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팩으로 세끼를 사는 법
집 근처 정육점에서 간 소고기를 집어 들면
왠지 든든하다.
비싸지도 않고,
이상하게 활용도가 높다.
잘만 쓰면
한 끼가 아니라
여러 번의 식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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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에 먼저 올린다.
아무것도 넣지 않고
수분부터 날린다.
이 과정이 중요하다.
급하면 고기 맛이 남지 않는다.
수분이 날아가고
지글지글 소리가 바뀌는 순간,
생강청 한 스푼.
그리고 고추장.
불을 끄기 직전까지 볶다가
마지막은 참기름.
이건 반찬이 아니라
밥을 부르는 장치다.
한 숟가락 올리면
밥이 자동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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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야매지만
결과는 꽤 그럴듯하다.
또띠아 위에
갈은 소고기를 얇게 붙인다.
그대로 팬에 올려
고기가 익도록 굽는다.
뒤집고 나면
이미 절반은 성공.
소스는 간단하다.
스리라차 + 마요네즈 + 케찹.
적당히 섞으면
어디서 먹어본 맛이 난다.
그 위에
토마토, 양상추, 치즈.
접어서 한 입.
이건 집인데
왜 패스트푸드 느낌이 나는지.
(맛있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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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은 소고기는
튀지 않게도 잘한다.
간장, 마늘, 살짝 볶아
담백하게 만든다.
이건 메인이 아니다.
하지만 없으면 허전하다.
떡국 위에 올리면
갑자기 명절이 되고,
김밥에 넣으면
한 단계 올라가고,
“이거 왜 이렇게 맛있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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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한 번 쓰고 끝나는 재료가 아니라
나눠 쓰고, 이어 쓰고, 바꿔 쓰는 재료.
고추장으로 시작해서
버거로 변주하고
간장으로 정리한다.
이건 요리가 아니라
운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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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안에서
작은 한 팩이지만
식탁 위에서는
여러 역할을 한다.
그래서 갈은 소고기는
작지만 강하다.
그리고 우리는 또 안다.
이걸로 끝이 아니라
볶음밥 한 번 더 남았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