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할 수 있는 거리
한때 샹송에 깊이 빠져 있던 때가 있었다.
그 시작은 핑크마티니의 ‘Sympathique’였다.
당시 싸이월드가 대유행이었고,
그곳에 설정하던 배경음악 또한
하나의 문화처럼 번지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핑크마티니의
‘Sympathique’를 듣게 되었다.
경쾌한 멜로디였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목소리.
내가 익숙하게 듣던 한국의 대중가요와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그러다 에디트 피아프를 알게 되었고,
어느새 내 플레이리스트는 온통 그녀의 노래로 가득 찼다.
차가운 겨울밤,
침대에 누워 이어폰을 끼고 그 노래들을 듣고 있으면
어느새 내 방은
세느강이 내려다보이는
파리의 오래된 3층 아파트가 되어 있었다.
작고 낡았지만,
창밖으로는 노을이 번지고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곳.
나는 그 외로운 노을과도 사랑에 빠질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쩌면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프랑스를,
그중에서도 파리를 동경하게 된 것이.
파리를 꿈꾸던 열여덟의 소녀는
그곳에 태어나지 못한 것을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파리에 가서 살아보리라 생각했다.
세느강에 떠 있는 유람선의 관광객들을 향해
'Bienvenue à Paris!' 하고 외쳐보는 상상도 했다.
마흔이 된 지금도
나는 아직 파리에 가본 적이 없고,
여전히 겨울이 오면 에디트 피아프를 찾는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열여덟에 품었던 아쉬움에 관한 것들.
설령 내가 그곳에 태어났더라도,
과연 지금만큼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을까.
동양의 작은 나라에 태어나
먼 도시를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
그 거리 덕분에 오래도록 동경할 수 있다는 것.
오늘 밤, 나는 그 사실이 새삼 고맙다.
그리고 내가 서 있는 이곳도, 누군가에겐 동경의 도시겠지.
"사유 너머, 이수의 진짜 삶이 이곳에서 이어집니다. 시린 겨울을 지나 마주할 따뜻한 온기를 함께 찾아주시겠습니까?"
[마지막 계절이 지나 당신이 있었다] 첫 회부터 정주행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