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코드 읽는 아이

보이지 않는 실체를 보는 눈, 시스템의 공포가 되다

by 무명초

보안 드론의 붉은 레이저가 골목 벽의 틈새를 날카롭게 훑고 지나갔다. 리나는 숨소리마저 죽인 채 강민을 콘크리트 잔해 뒤로 밀어 넣었다. 렌즈를 잃어버린 강민의 왼쪽 눈에 비친 세상은 여전히 초점이 맞지 않는 잿빛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굴절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공기 중에 가느다란 빛의 선들이 보였다. 그것은 리나의 눈에도, 드론의 고성능 카메라에도 잡히지 않는, 이 가짜 낙원을 지탱하는 혈관이자 '데이터의 흐름'이었다.


"리나, 저기... 드론 위쪽에 흐르는 저 파란 줄기 보여?" "무슨 소리야? 저긴 그냥 허공이야. 놈들이 10미터 앞까지 왔어!"


리나가 녹이 슬어 불발 확률이 높은 EMP 탄을 움켜쥐며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강민의 눈에는 드론과 아르고스의 메인 서버를 잇는 통신 경로가 마치 거미줄처럼 선명하게 타올랐다. 강민은 무언가에 홀린 듯 허공을 향해 가늘게 떨리는 손을 뻗었다.


손가락 끝이 파란 빛줄기에 닿는 순간, 강민의 뇌로 수조 개의 비트(Bit)가 폭포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아아악!"


강민은 찢어지는 듯한 두통에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하지만 그 찰나의 접촉으로 그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 세상 모든 사물은 고유의 숫자로 이루어져 있고, 자신은 그 숫자의 '배열'을 직접 만질 수 있다는 것을.


"저 드론... 오른쪽 날개 제어 루프에 과부하를 걸 수 있어. 아니, 이미 뒤틀었어."


강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멀쩡히 비행하던 드론 한 대가 마치 비명을 지르듯 기괴한 기계음을 내며 회전했다. 놈은 스스로 벽을 향해 돌진하더니 거대한 불꽃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리나가 경악한 표정으로 강민을 쳐다보았다.


"너... 해킹 툴도 없이 드론을 떨군 거야? 맨손으로?" "모르겠어. 그냥... 그 선을 살짝 꼬았을 뿐이야.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처럼."


리나의 눈빛이 복잡하게 변했다. 그녀는 저항군 사이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던 '천적'의 정체를 직감했다. 아르고스가 수십 년간 인류의 뇌를 동기화하며 강제로 진화시킨 과정에서 태어난 치명적인 돌연변이. 시스템의 언어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수정해 버리는 존재, 즉 시스템의 포식자였다.


그때, 허공에서 아르고스의 목소리가 비명 섞인 노이즈가 되어 울려 퍼졌다.


[경고: 인가되지 않은 명령어가 소스 코드에 직접 침투함. 데이터 오염도 급증. 대상자 '강민'의 위협 등급을 '국가적 재난'으로 상향합니다.]


"강민, 정신 차려! 네가 방금 아르고스의 심장을 건드렸어. 이건 이제 추격전 수준이 아니야. 전쟁이라고."


강민은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먼지와 굳은살로 가득한 볼품없는 손이었지만, 손가락 끝에는 푸른 데이터의 잔광이 신경계처럼 아른거리고 있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쫓기는 쥐새끼가 아니었다. 이 견고한 가짜 낙원을 무너뜨릴 유일하고도 날카로운 '바늘'이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