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사유의 시간
책이나 영화, 나는 같은 것을 반복해서 보는 걸 좋아한다.
아마 그 시작은 제인오스틴의《오만과 편견》이었을 것이다.
스무 살 즈음, 처음 그 책을 읽었을 때
나는 철저히 독자의 시선으로 엘리자베스에게 빠져들었다.
인간을 통찰하는 그녀의 눈과,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두 번째 읽을 때는
내가 엘리자베스가 되어 다아시를 탐구했다.
오해받기 쉬운 다아시를
나도 엘리자베스와 함께 오해하다가,
그녀를 통해 점차 달라지는 그의 모습을 이해하며
내 편견도 하나씩 깨뜨렸다.
책 속에서 나는 나를, 타인을, 그리고 세상을 탐구했다.
이 재미는 단순한 독서가 아니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인물과 상황을 발견하고,
각자의 성격과 선택을 탐구하는 즐거움이 있다.
현실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을 마주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실제 관계라면 감정이 끼어들어
탐구는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책과 영화 속에서 나는
자유롭게 보고, 듣고, 사유할 수 있다.
누군가의 친절함, 누군가의 단단함, 누군가의 유연함.
그런 특성들이 조금씩 쌓이고,
어느 순간 내가 나아가고 싶은 나의 길이 그려지기도 한다.
반복해서 보는 즐거움은 인물뿐 아니라
상황에서도 발견된다.
처음에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지나갔던 장면이,
두 번째, 세 번째 보면 지금의 내 상황과 맞닿으며
새로운 깨달음을 줄때도 있다.
책이든, 영화든, 그림이든, 사람과의 관계든.
반복 속에서 사유는 깊어지고,
나는 조금씩 변화한다.
결국, 반복해서 보는것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내 삶과 나 자신을 탐구하고 성장시키는 방식이었다.
"사유 너머, 이수의 진짜 삶이 이곳에서 이어집니다. 시린 겨울을 지나 마주할 따뜻한 온기를 함께 찾아주시겠습니까?"
[마지막 계절이 지나 당신이 있었다] 첫 회부터 정주행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