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가난이 죄가 되어버린 날

가난이 죄는 아니잖아요

by 밤결





"선생님! 저 왔어요! 다나 왔어요!"

카랑카랑 똑 부러지는 목소리로 선생님을 외치는 아이.

올망졸망 귀여운 이목구비의 소유자.

사무실 마스코트 초등학생 김다나(가명)다.


다나는 진짜 정말 예뻤다.

다나가 들어오면 사무실이 2배쯤 환해지는 것 같았다.

들어오면서부터 들리는 개구진 목소리.

울음과 슬픔과 한탄이 난무한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여기가 얼마 전 칼이 등장했던 그곳이라니.


다나의 목소리는 사무실 곳곳에 퍼져나가서

닿는 곳마다 묻어있는 때를 닦아주고 있었다.

다나에게는 특별한 아우리가 있었다.

아기 스님을 보는 것도 같았고,

아기 천사를 보는 것도 같았다.




다나가 나타나면 사무실 이모들이 모여들었다.

모두가 손에 까까를 쥐고 있었다.

"다나야! 잘 지냈지? 오늘은 재밌게 놀았어?"


다나는 사무실보다는 놀이터가 어울리는 아이였다.

나는 이모들 틈에 끼지는 못하고,

슬쩍 챙겨둔 초콜릿만 건넸다.


"네! 오늘 재밌게 놀았어요. 친구들이랑 피구하고 놀았어요. 그런데 저 오늘 20만 원 주셔야 해요"


한참을 재잘대던 다나가 돈을 달라고 얘기했다.

응...? 처음에는 당황스러운 말이었다.


재밌게 잘 놀았다와 20만 원 달라는 말은

어쩐지 잘 붙지가 않는다.

다나는 일주일에 한 번 돈을 찾아가기 위해 사무실을 찾아온다.




다나는 큰오빠와 작은언니와 함께 산다.

그러나 집에 어른들이 없다. 부모님이 이혼 후

엄마는 집을 나가 새살림을 차렸고,

아빠가 아이들을 양육하다가 1년 전 돌아가셨다.

사고였다.


이후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고,

아이들이 모두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통장을 사무실에 보관하고 사무실 선생님이 돈을 찾아다 주고 있던 것이다.



다행히 다나는 여전히 밝아보였다.

사무실 이모들이 챙겨준 간식을 양손 가득,

입 안 가득 욱여넣고는 돈을 받아 들고 웃었다.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밝은 웃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다나였다.




일주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안녕하세요. 저 왔어요...."

사무실을 찾은 다나의 목소리가 축 가라앉아 있었다.

사무실 이모들이 난리가 났다.


"다나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친구랑 싸웠어?"

다나는 말이 없었다.

이모들은 간식 공세로 다나의 기분을 돌려놓으려 했다.

목소리가 두 톤은 올라간 것 같았다.


그런데도 다나의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급기야 눈물을 보였다.


"선생님, 친구들이 놀렸어요. 저는 여기가 좋은데, 선생님들이 좋은데 친구들이 거지냐고 놀려요. 언니 오빠는 여기 오기 창피하대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해요?"



마냥 밝게만 보였던 다나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고,

자기를 좋아해 주는 사무실 이모들에게 미안했다고 했다.

순간 사무실의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이 작고 예쁜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었을까.

진짜 천사는 여기 있는데...

아이는 사회의 어두움을 너무 빨리 알아버렸다.

어른들이 없는 집에서는 마음 놓고 울 수도 없었나 보다.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기침을 크게 하며 용기를 내 말했다.


"다나야, 친구들 어딨어. 선생님이 혼내줄게. 다나가 얼마나 용감하고 똑똑한데. 선생님이랑 같이 가자!"

"그래. 이모도 갈 거야. 어디 다나한테! 혼내줘야지"


사무실을 나서는 다나의 어깨가 축 처져있었다.

월급 받는 직장인은 더 이상 도와줄 수가 없었다.


상처받은 다나는 다음 주에도 사무실에 와야만 한다.

다음번에 밝게 웃는 다나의 얼굴을 또 볼 수 있을까.


나는 다나의 웃는 얼굴을 이전처럼 바라볼 수 있을까.

다나는 이곳에 물들지 않기를 기도하며

오늘도 탕비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