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학 나와서 처음으로 장을 보는 날이다. 실전 생활 영어 연습시간! 청년부 성경공부를 마치면 회장님 차를 얻어 타고 장을 보는데 너무 기다려진다.
환율을 따져보니 너무 비싼 것 같아 사과, 우유, 식빵, 바나나를 몇 개 집으니 약 $13이 나온다. 아이쿠야, 2만 원이 훌쩍 넘네.
은행 계좌를 열고 받은 가계 앞 수표 같은 Check Book과 Credit Card 도 들고 나왔는데 실수 없이 소통이 되어야 할 텐데 조마조마하며 계산대 앞에 섰다.
내 모습부터 당당해야 하는데, 난 딱 봐도 한국에서 바로 온 따끈따끈한 단신 유학생!
여유로운 눈웃음을 잊지 않았다. 직원이 나를 보고
“Plastic or paper?”
이런다. 가만있어 보자. 내가 6년 동안 영어 회화 코스를 마스터하고, 학원 한 개도 부족해서 옆에 학원의 더 높은 레벨까지 수업을 다 들었건만, plastic or paper라는 표현은 못 들어봤다.
눈을 위아래로 굴리며, 단 시간에 어려운 문제를 처리하느라 작은 머리는 사정없이 회전되었다.
‘옳거니! 지금 물건을 다 찍고 계산만 남은 상황. 보아하니 돈 내라는 말 같은데, 신용카드는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고, 체크는 종이로 되어 있으니까 나는 신용 카드를 쓴다고 하면 되겠구나!’
직원과 나는 눈높이 차이가 조금 있어 살짝 우러러보면서 당당하게 답했다.
“Credit Card!”
그러자 직원이 살짝 안쓰럽게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나서 비닐봉지와 갈색 종이봉투 두 개를 겹쳐서 장 본 것을 담아 주었다.
Plastic이라 함은 비닐봉지요! Paper 라 함은 종이봉투였으니!
실전 생활 필수 영어 목록에 추가했다.
앞으로 먹고살려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장 볼 터인데, 이 분 얼굴을 어떻게 또 보나!
남은 유학생활 잘 마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스멀스멀 뒷골을 타고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