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세 개의 WL
GMAT 점수를 손에 쥔 건 7월 말이었다.
R1 데드라인은 9월과 10월 사이.
한 달 남짓밖에 없었다.
컨설턴트와 함께 전략을 짰다.
업무 강도와 R2 전략을 고려했을 때
총 4개 학교, R1에 넣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게 있다.
T15 학교 중 일부는 R1보다 앞선 Early Round를 운영한다.
내가 알기론
UVA Darden,
Dartmouth Tuck,
Duke Fuqua.
이 세 곳이다.
일반 R1과 뭐가 다를까.
R1은 지원서를 내면 학교가 심사하고,
인터뷰 초청을 기다려야 한다.
Early Round는 다르다.
지원서를 내면서 인터뷰를 잡을 수 있다.
내가 원하는 날짜에, 내가 먼저 신청해서.
합격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고,
장학금 풀도 더 넓다고 알려져 있다.
학교 입장에서는 "우리 학교가 1순위"인 지원자를 먼저 확보하고 싶은 거다.
나는 UVA와 Tuck에 Early로 지원했다.
Duke는 쓰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비행기 위에서 에세이를 쓰던 그 시기,
Duke까지 Early로 챙길 여유가 없었다.
결국 MIT와 함께 R1으로 밀렸다.
MBA 준비를 하고 있다면,
Early Round는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단순히 합격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다.
인터뷰 경험 자체가 자산이다.
할수록 긴장이 줄고, 포맷에 익숙해지고, 어떤 이야기가 면접관에게 통하는지 감이 생긴다.
이후 R2 인터뷰들이 훨씬 수월해진다.
10월 밤.
버지니아 지역번호 전화가 왔다.
방해금지 모드였다. 화면만 깜빡이고 넘어갔다.
'이게 뭐지.'
콜백을 했다. 아무도 안 받았다.
MBA 결과가 처음 나오는 시즌이었다.
이런 식으로 Happy Call이 오는 건지도 몰랐다.
그날 밤은 좀 조마조마했다.
다음 날 아침, 포털에 들어갔다.
Confetti가 터졌다.
합격이었다.
숨을 한번 골랐다.
1년이었다.
GMAT 책을 처음 편 날부터,
컨설턴트를 찾아 화상 미팅을 돌리던 날들,
모두가 퇴근할 때 혼자 회사에 남아서 공부한 밤과 주말들,
그리고 처음으로 인터뷰 준비를 하며 혼자 방에서 말을 연습하던 것까지.
그 모든 과정의 첫 번째 결과가 화면에 떠 있었다.
사실 기대가 크지 않았다.
Darden 인터뷰가 썩 잘 됐다는 느낌이 없었다.
재학생이 참관을 하기 위해
Observer로 같이 들어왔는데,
Admission Officer(입학 사정관)이
정석적인 인터뷰를 보여주려는 의도였는지
정형화된 질문을 던지고, mute하고,
나 혼자 1분 30초 동안 떠드는 포맷으로 진행되었다.
개인적으로 Conversational하게 풀릴 때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오는 스타일이어서,
그 포맷에서는 스스로도 딱딱한 답변을 하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그래서 합격이 더 놀라웠다.
와이프한테 달려가서 보여줬다.
부모님께 전화했다.
컨설턴트에게서도 바로 축하 연락이 왔다.
처음으로 손에 쥔 합격 통지서.
티켓 하나가 드디어 생겼다.
Tuck 인터뷰는 달랐다.
재학생 2학년이 들어왔다. 밝게 인사를 나눴다.
질문을 던지면 내가 답하는 동안 열심히 노트 테이킹을 했다.
짧은 코멘트와 본인 생각을 주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경청하는 느낌이 났고,
대화가 자연스럽게 흘렀다.
내 첫 MBA 인터뷰였다. 준비도 가장 많이 했다.
끝나고 나서도 잘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Waitlist(WL)였다.
Duke도 마찬가지였다.
재학생과 대화가 잘 통했다. Conversational했다.
역시 WL.
반면 Darden은 잘 못봤다고 생각했는데 합격이었다.
그때부터 깨달았다. 내 인터뷰 감은 그다지 믿을 게 못 된다고.
그리고 동시에, 인터뷰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MIT는 공을 많이 들인 학교였다.
20대 초반, 부모님과 함께 캠퍼스를 둘러본 적이 있었다.
각 연구실을 지나치며 감탄했던 기억이 오래 남았다.
언젠가 저 안에서 공부할 수 있으면 어떨까.
그 막연한 생각이 결국 지원 버튼을 누르게 했다.
Video Essay는 2~3분짜리 영상을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혼자 공유오피스 가서 1시간씩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겨우 제출했다.
조직도도 따로 제출해야 했다.
내가 속한 조직의 구조와 프로젝트를 보고서 만들 듯이 몇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점수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MIT Sloan은 수학, 데이터, 엔지니어링 백그라운드가 강한 학교로 알려져 있다.
내세울 만한 경력이 그쪽 방향이 아니었다.
인터뷰 초청도 없이 WL 통보가 왔다.
공들인 만큼 아쉬움이 없진 않았다.
그래도 Ding이 아니었다.
완전히 틀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니라는 작은 위로로 삼았다.
UVA Darden - (Early)✅ 합격
Dartmouth Tuck - (Early) � WL
Duke Fuqua - (R1)� WL
MIT Sloan - (R1) � WL (인터뷰 없이)
4개 학교에 지원해서 합격 하나, WL 셋.
WL 세 개의 결과는 예상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결과를 확인한 곳이 하필 신혼여행지,
스페인이었다.
그 이야기는 번외편 3에 썼다.
티켓 하나가 생겼다.
이제 그 안도감을 등에 업고,
R2에서는 더 높은 곳을 노려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