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품다 #4
지난 주말 부산에 내려가서
둘째의 백일 사진을 찍었다.
일요일엔 한 스님을 찾아뵈었는데,
그분께서 우리들에게 한 마디 해주셨다.
돈 들여서 비싼 보험 들일 생각만 하지 말고,
부모로서 자식들을 위해 기도 보험을 들라고...
기도 보험...
항상 자식들을 위해서 건강하기를,
바르게 자라기를
기도하라는 말씀.
그러면 간절하고 진실한 부모의 마음이
자식들에게 밝은 빛이 되어
그들의 앞길을 비추어 줄 것이라고...
예전엔 이런 말을 그냥 당연한 것이라고
가볍게 여겼다.
지금에야 엄마가 되어보니
그리 간단하고 가벼운 것이 아니라 생각된다.
요즘 부모들은 예전 우리의 부모들보다
편하고 쉬운 것만 찾는다.
물질적인 지원은 옛날에 비해서
배로 많이 퍼붓는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그 정성된 마음이라고 하는 것은
그 시절 부모님을 따라갈 수 있을까.
나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직장일을 한답시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아이들에게 소홀함은 없었을까 되묻는다면
온전히 그렇다 답할 수 없을 것이다.
외사촌 언니가 얼마 전에 나에게 투덜댔다.
딸이 꼭 소풍이나 행사날이면
김밥을 싸달라고 한단다.
새벽같이 일어나 김밥 마는 일이
잠 한숨 더 자는 일보다 하찮아서 그런 건 아닌데,
언니는 그래도 그 달콤한 새벽잠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워 딸에게 불평을 했나 보다.
그랬더니 딸이 하는 말이,
요즘 자기 반 학생들 중에 엄마가 싸준 김밥 들고
소풍 오는 아이들이 없단다.
자식 키우는 부모가 그것조차 해주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그렇게 힘들면 돈 만 원 줄 테니
김밥 싸라고 그렇게 말하더란다.
조카의 말이 우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세상이 편한 것만 찾는 것으로 나아가는데,
정작 우리는 그렇게 편하게 살고 있는지,
제대로 사는 건지 씁쓸하기만 했다.
그렇다... 김밥 싸는 일.
요즘은 그 흔한 1000원짜리 김밥 때문에
엄마손 김밥을 맛보고 자라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새벽 일찍 일어나
조용히 김밥을 말곤 했다.
나는 엄마의 김밥 마는 인기척을 느끼면서,
소풍날의 설레는 아이의 마음으로 일어나
항상 그 모습을 지켜보며 행복해했다.
엄마가 싸놓은 김밥을 한 줄 한 줄 정리하고,
때로는 함께 김밥을 말면서 나의 도시락,
동생들 도시락을 곱게 곱게 챙겼다.
아침밥으로 풍성하게 김밥을 쌓아놓고,
아빠, 엄마, 동생들과 왁자지껄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사 먹는 김밥이 뭐 그리 좋겠냐고
내가 싸 준 김밥을 맛있게 먹던 남편과 아들….
밥이 좀 질어서 맛이 없어...
그렇게 투덜댔더니,
남편은 양념과 간을 많이 하지 않는
내 김밥이 너무 맛있다며 과식을 해주었다.
자주 싸주지는 못했는데도,
그렇게 즐겨 먹었던 가족들이 있어서
그날 내내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나는 아이들이 필요할 때마다
새벽 일찍 맛있는 김밥을 싸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아니, 그리 될 것이다.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내내 기도보험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종교가 무엇이건 간에, 혹은 종교가 있든 없든,
기도라는 것은 간절한 마음의 자세다.
그 절절한 마음의 자세가 누구에게나 있다면
해내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자식의 문제든 세상의 모든 일이든,
기도보험을 들어놓으면
정말 힘들더라도 웃으면서 강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듯하다.
잠든 아들의 얼굴을 보면서,
나 역시 아이를 위해 기도한다.
아이야... 엄마의 사랑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렴...
2007. 11. 26.
2026. 2. 15.
혼자 아이를 키우는 날들의 태반은
모든 시간이 기도였다.
건강하게 자라라,
다치지 말아라,
남을 해코지하지 말아라,
바른 마음을 가져라.
그 기도는 나를 향한 것이기도 했다.
엄마가 되어 보니 알게 되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래서.
건강하게 살려했다.
다치지 않으려 했다.
남을 해코지하지 않으려 했다.
바른 마음을 가지려 했다.
아이를 생각하면
절대 허투루 살 수 없는
하루하루가 쌓여서
오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