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오름
백약이오름은 올해 5월 제주도 여행시 해무와 함께 좋은 풍경을 안겨준 곳이라
아주 좋아하는 포인트중 한 곳이다.
운해는 그때 봤으니 이번엔 빛 내림을 담고 싶어
이번 제주도 여행 일출은 "닥치고 백약이"로 정했다.
새벽 3시 30분 눈을 뜨고는 졸린 눈을 비비며 길을 떠난다.
숙소에서 백약이오름까지 약 14km, 20여분 거리.
어두운 도로를 달리며 상황이 어떤지 연신 주위를 살핀다.
하늘을 봐도... 어디를 봐도 안개는 없다.
깨~~끗하다..모든게..
꽝인가..
어쨌든 일단 포인트로 이동해본다.
한라산 위에 뜬 달이 아주 밝다.
블루문이 뜬다고 뉴스에선 난리인데
아무리 봐도 블루문이 아닌 것 같다.
박무때문인가..
여명은 그저 그랬다.
해가 뜨고 기온이 점점 올라가지 멀리 메마른 대지에는 박무가조금씩 피어 오르고
일출 전부터 해무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성산일출봉은 아직까지도
나타날 줄을 모르고 있다..
가장 싫어하는 게 박무지만
강한 햇살덕에 빛 내림이 조금씩 생긴다.
이게 내가 기다렸던 빛내림인가?
그토록 바라던 백약이오름 빛내림이지만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다.
여기저기 운해가 흐르며 보이는 빛 내림을 생각했었는데...
앞으로 더 오라는 뜻인 듯
바람마저 잠이 들어 땀은 비 오듯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장관 덕분에 힘이 솟는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백약이오름에 와서 성산 일출봉을 본 적이 없었다.
하긴..
지금까지라고 해봐야 오늘이 두 번째 방문이다..
수평선을 제외하고 하늘 위에도 아무것도 없다.
오늘..
어제처럼 엄청 더울 것 같아 겁이 덜컥 난다.
더위와 싸울 생각에 힘이 빠진다.
소나기라도 왔으면,,,
쓸데없는 상상을 하며 삼각대를 접고 철수한다.
여행 마지막 날..
드디어 집으로 간다는 행복감과
뭐라도 하나 건져야 한다는 강박감으로 뒤섞여 괜스레 마음이 조급해진다..
상황은 첫날과 거의 비슷하여 내심 실망하면서
그래도... 혹시나..
하며 앞쪽을 주시한다.
너무 일찍 왔나..?
너무 일찍 온 것 같아 별 궤적 사진을 돌려본다.
암부 쪽 계조가 다 무너진다.
보정하면서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당황한다.
바디를 바꿀 때가 되었나..?
블로그 포스팅용으로는 그럭저럭 쓸만하지만
인화용이나 홈페이지 포스팅 용으론 쓸 수가 없을 것 같다.
하단부 계조가 엉망진창이다..
우울하다..
그렇게 한참을 성산일출봉 쪽으로 바라보다
얼떨결에 옆쪽을 보니
헉~!
운해가 밀려오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예쁜 운해다..
운해를 보는 순간
피곤했던 몸과 마음이 비로소 조금씩 풀리고 있다.
이대로 성산일출봉까지 가보자~~
힘을 내라~~ 운해야
생각처럼 예쁘게도 흘러 가고 있다.
처음 뵙는 대구에서 오신 진사님과 둘이서
이제야 농담도 하며 셔터질에 집중한다.
운해가 흘러가는 속도와 일출 시간이 거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역시.. 제주도는 날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오른쪽 작은 산봉우리가 성산일출봉입니다.)
그러나 갑자기 운해가 움직이는 속도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다.
입이 보살인 듯..ㅜㅜ
성산 일출봉을 몇 미터... 아니 몇 키로 앞두고는 더 이상 가지 않고
박무로 또 바뀌고 있다..
여기까지 였다.
해가 뜨고는 운해도 빠른 속도로 박무로 변했고
잠시 잊고 있었던
피로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오늘 일출...
나쁘지는 않았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