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차 경찰관의 기록>
<이 글은 현직 경찰관이 지구대 근무 중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아들 좀 찾아주세요."
지구대를 찾은 모자는 인스타그램 화면이 노출된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작은아들이 지난주 제주에 왔는데 자해를 여러 번 시도했었고 지금도 그 위험이 있다고 했다.
인스타 화면에는 아들이라는 30대 남자와 여자 1명이 숙소로 보이는 곳에서 술병을 들고 있었다.
휴대폰을 전달한 후 어머니는 이어서 가방 안에서 서류 뭉치를 꺼냈다.
정신과 관련 서류들이었다.
심한 우울증과 잦은 극단적 선택 시도로 병원 입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옆에 있는 여자는 누굽니까?"
"아들이 결혼하겠다는 여자입니다."
"이 여자가 문젭니다."
지금도 아들을 조종하고 있고 언제든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여자라고 했다.
어머니 옆에 있던 큰아들도 거들었다.
"집에서 부족한 거 없이 다 지원해주고 있는데 점점 감당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우선 위치추적에 들어갔다.
"저희들이 아드님 상태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들을 찾더라도 강제적으로 인치 할 방법은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들의 위치가 지구대 가까운 호텔로 찍혔다. 순찰차를 보내 확인해 보도록 했다.
다행히 인스타그램 사진에 객실번호가 찍힌 카드키가 있어 바로 찾아갈 수 있었다.
아들은 공격적이었다. 당연히 어머니에게 연락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아울러 금전적 지원을 하지 않고 있는 부모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일단 안전은 확인된 셈이다.
아들이 어디에 있다는 현재 위치 등 더 이상의 정보 제공은 어머니에게 할 수 없었다.
"작은 아드님 안전은 확인됐습니다. 만나시려면 연락 직접 해서 설득해 보세요."
어머니와 큰아들은 작은아들을 데리고 부산으로 가서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생각이었다.
"부산 병원에 수속은 다 밟아놓았어요. 아들 있는 곳 알려주시면 안 되나요?"
"그건 곤란합니다. 직접 연락해서 달래 보세요."
한참 동안 휴대폰을 쳐다보고 있던 큰아들이 그들이 이동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지금 렌터카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사진이에요. 인스타에는 '혼인신고'라고 썼어요."
어머니가 이런 일을 예상이나 하고 있었다는 듯 말했다.
"지금 같이 있는 여자와 혼인신고한다는 뜻일 거예요."
"돈을 준다고 하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돈을 줘도 그때뿐이고 한도 끝도 없이 달라고 하니 방법이 없어요."
어머니의 한숨이 테이블 위에 두툼하게 놓인 정신감정서, 입퇴원 확인서, 입원 의뢰서에 부딪혀 내게로 왔다.
나는 작은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 만에 받았다.
"000씨 되시죠. 지구대 경찰관입니다."
"아 씨발~ 연락하지 말라고"
더 이상의 대화가 불가능했다.
노랫소리가 섞여 있는 걸로 봐서 자동차 안 같았다.
"이동하는 게 맞는 것 같네요."
"꼭 데리고 가야 합니다. 몇 달 전에도 칼로 자해를 시도했었어요."
마지막 말에 어머니는 목이 멘 듯 침을 연거푸 삼켰다.
휴대폰을 보고 있던 큰아들이 인스타 화면을 내게 들이밀었다.
"지금 혼인신고한다는데요. 보세요."
사진은 관공서로 보이는 곳에서 작은아들과 그 여자가 마주 보고 웃으며 찍은 사진이었다.
"여기 어딘지 알 수 있을까요?" 큰아들이 물었다.
사진으로만 봐선 알 수 없었다.
옆에서 사진을 함께 보던 김 경위가 말했다.
"혼인신고하려면 시청 가야 하는데."
나는 어머니 앞으로 갔다.
"혼인신고는 보통 시청에서 합니다."
"아 네..."
어머니는 한참 나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큰아들을 보며 말했다.
"빨리 가자."
그렇게 그들은 지구대를 떠났다.
30여분이 흘렀을까.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아들 찾았습니다. 지금 응급입원시키려고 합니다."
"아드님이 자진해서 병원에 간답니까?"
"아뇨 지금 안 간다고 버티고 있어서 경찰과 소방관님들 도움을 받고 있어요"
아들의 결혼을 막고 입원을 시키려는 어머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아들.
나는 중립을 지켜 일처리를 한 걸까?
어머니의 가방에서 나온 그 서류 뭉치!
아들을 영원히 옭아맬 족쇄가 되지는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