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ce, I am always tired~!

by 서재진

내게는 은인과도 다름없는 지도교수님 Dr. Lewis는 IMF 외환위기로 환율도 거의 2000원에 육박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우리 가정도 재정적으로 큰 위기에 처한 그때에, 말도 안 통하는 나를 학생으로 받아주시고, 학비 면제에 매달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180만 원에 해당하는 강의 조교장학금까지 끌어다가 주신 분이시다. 마음은 전 과목 A+로 보답해 드리고 싶었으나, 머리가 따라 주지 못하던 내가 교수님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국에서처럼 아침 문안 인사를 드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큼한 아침 인사로, 하루를 열어드리고 픈 내 열망에 부흥하지 못하는 것은 영어였다.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해 나갈 수 있을까? 깔끔하게, ‘Good morning, Dr. Lewis?’로 결정하고, 입술에 침이 마르도록 연습했다. 우리 지도교수님은 청소하시는 분들이 오시기 이전에 출근하셔서, 클래식을 들으시며, 아침 신문을 우아하게 보시는 분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나도 새벽예배 마치고, 민낯으로 활짝 열린 교수님 방으로 성큼 들어가, 오는 길 내내 연습했던 그 한 문장으로 아침문안 인사를 드렸다.


“Good morning, Dr. Lewis?”


하고 인사드리자, 세상에 다시없는 그윽하고 인자한 엄마미소를 날리시며 읽던 신문을 내리시고 나를 쳐다보셨다. 나는, 다른 대학원 학생들은 다 올빼미인데, 너는 아침형 인간이구나, 아주 부지런해~ 등등의 예상 답안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있는데, 교수님께서는


“What? (와~ 앗? 뭐라고?)”


라고 되물으셨다. 아뿔싸! 내 굿모닝 발음도 이렇게 나를 배신할 줄이야!


하루는 교수님께 언제 은퇴하시는지 결례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자연스럽게 여쭤보고자 미리 준비한 영어 문장을 되뇌며 연습을 하고 있었다. 천사 교수님의 보호 아래 지금은 석사이지만, 욕심 닿는 데로 박사까지 계속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뭐니 뭐니 해도 영어의 생명은 억양, intonation 인지라 한국말의 평이한 말투는 영어 초자인 내가 듣기에도 2% 부족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리하여,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Dr. Lewis 하고 올려 부른 뒤에, When are you retired? (언제 은퇴하시나요?) 이 문장을 삼각함수의 Sin 그래프를 그리 듯, 아름다운 곡선을 유유자적하게 올리고 내리며 문장을 소리 내어 반복했다. 그렇게 중얼중얼거리며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예상치 못하게 교수님을 뵌 것이다! 순간 너무 놀란 나는,


“Dr. Lewis. When are you tired? (Lewis 교수님, 언제 피곤하신가요?)”


라고 급기야 주어 담을 수 없는 말을 해버렸다. 교수님께서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시며,


“Grace, I am always tired! (그레이스야, 난 항상 피곤하다.)”



교수님의 짜증과 피곤이 그 한 문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음이 느껴졌다!


다음 단계! 준비된 문장도 이렇게 실수한다면 정성을 다해 수식어로 맞장구를 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교수님께서 뭐라 하시면, Really? (정말이요?)는 기본이고, Absolutely! (그렇고 말고요), Nice! (좋은데요?), Excellent! (정말 멋져요!), Great! (최고예요), Awesome! (환상적이에요!) 등 갖가지 현란한 맞장구로 대화를 이어가고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교수님께서, 뭐라 말씀하시길래, 귀담아듣지 않은 상태에서 나의 과한 반응은 시작되었다.


“Good! Absolutely, Amazing! Excellent!”


라고 환하게 웃으며 대꾸하다가 교수님 얼굴을 뵈니, 뭔가 심상치 않았다.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시면서


“Grace, I’m asking…(그레이스야, 나 지금 물어보고 있잖아…)”


묻는 질문에 답은 안 하고, 계속 미사여구로 맞장구를 쳤다니! 아뿔싸, 지금은 고인이 되신 교수님만 생각하면 모든 실수가 너무나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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