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는 계획보다 흐름이다

한 번 사면, 끝까지 간다

by Lee S

마트에서 닭다리살을 집어 들 때는

항상 같은 생각을 한다.


이걸로 뭐 해 먹지?


그리고 가성비를 생각하며 제일 많은 양(=저렴한

가격)을 고른다.


그리고 집에 오면 안다.


이건 하나의 메뉴가 아니라

일주일짜리 프로젝트라는 걸.



시작은 우유다.


닭고기를 우유에 20분 정도 재운다.

잡내를 빼는 가장 조용한 방법.


겉으로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나지만

속에서는 이미 준비가 끝난다.


냄새만 없애도 뭔가 반은 성공한 느낌이다.

닭갈비


1차 : 불판 위의 닭


팬에 올릴 때는

무조건 껍질부터.


지글지글 소리가 나면서

기름이 나오기 시작하면

이미 절반은 성공이다.


난 스텐팬을 선호하는데(정확히는 스텐팬만 쓴다.)

높은 열이라 고기 굽기 딱이다.


반쯤 익었을 때

양배추, 고구마, 양파를 넣는다.


그리고 가위 등장.


닭고기를 자르면서

야채와 함께 익힌다.


마무리는 깻잎.


향 하나로

전체 분위기를 바꿔버리는 존재.


간은 간장, 마늘, 생강청,

그리고 살짝의 고춧가루,

킥은 카레가루!


이 정도면

집이 아니라 식당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걸.



2차: 볶음밥은 의무다!


남은 재료를 보면

손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이건 볶아야지.”


김치, 김가루, 참기름.


이 조합은

대한민국의 합의된 결론이다.

우리는 배달의 민족과 더불어 볶음밥의 민족.


팬에 남은 기름까지 활용해서

한 번 더 볶는다.


이건 재활용이 아니라

업그레이드다.



그리고 이어지는 변주들


닭고기는 참 착하다.

어디에 넣어도 자기 역할을 한다.



닭고기 야채조림


간장, 물, 생강청, 미림.

그리고 자투리 야채들과 닭고기.


조용히 끓이면

깊어진다.


급하지 않을수록

맛이 난다.



닭고기 카레


카레가루 하나로

모든 설명이 끝난다.


아이도 먹고, 어른도 먹는다.


가장 안전한 선택.



닭고기 간장구이


짭짤하고 달달하게.


밥이 문제다.


계속 먹게 된다.



닭곰탕


마지막은 결국 국물이다.


푹 끓이면

닭은 말이 없어진다.


대신 국물이 말한다.


“고생했어.”



닭고기는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버릴 게 없다.


굽고, 볶고, 끓이고.

끝까지 간다.


하루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어지고, 변주되고,

다음으로 연결된다.



오늘 저녁은 닭이다.


그리고 우리는 안다.


이건

오늘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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