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 1] 뉴욕행 티켓, 마지막 관문 앞에 서다

이틀 뒤 CBS 면접,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by 묵직한 다람쥐

어느덧 미국 MBA 라운드 2의 인터뷰 막바지다.


아직 서부의 두 학교에서 소식이 없지만,

냉정하게 말해 서부 학교들에 대한 희망은 가슴 한구석에서 조용히 접어두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최종 결과가 나오고 이 글을 발행하는 게 맞을까 고민도 했다.

(이렇게 면접 후기를 쓰고 합격하지 못하면 부끄러울테니..)


하지만 면접 전의 이 생생한 떨림과 간절함은 시간이 지나면 결코 복제할 수 없는 감정이기 때문에,

그래서 기록해 두기로 했다.


R1부터 이미 5~6번의 인터뷰를 거쳤다.

학교들 간의 인터뷰 방식이 비슷하다 보니 긴장도도 처음보다는 많이 낮아졌다.

솔직히 말하면, 더 이상 준비하기가 귀찮기도 했다.


"이 정도 했으면 됐지."


매너리즘이 고개를 들 때쯤, 마지막 남은 관문인 CBS(Columbia Business School)의 홈페이지를 다시 정독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뻔한 내용일 줄 알았는데 홈페이지를 읽어 내려가는 내 손끝이 미세하게 떨린다.


무뎌졌던 가슴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Why Columbia Business School

1. 왜 하필 CBS여야만 하는가 (The Intersection)

다른 회차에서 좀 더 상세하게 언급하겠지만,

나의 MBA 스토리라인은 명확하다.


내가 가진 Finance라는 무기를 바탕으로, Entertainment 산업에 종사하는 것.

그리고 그 꿈의 종착지는 부동산(Real Estate)과 뗄 수 없는 테마파크(Theme Park) 비즈니스다.


"테마파크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 IP의 세계관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험."


Universal의 해리포터나,

Disney World의 매직 킹덤처럼,

아시아의 IP로도 그런 물리적 세계를 구현해내는 것이 내가 제시하는 비전이다


CBS는 내가 찍어온 점(Dot)들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해 주는 완벽한 장소였다

Finance : 벤자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이 스승과 제자로 만난 곳. 굳이 유명한 Value Investing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월스트리트와 직결된 CBS는 나의 재무 및 Deal 경력을 퀀텀 점프시켜 줄 곳이다.

The Hub of Entertainment: 뉴욕은 디즈니, 워너 브라더스, 소니 뮤직 등 거대 미디어 그룹의 본거지다. CBS는 이 거물들과 실시간으로 호흡할 수 있는 지리적·심리적 접점을 제공한다.

Real Estate Powerhouse: 세계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뉴욕에 있는 만큼, 부동산 분야(Paul Milstein Center)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테마파크 비즈니스를 꿈꾸는 나에게 부동산 금융은 필수적인 열쇠다.

이 세 영역의 교집합(Intersection)에 CBS가 서 있었다.




2. Why MBA

홈페이지의 한 문구가 내 발길을 멈추게 했다.

"Students' future success requires getting the ordinary people around them to do extraordinary things."

내가 MBA를 가야 하는 진짜 이유를 거의 마지막 인터뷰에 와서야 깨달은 기분이었다.

사실 이제 직장에서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이제 내 다음 단계는, 구성원들이 각자의 잠재력을 터뜨리게 만드는 리더십이다.

나 혼자 잘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는 한계를 많이 느꼈고,

내 주변 사람들을 통해 비범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법을 체득하고 싶다.



3. 변화의 속도에 가장 민감한 학교

최근 내가 몸담고 있는 음악 산업에서도 AI는 매일 마주하는 뜨거운 감자다.

AI 음악 생성기가 창작자의 영역을 침범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영감의 도구가 될 것인가?

아티스트들의 목소리가 무단으로 학습되는 것을 법적으로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


이런 측면에서 CBS가 도입한 CAiSEY 같은 AI Learning Tool,

그리고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는 CBS의 Dean의 비전은 내가 현장에서 겪는 고민과 궤를 같이한다.


다른 학교들의 경우 AI 관련된 내용을 Course Catalog에서 찾아볼 수 있을 때,

CBS는 홈페이지 전면과 팟캐스트에서 이를 다룬다.

학문보다 실용, 변화보다 적응을 중요시하는 이 학교의 속도가 마음에 든다.



4. 평가받는 자가 아닌, 존중하는 자의 마음으로


이번 면접관은 두바이에서 활동 중인 Alumni이다.

한국 밤 시간대에 맞추다 보니 아라비아 표준시를 쓰는 분과 매칭이 됐다.

처음엔 익숙한 아시아권 시간대를 택하지 않은 게 후회되기도 했다.


업무 경력이 긴 베테랑과의 만남인 만큼, 나는 '평가받는 수험생'이 아니라

'존경하는 마음으로 비즈니스 미팅에 임하는 마인드'로 인터뷰에 임하고자 한다.


"와 이분은 내가 갈망하는 MBA를 졸업하고 일을 하시는 분이구나"

최근 유퀴즈 클립에서 본 영상에서는,

상대를 존중하고 궁금해하는 마음으로 면접장에 들어가면 긴장은 설렘으로 바뀐다고 한다.


그가 뉴욕에서 얻은 통찰은 무엇인지, 두바이에서 어떤 비즈니스를 일구고 있는지 진심으로 묻고 싶다.


이틀 뒤, 줌(Zoom) 화면이 켜지는 순간. 나는 여유롭게 인사할 것이다.

"Hello, Joe. I've been looking forward to this conversation."



5. 엄마 말 들어서 나쁠 거 없으니까

"세상에서 가장 바쁜 도시에 살아봐라."


마지막으로 내가 뉴욕을 선호하는 데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도 하나 있다.

나의 부모님은 결혼생활의 출발을 뉴욕에서 하셨다.

그리고 어머니는 내가 어릴 적부터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젊은 나이에 세상에서 가장 바쁜 도시인 뉴욕에 꼭 살아봐야 한다"고.

그곳에서의 경험이 인생의 단단한 근육이 될 거라는 조언이었다.


그때는 막연히 듣고 넘겼는데, 이제야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세계 경제와 문화의 심장부에서 부딪히며 얻는 에너지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엄마 말 들어서 나쁠 거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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