 있는 건 그런 거니까.
입원하고 싶다고 사정을 했다.
살려달라고 손을 붙잡았다.
근데 안 된대.
검사 결과에 입원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어야만 된대.
외래라도 당겨달라고 했다 내일로.
근데 담당 선생님이 일주일간 휴진이래.
예약이 꽉찼대.
응급실에서 젤 빠르게 잡아줘도 25일이래.
뭐 어째
집에 가야지.
규정이 그렇다는데.
엄마. 우린 왜 재벌이 아닌 걸까?
드라마 보면 집으로 주치의 부르고 그런 거 말이야.
어제 한 똑같은 검사를 하고
애꿎은 양팔에 또 다른 피멍을 달고
그렇게 응급실 진료비만 20만 원.
무슨 어버이날이 이래.
무슨 인생이 이래.
한 때는 웃으며
내 인생은 주인공 서사라서 고난과 역경이 없이는
다음화로 넘어갈 수 없다고 여겼다.
근데 말이야.
이렇게도 지독하게 역경이 반복되기만 하는 게 어딨어.
다음 화에는 사이다 장면이 있어야 하는 건데.
재미없다.
엄마는 이제 손주에게까지 미안하다고.
엄마가 시들어간다.
이런글만 쓰는 것도
이제 구독자들도 지겨울꺼란 생각이 든다.
죄송해요.
어떻게 마무리 해야될지 모르겠다.
이 글도 내 앞에 놓인 모든 일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