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차 경찰관의 기록>
<이 글은 현직 경찰관이 지구대 근무 중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새벽 1시. 신고가 들어왔다.
"친구가 자살 암시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어요. 걱정돼요."
위치 추적 결과, 제주공항 인근 해안도로.
김 경위와 한 순경이 먼저 출동했다.
10여 분쯤 흘렀을 때 다급한 무전이 들어왔다.
"한 순경이 갯바위에서 발을 다쳤습니다. 현무암에 찍혀서 한쪽다리를 움직일 수 없어요."
나는 현장지원을 위해 지구대 대기 중이던 김 순경과 함께 순찰차에 올랐다.
트렁크에 구명환을 확인하고 현장으로 달렸다.
"여성이 두 명입니다. 손잡고 바다로 걸어 들어갔어요. 지금 떠내려가고 있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후레시를 비췄지만 바다 위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현무암 바닥을 조심스럽게 밟으며 바다 쪽으로 걸었다. 파도 소리만 들렸다.
그때 후레시 불빛에 뭔가 흔들리는 게 보였다.
두 명이었다.
한 명은 물속에 완전히 잠겨 있었고, 한 명은 상반신만 갯바위에 걸쳐진 채 파도에 흔들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후레시를 비췄다.
두 사람의 손목이 청색테이프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오른팔과 왼팔이 함께 묶여 있어 조류에도 떨어지지 않고 있던 것이었다.
물에 잠긴 여자를 먼저 들어 올려야 했다.
한 팔로 허리를 부여잡고 다른 한 팔로 갯바위를 짚어 상반신을 들어 올렸다.
파도소리에 묻혀 듣지 못했을 수도 있었지만 건져 올린 여자에게서 호흡이 느껴지지 않았다.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는데 주변 바닥이 모두 뾰족한 바위였다. 눕힐 곳이 없었다.
여자를 어깨에 둘러업었다. 명치를 내 어깨에 맞추고 반동을 주며 충격을 가했다.
몇 차례를 했을까.
호흡이 트인 건지 아파서 반응하는 건지 모를 희미한 신음 소리가 들렸다.
해안도로에는 구급차까지 거리는 약 50미터
현무암 지대라 업고 가다 잘못하면 둘 다 넘어질 수 있어서 최대한 천천히 움직였다.
평소엔 아무것도 아닌 거리였지만, 온몸이 젖은 상태로 사람을 업고 가기엔 멀었다.
구급차에 실었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 한참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지구대로 돌아왔다.
"팀장님, 괜찮으세요?", "바닷물은 어때요?"
팀원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해 댔다.
투정 어린 한마디를 건넸다.
"이놈들아. 너희들이 들어갔어야지."
두 여자는 살았다.
하지만 그 후 어떻게 사는지 모른다. 다시 만난 적이 없다.
손을 묶고 바다로 들어간 이유도 모른다.
다만 바란다.
내 딸 또래의 아이들. 어디선가 잘 살고 있기를.
나쁜 생각 하지 말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2월의 밤바다 입수!
꼭 필요할 때만 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