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서 걸려온 60분의 인터뷰 기록
"Thank you, Have a good night."
Zoom의 'Leave Meeting' 버튼을 누르고 노트북을 덮었다.
깊은숨을 몰아쉬니 그제야 피로감이 확 몰려왔다.
말 그대로 '당이 뚝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5~6번의 MBA 인터뷰를 거치며 재학생이나 입학사정관(Adcom)들은 꽤 만나봤지만, 졸업생(Alumni)과의 면접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화면 너머 두바이 오피스에서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앉아 있는 Joe는, 학교 면접관이라기보다 현업에서 만나는 시니어 임원 같은 포스를 풍겼다.
확실히 이전 인터뷰들과는 공기부터가 달랐다. '평가받는 자리'가 아니라, 팽팽한 '비즈니스 미팅'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1. 축구로 시작해 진실의 방으로
아이스브레이킹 겸 가벼운 자기소개로 운을 뗐다.
마무리에 "어딜 가든 그 커뮤니티에 잘 적응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으로 항상 로컬 축구팀에 들어가는데, CBS에 가면 꼭 축구 클럽에 가입하겠다"며 넉살 좋게 끝맺음을 했다고 생각했다.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나 싶었는데, Joe는 '팀 스포츠'라는 키워드를 곧바로 낚아채어 묵직한 리더십 질문으로 훅 치고 들어왔다. 전반적인 흐름은 준비한 틀 안에서 흘러갔지만, 그는 단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이제는 불완전한 상황에서도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리더십을 배우고 싶습니다."
나의 'Why MBA'에 대해 Joe는 깊이 공감했다.
알고 보니 그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Technical Expertise가 완성된 시점에서 조직 내에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CBS(J-term)를 선택했던 사람이었다.
금융,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부동산을 엮어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는 내 목표에도 "목표가 명확해 보인다"라고 코멘트를 줬다.
조금 당황스러웠던 건 학교에 대한 나의 '로열티'를 검증하는 방식이었다.
내가 CBS나 NYC의 매력으로 'Executive in Residence' 프로그램이나 뉴욕의 'KOOM Festival' 등을 언급할 때마다, 그는 줌 화면 너머로 그걸 실시간으로 검색해 보는 듯했다.
다행히 면접 이틀 전부터 홈페이지와 팟캐스트를 파고들며 철저히 조사해 둔 100% '진짜' 이야기였기에 망정이지, 얕은 지식으로 꾸며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밑천이 드러났을 것이다.
2.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압박 질문
가장 진땀을 뺐던 건 리더십에 대한 깊숙한 꼬리 질문이었다.
다양한 백그라운드(VC, IB, 대기업 전략팀, 그리고 Finance background를 가진 나)를 가진 팀원들과 딜(Deal) 기회를 성공적으로 검토했던 사례를 들었다.
보통의 면접관이라면 "좋은 시너지를 냈군요" 하고 넘어가겠지만, Joe는 달랐다.
"다른 시각을 제공해 준 것 외에, 구체적으로 그 팀에서 당신이 '어떤 행동'을 했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까?"
준비된 모범 답안이 통하지 않는 순간이었다.
나는 평소 현업에서 리더들에게 느꼈던 생각들, 그리고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나만의 진짜 방식을 끄집어내어 답변했다.
화려한 포장지 없이 날것의 내 생각을 전했는데,
이 답변이 그에게 어떻게 닿았을지는 한 달 뒤 결과 발표가 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독자 여러분께도 한 달 뒤 결과로 말씀드리겠다.)
3. AI 컨설턴트에게 던진 질문, 'Lazy Thinking'
보통 30분이면 끝나는 인터뷰가 40분을 넘어갔고,
Joe는 내게 무려 20분 가까운 역질문(Questions for me) 시간을 내어주었다.
첫 번째는 답변하기 편한 질문을 던졌다.
"10년 전 제 위치(Shoes)에 서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다르게 하실 건가요?"
그는 기분 좋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두 번째 질문은 조금 전략적이었다.
Joe가 AI 관련 컨설팅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에, 그가 흥미로워할 판을 깔아주었다.
"AI 시대에 MBA 학생이 갖춰야 할 변하지 않는 스킬 셋은 무엇일까요?"
예상대로 그는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키워드는 'Lazy Thinking'에 대한 경계의 필요성이었다.
AI가 생각을 대신해 주다 보니 요즘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멈춘다는 것이다.
(Joe가 든 예시로는 요즘 두바이에서도 신규 입사하는 친구들이 PPT를 AI와 함께 쉽게 만들기 때문에 깊이 있는 산출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고충을 털어 놓았다)
결국 살아남는 건 생성된 결과물에 의문을 품고 맥락을 짚어내는 'Critical Thinking'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생각 없이 일하면 안 된다'는 뼈 때리는 진리.
최근 내가 회사 업무를 하며 스스로 느꼈던 고민과 깊은 공감대가 형성되는 순간이었다.
4. 화면이 꺼지고 난 후
예상보다 빡(?) 셌던 60분의 미팅.
당은 뚝 떨어졌지만, '더더욱 뉴욕에 가고 싶다'는 열망은 오히려 강해졌다.
면접을 복기하며 Joe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Lazy thinking'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 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언젠가 Joe의 딸이 오고 싶어 할 만한 테마파크를 꼭 만들겠다는 농담 섞인 포부도 덧붙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돌아왔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끝났다. 이제 겸허히 결과를 기다릴 뿐.
잠시 현재로 돌려두었던 연재의 시계바늘을 다시 과거로 되돌려 보려 한다.
GMAT의 늪을 어떻게 탈출했을까.
(본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