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가 섬이었겠구나

by 리하




얼마 전,

마음을 접어 만든 새 한 마리를

수평선 너머로 날려 보냈다.


오늘 아침, 그 새가 입에 전갈 한 통을 물고

다시 돌아왔다. 반가움과 불길함이 뒤섞인

손으로 꾸깃한 종이를 펼치자,


'폭풍은 끝났으니 이제 안심하라'는 안도의 문장이

적혀 있었다. 새는 그 한 장의 전갈만 남긴 채

미련 없이 다시 솟구쳐 올랐다.

마치 이곳은 잠시 들른 정거장일 뿐,

이제는 자신의 진짜 집을 찾아가겠다는 듯이.


멈춰 서서 쉬는 법을 잘 배우고 나니,

이제는 그 멈춤 속에서 내가 어디로 고개를 돌려야

할지 고민해 보려 마음을 먹었다.

맹목적인 휴식은 때로 우리를 공허라는

늪으로 침잠시킨다는 것을 알기에.


이 방향성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유효한 결을

지닌다. 기준 없이 행해지는 마음의 행위들은

때로는 나를 지독한 구정물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곳이 청명한 숲속의 호수인 줄로만 알고

온몸을 던져 헤엄쳤으나, 장기까지 독성이

침투해 패혈증을 앓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가 머물던 수면은 맑은 물이 아니라,

나를 삼키려던 흙탕물이었음을.

이제는 오염된 물에 발을 담그지 않기 위해

'나를 귀히 여기는 기준'이라는 방파제를 세운다.


그 경계가 허술하면 친절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훼손하는 이들에게 또다시 문을 열어주게

될 것 같아서, 나는 억지로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고독의 성벽을 쌓았다.


쉬는 동안 작은 화분에 무엇을 길러낼까 고민하다

싹이 트는 것을 보며 한동안 기뻐했다.

그러다 작은 정원을 꾸리게 되었는데,

그 텃밭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가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 스스로가 섬이었겠구나.


이 과정들은 곧 내 삶에 무엇을 들이고 무엇을

뽑아낼지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들이었음을,

남에게 의지하거나 외부의 휩쓸림에 쓸려가지 말고

나라는 단단한 지반 위에 서라는 뜻이었겠구나.


섬을 가꾸는 일은 꽤나 고된 노동이었다.

너무 조급해 줄이 끊어지지도, 너무 방관해 소리가

죽지도 않게 거문고의 현을 조율하듯, 나는 오늘

하루라는 악기를 적절한 텐션으로 매만져야 했다.


채찍질이 아닌

'나다운 울림'을 위해, 내 하루가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도록 그 적정함을 찾아가며

나만의 기준점을 찾아가는 중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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