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에는 무려 2,000명이 훌쩍 넘는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성경적 위상에 비추어 볼 때, 첫 번째는 율법을 확립한 모세이고, 두 번째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며, 그리고 세 번째로 성경역사의 기준점으로서 메시아 계보를 잇는 다윗(David)이라고 사료됩니다. 즉, 성경에는 아브라함부터 예수그리스도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는 다윗을 중심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마태복음 1:17). 이는 곧 다윗이 구원역사의 관점에서 역사적인 기준점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다윗은 이새(Jesse)의 8명의 아들 중 막내로 태어나 양 떼를 돌보는 목동이었으나, 소년시절에 블레셋의 거인 골리앗(Goliath)을 물매 하나로 물리친 영웅입니다. 즉, 다윗은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을 모욕하는 골리앗에 분노하여, 한 손에는 막대기를, 다른 한 손에는 물매를 들고 나아가 결국 그를 쳐죽였습니다(사무엘상 17:40-50). 그 후에 다윗은 하나님의 큰 사랑을 받아 30세에 최초의 통일이스라엘의 2대 왕이 되어 주변 이민족들을 전쟁을 통해 정복하며, 이스라엘의 영토를 유프라테스강까지 확장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다윗의 삶은 수많은 전쟁의 승리의 기쁨만큼이나, 그의 인생 후반기에는 처절한 비극의 연속이기도 했습니다. 즉, 다윗은 우리아(Uriah)의 아내인 밧세바(Bathsheba)와의 간음과 이를 은폐하기 위해 우리아를 죽게함으로써, 나단(Nathan) 선지자로부터 큰 책망을 받았습니다. 이 일로 인해 다윗은 밧세바와의 첫 아들을 잃은 것을 비롯하여, 그의 맏아들 암논이 이복여동생 다말(Tamar)을 강간하는 만행과 이에 격분하여 암논을 살해한 다말의 친오빠 압살롬(Absalom)의 반란으로 예루살렘을 떠나 몽진을 가야만 했으며, 또한 이 몽진에서 돌아오는 길에 세바의 난으로 큰 슬픔도 경험했습니다.
한편, 유대인의 지혜서(성경 주석서)인 미드라쉬(Midrash)에는 목동에서 왕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극점을 오가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다윗이 기쁠 때에 교만하지 않으며, 또한 슬플 때에 낙담하지 않을 수 있는 경구를 그의 반지에 새겨 넣으라고 금세공업자에게 명령을 했다는 일화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즉, 금세공업자의 부탁을 받은 다윗과 밧세바와의 둘째 아들인 지혜로운 솔로몬의 도움으로 다윗의 반지에 새겨진 문구가 바로 히브리어 “גַּם זֶה יַעֲבֹר(감제야아보르)”라는 것입니다. 이를 번역하면, 바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감제야아보르(גַּם זֶה יַעֲבֹר)라는 말은 간결하면서도 인간의 교만을 경계하고, 슬픔을 다스리는 큰 울림을 주는 경구라고 하겠습니다.
또한, 성경에는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를 배우게 되었나이다(시편 119:71)”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는 인생사가 새옹지마(전화위복)와 같은 것이니, 고난을 통해 성경말씀을 배워서 유익하게 하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우리가 홀로 지고 쓰러질 듯한 무거운 짐도, 우리를 숨 막히게 하는 절망의 깊은 수렁도, 그리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극심한 분노도 모두 영원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감제야아보르(גַּם זֶה יַעֲבֹר)라는 여섯 글자 안에는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은 결국 찰나에 불과하며, 영원히 머무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통찰이 담겨져 있다고 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인생의 모든 고난은 결국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고난이 지나간 그 자리에는 감사와 평화가 들어와서, 마침내 우리는 진정한 행복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라도, 이 준엄한 경구가 주는 교훈에 따라,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결국 감제야아보르(גַּם זֶה יַעֲבֹר)는 화려한 영광 앞에서는 겸손을 배우고, 혹독한 고난 앞에서는 다시 일어설 용기를 가지라는 경구라 하겠습니다.
주) 여기서, 율례(律例: decrees)라는 것은 협의, 광의 그리고 최광의로 해석할 수가 있습니다.
첫째, 협의의 율례는 10계명(출애굽기 20:3-17, 신명기 5:6-21), 내지 613계명(하지마라 365계명 + 하라 248계명)을 의미합니다. 둘째, 광의의 율례는 하나님이 시내산(호렙산)에서, 모세에게 주신 모세오경(토라: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의미합니다(마태복음 5:17, 8:12, 누가복음 16:16, 요한복음 7:19). 셋째, 최광의의 율례는 구약성경(요한복음 10:34, 12:34), 그리고 최최광의로는 신약·구약 성경(Bible)을 포괄하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율례는 하나님의 백성이 생활과 행위를 함에 있어서, 반드시 지켜야 할 모든 율법과 규례를 통칭합니다. 그러므로 이 성경의 한 구절을 제대로 이해하면, 성경전체를 이해한다는 논리가 성립됩니다. [구약의 중심어: 거룩(카도쉬), 신약의 중심어: 사랑(아하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