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인생이 바뀔 수 있다면

2020년 12월 4일 헤럴드인사이트에 기고한 칼럼

by 서재진

20년 전 부푼 꿈을 안고 유학 길에 올랐다. 그리 길지 않은 인생, 굵직한 선을 그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 그때 가슴에 비수처럼 꽂힌 말이 있었다.


“앞으로 20년 인생이 바뀔 수 있으면 해”.


없는 살림에, IMF 국제 금융위기에 어느 한 구석도 내 유학을 응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마음 한 켠으로 20년 뒤 내 인생은 바뀌어 있을 거라는 한 올의 희망을 가지고 무모하게 도전했다.


전액 장학금에 생활비까지 준다는 학교를 마다하고, 온 가족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며, 꿈속에서도 읊조리던 대학원으로, 철없는 막내인 나는 태어나서 처음 타보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 학기 학비와 생활비만 들고 나온 유학에서 만나가 떨어지 듯 학비 면제와 생활비가 지급되는 조교장학금을 받아 어렵사리 석사를 받았다.


먼 미래에 있을 것 같은 20년 뒤 인생을 지금 살고 있다. 유학생에서 이민자로, 학생에서 선생으로 내 삶은 바뀌었다. 아니, 진화했다.


2000년, 시국은 어려웠다. 외환 위기로 나라 경제가 힘들었고, 1900년도에서 2000년으로 앞 자릿수가 다른 해로 넘어가면서 컴퓨터 코딩 등에 많은 혼란이 있을 거라는 우려 속에 가슴 졸였지만 그 또한 잘 넘어갔다.


20년 후 지금, 상상하지도 못했던 Covid-19으로 전 세계가 대공황을 겪고 있다. 언제 종식이 될지 모르는 혼란을 겪고 있을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20년 전 내 인생을 바꿨던 그 말을 해주고 싶다.


앞을 보고 뒤를 보고 옆을 돌아보아도 도저히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지금의 결정이 20년 인생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면 주저 말고 나아가라고 말이다.


재정과 영어가 뒷받침해줘야 유학 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 놓인 불을 하나씩 꺼 나가면서 꾸준히 목표를 세워 한 걸음씩 나아가라고 북돋아주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처럼, ‘꿈을 향해 대담하게 나아가고, 상상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면 평범한 시기에 뜻밖의 성공을 접하게 될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유학을 마친 지금, 아직도 진행 중인 내 꿈을 향해 담대히 나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20년 전 결심 했을 당시의 삶과 비교해 보았을 때, 상상한 것 이상으로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주는 풍족함보다도 나를 더 매료시키는 것은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나는 더 성장할 것이고, 아이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추신: 2020년 12월 4일 헤럴드인사이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https://www.suhacademy.com/post/copy-of-pet-allergies

https://www.heraldinsight.co.kr/news/articleView.html?idxno=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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