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의 입사와 2번의 구조조정 (1)

EP02_타인으로 인해 내 삶의 시간이 흔들리지 않도록

by THE RAFT

12월의 크리스마스의 여운이 아직은 남아있던 1월. 저는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했습니다. 이 전에 다니던 곳에서의 3년이라는 시간을 마무리하고, 사실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라고 선언한 후에, 제주도로 훌쩍 떠났었는데요. 기한도 정해지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생각보다 금새 육지로 돌아왔습니다. 혼자서 뭔가를 해보겠다! 라는 말은 다짐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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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약 1~2달 정도를 쉬었을까요? 저는 자율성이 조금 더 보장된 환경에서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로 이직을 했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져 그저 하던 일만 반복하고 쳐내기 바빴던 시간을 뒤로하고, 당찬 마음과 약간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회사에 출근했습니다.


첫 2주 간은 교육이 진행되었습니다. "해볼 수 있는게 많겠다!" 라는 생각과 함께 온보딩의 시간은 금새 지나갔습니다. 각 지점별로 흩어져서 근무하는 곳이었기에 마치 군대 훈련소를 마치고 자대를 배치받을 때처럼, 입사의 첫 시작을 함께한 동기들은 교육을 마치고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습니다..


저는 성수역 근처의 지점으로 배정받아 업무를 시작했는데요. 사실 공간을 운영하는 업무라는 큰 틀에서는 전혀 다름이 없었고, 다만 회사의 이름과 회사가 일하는 방식이 변화했을 뿐이었기에 금새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았죠. 빠르게 적응하고 이 전 회사에서는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해 나아갈 날만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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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도 안되는 메일, 그리고 구조조정의 시작


여느 날과 같았던 어느 평일의 아침 10시. 사무실 출입문 근처에서 업무 관련 물품을 정리하면서 박스까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고요한 공간 속에서 오로지 테이프를 뜯어내고 박스를 접는 소리만 울리고 있던 공간에 다급한 목소리 하나가 날아들었습니다.


"메일 확인했어요!?"


제목은 '경영 효율화 공지의 건'이었죠. '구조조정'이라는 태풍이 클릭과 동시에 몰아칠 줄은 몰랐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2번을 연달아 읽었습니다. 핵심은 '인원을 감축해서 비용의 효율화를 이뤄내겠다'라는 내용이었는데요.



당황스러웠습니다. '나 입사한지 아직 1달도 안됐는데?'. 잔잔했던 동기들과의 단톡방에도 돌이 던져졌습니다. 다들 수습기간에 있는 사람들이 잘라내기 가장 쉬울거라며,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펼쳐졌습니다. 열 줄도 채 되지 않은 그 메일에 갑작스럽게 모든게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죠.


"누군가의 고작 10줄도 안되는 저 성의없는 메일로 내 인생이 이렇게 불안정 해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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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마주한 회사의 구조조정은 마치 이유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이별'과도 같았습니다. 이미 마음이 떠나버린 상대방의 입에서 언제 터져나올지 모르는 이별 통보를 기다리는 일과도 같았죠. 회사는 대표의 메일 이 후로 구조조정의 대상자들에게 별도로 통보를 진행했습니다. 그 대상자가 누구인지는 들려오는 소문을 통해서만 알 수 있었고, 갑작스럽게 사라지는 사내 메신저의 프로필 사진으로 알 수 있었죠.


그렇게 갑작스럽게 떠나가는 이들을 보는 감정은 복잡했습니다.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은 잠시였고, 이내 떠나가는 옆 자리의 누군가를 보며 허탈함과 공허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나의 잘못이 아님에도 한 켠에 자리한 미안함이 복잡하게 뒤섞인 채 동료들을 떠나보냈습니다.


구조조정이라는 혼란은 꽤나 길게 그리고 지난하게 이어졌습니다. 누구하나 똑부러지게 이제 끝라고 말해주지 않았죠. 저 역시도 어영부영 동기들과 함께 수습기간을 마치고 정규직으로 전환됐음에도 여전히 옅은 불안감과 함께 1년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제 인생에 있을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던 첫 번째 구조조정은 생각보다 큰 생채기를 냈습니다. 실명할지도 몰랐던 그 때의 사고만큼이나 황당하고 벙찌게 만들었죠. 나름대로 큰 결심을 하고 어렵게 들어갔던 회사에서 고작 몇 줄 안되는 메일로 1년이라는 시간동안 갈피를 잡지못했습니다.


실명의 위기 때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라는 깨달음이었다면, 첫 번째 구조조정은 제게 '타인에 의해 내 삶이 흔들리지 않도록 만들자'라는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저와 비슷하게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누군가의 결정으로 삶이 흔들린 적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THE RAFT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로 함께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live on your own rhythm and Float together"

"자신만의 이유와 리듬으로 살아가는 단단한 개인들을 위하여"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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