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로 채우는 사랑
첫째가 겨우 24개월, 둘째가 6개월이었을 때,
나는 이혼을 했다.
아이들이 어려 휴직 상태였고, 가진 것도 하나 없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고,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병원까지 다니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내 시간을 낭비했다가는
두 아이를 지킬 수 없을 것 같았다.
모든 부모가 그러하듯,
나는 내 모든 걸 주고도 더 줄 것이 없나 고민하며 살았다.
그러다 깨달았다.
이제 내게 남은 것은 오직,
두 아이에게 온전히 내 시간을 주는 일뿐이라고.
나는 엄마로서 살아가기로 했다.
철저히, 한 사람으로서가 아닌, 엄마로서만.
내 시간을 모두 내어주겠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관심과 사랑과 내 삶 전체를 내어주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렇게 매일 밤, 아이들을 재우고 혼자 눈물을 흘렸지만, 나는 결코 지쳐서는 안 됐다.
내 나름의 이유로 이혼을 했지만, 결국 아이들에게서
아빠를 빼앗은 건 달라지지 않았으니까.
그 죄책감을 덜어줄 방법은 없었지만,
나는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걸 주고 싶었다.
아이들은 다행히 그늘 없이 밝고 예쁘게 자랐다.
하루를 일 년처럼, 일 년을 십 년처럼
우리는 똘똘 뭉쳐 살아왔다.
아이들이 말을 배우고 감정을 배우고 친구를 사귀는 동안,
나도 매일 조금씩 살아갈 힘을 얻었다.
어느새 아이들은 사춘기를 맞았고,
나 또한 더 이상 매일 밤 울던
그 시간을 떠올려도 마음 아파지지 않는다.
그리고 문득 알았다.
나는 내 시간을 아이들에게 모두 내어준 것이 아니라,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었던 나의 시간을
아이들로 채우고 있었구나.
살아남기 위해, 내가 살기 위해.
나는 아이들을 키운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이들이 나를 살려왔던 것이다.
그 한없이 맑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매일 나를 살아있게 만들었다.
이제서야 이해한다. 내 시간을 모두 주겠다는 것은,
내 시간을 모두 너로 채우겠다는 말이었음을.
나의 모든 순간을 너에게 맡기겠다는 말이었음을.
그리고 지금,
사춘기를 맞은 너희가
앞으로 너희의 시간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나는 기대한다.
"사유 너머, 이수의 진짜 삶이 이곳에서 이어집니다. 시린 겨울을 지나 마주할 따뜻한 온기를 함께 찾아주시겠습니까?"
[마지막 계절이 지나 당신이 있었다] 첫 회부터 정주행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