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학교에 사는줄 알았어요

코스트코에서 마주친 시선

by Ms Lara

코스트코에서 느낀 낯선 온기

드디어 기다리던 토요일. 일주일 동안 텅 빈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 코스트코로 향했다. 카트를 밀며 이것저것 식재료를 담고 있는데, 갑자기 허벅지 부근에서 낯설고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누군가 내 다리를 조심스럽게, 하지만 아주 열심히 비벼대고 있는 게 아닌가.

놀라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우리 반 킨더가든 아이가 동그란 눈을 하고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엄마와 장을 보러 왔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반가움과 신기함이 뒤섞인 표정으로 달려온 모양이었다. 아이의 키 높이에서 닿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 내 허벅지를 신기한 물건을 만지듯 연신 쓰다듬으며 아이가 물었다.

"Why are you here?" (선생님이 여기 왜 있어요?)


선생님은 학교에 사시는 줄 알았어요

"선생님도 먹을 거 사러 장보러 왔지!"

내 대답에도 아이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아이의 눈빛은 마치 '학교에 있어야 할 인형이 왜 밖으로 나와 돌아다니고 있지?'라고 묻는 듯했다. 한참을 내 허벅지를 손으로 비벼 보던 아이가 이번엔 더 심각하게 질문을 던졌다.

"How about school?" (그럼 학교는요?)

설마, 이 아이는 내가 학교 건물 어딘가에 살면서 밤낮으로 교실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 걸까? 잠시 후 아이의 엄마가 다가와 웃으며 인사를 건넸고, 우리는 짧은 대화를 나눈 뒤 헤어졌다. 하지만 멀어지는 아이의 고개는 계속해서 나를 향해 있었다.

냉장 코너를 지나 의류 코너에 다다를 때까지도 저 멀리서 아이의 시선이 느껴졌다. 마주칠 때마다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구경거리를 발견한 것처럼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코스트코에 널린 수많은 물건보다 장을 보고 있는 '미스 라라'의 등장이 이 아이에게는 훨씬 더 큰 사건이었나 보다.


교실의 슈퍼스타가 된 월요일 아침

월요일 아침, 등교하자마자 아이가 나를 보며 외쳤다.

"I saw you yesterday!" (나 어제 선생님 봤어요!)

아이는 곧장 친구들에게 달려가 어제 코스트코에서 나를 만난 사건을 무용담처럼 늘어놓기 시작했다. "어제 코스트코에서 선생님 봤는데, 선생님도 장을 보고 있었다?" 아이의 말에 주변 친구들은 "우와, 정말?", "진짜야?"라며 탄성을 내뱉었다.

아이들의 반응을 보며 나는 그저 웃음이 났다. 학교 밖에서 장을 보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마법 같은 일이 된다니.

아이들에게 나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거나 돌봐 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의 세상 속에 존재하는 고정된 풍경 같은 존재였나 보다. 학교 문을 나서면 사라지는 줄 알았던 풍경이 코스트코 냉동 피자 코너 앞에 서 있는 모습이 얼마나 낯설고도 반가웠을까.


나를 신기해하는 아이들이 나를 더 신기하고 사랑스럽다. 이제는 코스트코에 갈 때도 화장을하고 옷매무새를 한 번 더 만지게 된다.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 그 순수한 시선들을 생각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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